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믿고 목표 잡았는데…석 달 3억불 그친 중동 수주
1분기 중동 건설 수주액 전년比 93.6%↓
수주 급감에 해건협 분기 보고서도 생략
삼성E&A, 3조원 이상 일감 확보 예고했지만
"전쟁 장기화하면 수주 차질 불가피"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에서 극도로 부진한 첫 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일감 확보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수주 텃밭이라 불리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불타는 '텃밭'…중동건설 어찌할꼬(3월24일)
1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3개월간 국내 건설사가 해외건설 시장에서 새롭게 따낸 일감 규모는 20억3739만달러다. 이는 전년 동기(82억1225만달러) 대비 75.2% 감소한 수치다. 수주액이 워낙 저조한 탓에 해건협에서는 통상적으로 매 분기 발표하는 분기 수주통계분석보고서도 내지 않았다. 대신 매달 발표하는 월간수주통계로 대체했다.

아시아 빼고 모두 휘청…중동 -93.6%
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수주액이 감소했다. 아시아 에서는 3개월간 6억9089만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전년 동기(6억5898만달러) 대비 4.8%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이 기간 49억5893만달러의 일감이 나온 중동 시장에서 올해는 3억1623억달러를 수주하는 것에 그쳤다. 증감률이 -93.6%에 달하는 등 감소 폭이 컸다. 쌍용건설이 지난 2월 수주한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두바이 키파프 5단계 레지던스 개발사업(2억4341만달러)이 없었다면 1억달러도 채우지 못했다.
유럽에서의 수주액도 지난 3개월간 1억5333만달러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9억1985만달러)와 비교하면 83.3%가 줄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서 확보한 일감도 각각 47.6%, 81.5% 감소한 2억5207만달러, 6442만달러에 불과했다.
북미·태평양 시장도 수주액이 크게 줄었다. 5억6047만달러를 수주하면서 전년 동기(8억4509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33.7%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수주액을 올린 건설사는 쌍용건설이다. 쌍용건설은 키파프 개발사업 외에 적도기니 오얄라 대통령 레지던스(4744만달러)와 적도기니 몽고모 대통령 오피스(1788만달러) 등의 일감을 확보했다. 총 수주액은 3억1796만달러다.▷관련기사: 적도기니 대통령 관저도…병오년 해외건설 수주 첫달 성적은(2월12일)
쌍용건설 다음으로 해외 수주액이 많았던 건설사는 삼성E&A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에서 증액(2억2972만달러)과 삼성전기 멕시코법인이 발주한 삼성전기 M4프로젝트(4444만달러) 등의 일감을 따내며 2억8988만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삼성베트남반도체 법인이 발주한 V-PJT 신축공사(1억5145만달러)와 쿠바사키 고등학교 건설공사(4081만달러), 중국 삼성전자 시안 팹(FAB) 설비효율화(Retrofit) 공사(3313만달러) 등을 수주하면서 총 2억8818만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HMGMA 현대차공장 신축공사에서 1억2000만달러의 증액 계약이 있었고 대우건설은 9200만달러의 나이지리아 HI 블록 육상가스처리설비 프로젝트를 따냈다.

해외 믿었던 건설사는 '난감'
국내 건설사는 그간 수주 텃밭이라 불린 중동에서 올해도 대규모 일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수주 목표치를 전년 대비 올려잡은 곳이 다수다.
삼성E&A는 올해 수주 목표치를 12조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목표치(11조5000억원)와 실적치(6조6000억원) 대비로 각각 4.3%, 81.8% 더 높게 잡았으나 올해 1분기 수주액은 4000억원 정도다.
다만 삼성E&A는 지난 2월26일 해외사업주로부터 약 24억달러(3조4200억원)에 해당하는 화공플랜트 건설공사 낙찰통지서(LOA)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해당 건이 본계약으로 이어져야 수주 실적으로 반영된다.
삼성E&A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종의 가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비밀 유지 협의 등에 따라 아직은 어떤 지역에서의 계약 건인지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이런 건이 본계약으로 이어져 수주 실적에 잡히면 해외 시장에서의 수주액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인 18조원으로 제시했다. 가덕도 신공항과 체코 원전 외에 중동에서도 이라크 해군기지 관련 수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중동과 호주 등에서 그린수소 및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삼성물산도 올해 수주 목표를 23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도 실적(1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19.9%를 높여 잡은 것이다.▷관련기사: '현재보다 미래' 건설사 몸집 줄였지만 일감 1.3년치 확보(3월5일)
건설사의 이 같은 수주 목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영 목표를 수립할 때 중동에서의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소모전을 염두에 둘 수는 있어도 이 정도로 길어질 분쟁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면서 "향후 중동에서의 발주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주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중동에서의 정황을 지켜보며 해외건설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28일에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가 공동으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이어 지난달 3일에는 중동상황 점검회의 등을 열고 같은 달 19일에는 14개 건설사 대표와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이란전쟁' 중동 건설은?…"수익성 악화" vs "전화위복"(3월5일)
당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앞으로의 해외건설 수주 전략뿐만 아니라 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건설시장 파급 우려 등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국토부가 많이 듣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 10일 통과한 2204억원의 추경 예산 중 해외인프라 시장 개척 목적 예산에 4억원을 증액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해외 수주 공사 지연, 공사비 상승 등이 발생함에 따라 발주처와 시공사 간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중소·중견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 및 세무 지원 등을 확대 강화하는 데 쓰일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수 (jisoo239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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