고유가 시름 깊어지는 항공업계…마지노선은 '6월'
비용 절감 수단 얼마 안남아…'성수기' 전 해소돼야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항공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운행비 상승→여객수 하락으로 인해 비행기를 띄우면 띄울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 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당장은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가 일부 노선의 운항 축소로 대응하고 있지만,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성수기가 도래하는 7월 이전에는 현재의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유가의 나비효과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거래일 기준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90달러대 중후반,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역시 90달러대 후반에서 100달러 안팎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란 전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항공업계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은 곧바로 항공사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원유 가격 상승에 더해 항공유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항공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연료비가 크게 늘어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이 유가 변동 손실 보전을 위해 기본 운임에 추가하는 유류할증료도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높아졌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항공유(MOPS)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매달 단계가 결정된다. 이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8단계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상당폭 오른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내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항공사들은 주중 내달 항공권에 적용할 유류할증료를 발표할 예정인데, 현재 MOPS 평균 가격이 지난달 산정 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고 단계인 33단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장거리 노선은 50만원대 중반, 단거리·중단거리 노선도 10만원 안팎까지 유류할증료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유류할증료 인상이 결국 항공권 가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유류할증료 인상이 본격화한 4월 여객 통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신규 예약 흐름이 다소 둔화하는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가 오르면서 신규 예약이 전반적으로 신중해지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달보다 유류할증료가 더 오를 경우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MOPS가 더 올라 유류할증료가 최고 단계에 근접하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추가 부담을 운임에 모두 반영하기도 어려워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선 줄이는 것도 한계
이달들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여객수가 적은 비행편의 운항 수를 축소하고 이로 인한 유휴 인력 관리에 힘을 쏟으면서 현재 상황에 대응하고 있지만 당장은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이달 들어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등이 일부 노선을 감편해 운행하고 있다. 현재는 비성수기로 평가받는 5월까지 감편된 노선 운행 계획을 통해 유가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앞선 관계자는 "일단 유류할증료 인상 부담이 적으면서도 여전히 많은 여객수가 확보되는 일본행 노선을 제외하고 다른 노선에서 감편 계획을 추진해왔다"라며 "일단은 5월까지 감편된 스케쥴로 운항하고 5월 이후는 주중 책정되는 유류할증료와 이란 전쟁의 흐름을 지켜보고 나서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운행 노선을 더 줄이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항공사는 운행 과정에서 특정 시간에 특정 공항에 이착륙 할 수 있는 권리인 '슬롯'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분받은 슬롯의 80%이상을 실제 운항에 써야 한다. 이를 유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는 "일단은 국내 핵심 출발지인 인천공항의 슬롯을 지키기 위해 현재 상황을 감안해달라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슬롯 회수 등을 유예해달라는 요청을 해둔 상황"이라며 "다만 인천공항 등 국내 거점과 달리 해외 거점의 경우 이같은 유예 요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어 해외 슬롯 관리를 위해서는 감편이 제한적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틸 체력 얼마나 남았나
항공업계에서는 유가상승의 직격탄은 여객운항을 중심으로 하는 LCC 항공사들이 더욱 크게 노출돼 있다고 본다. 사업포트폴리오가 단순해 수익원 다변화의 폯이 제한되서다. 이들 LCC들이 현재의 고유가를 버틸 수 있는 상황은 길어야 2분기까지라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상 LCC들은 전체 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유 값에 대한 보호막으로 '유가 헤지'를 걸어둔다.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일부 공급 주체들과 헤지 계약을 맺어 상승폭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유가가 70달러가량이라고 가정하면 계약금과 수수료를 일부 지급하고 계약 기간동안은 항공유를 유가 변동과 관계 없이 75달러에 사들이는 방식이다.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이러한 헤지 계약을 장기로 묶어두지만 LCC의 경우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기 때문에 1~3개월 단위의 단기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LCC들의 이러한 유가 헤지 계약 중 최근의 고유가에 대응하는 계약은 대부분 상반기 이전에 도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 상승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거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비수기로 꼽히는 6월까지는 헤지계약을 통해 유가 상승의 영향이 제한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큰 고민"이라며 "성수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수는 줄어들고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가 더욱 심화하면서 비행기를 띄우면 띄울수록 손해인 상황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항공기 리스료, 보험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해서 나가야 한다"며 "이날 티웨이항공이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직을 검토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가상승으로 인해 가장 타격이 큰 LCC로 티웨이항공, 에어서울을 꼽는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최근 장거리 노선을 크게 늘리면서 전략을 다변화 했는데, 유가상승은 장거리일수록 영향이 커서다. 유럽과 북미노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리스, 정비, 운항원가가 이미 많이 상승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더욱 치명적일 거라는 이유에서다.
에어서울의 경우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노선을 운영해 왔는데 유가가 너무 상승하다보니 이 충격을 나눠 받을 만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지 않아 구조적인 취약성이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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