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없는 성장 눈앞”…정부 내년부터 사회활동 참여 조건부 참여소득 지급[Pick코노미]
작년 ‘쉬었음’ 256만명 역대 최대
지자체 사업 발굴·청년 참여 유도
사회적 문제 기획·실행 ‘동기부여’
지속가능한 재원 조달 방안이 관건
“형식적 참여 아닌 기준 명확히해야”

정부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실업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에게 사회 참여 활동을 조건으로 소득을 지급하는 ‘참여소득’ 도입을 추진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하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보건복지부는 참여소득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재산·소득 기준 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참여소득은 교육·돌봄·환경보호 등 사회 참여 활동을 전제로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내년 지방자치단체 공모 방식의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본사업의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가 참여소득 지급을 추진하고 나선 배경에는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AI가 경제성장을 견인하지만 막상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른바 ‘유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청년 고용 통계를 보면 고용 없는 성장의 실태를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는 255만 5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 8000명 늘었다. 200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특히 2030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30대의 ‘쉬었음’ 인구는 30만 9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15∼29세도 42만 8000명으로 2020년(44만 8000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30대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2년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AI 사용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며 저숙련·청년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이 AI 기술 확산으로 인해 가장 큰 고용 충격을 받고 있다”며 “AI가 경력이 적은 청년층이 주로 수행하는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지식 업무를 상대적으로 쉽게 대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장 분석 업체인 시트리니리서치가 2월 발표해 시장을 흔들었던 AI 확산 시나리오 보고서에는 2024년 연평균 0.16%포인트씩 감소하던 미국의 GDP 대비 노동소득이 향후 4년간 연평균 2.5% 포인트씩 급감하며 2028년 46%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겨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며 기업이 100을 벌 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절반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현행 사회보장 체계에서 취업에 실패한 청년층은 사실상 복지의 공백 지대에 남게 된다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산 조사를 전제로 해 일반 청년은 대상이 되기 어렵고 청년도약계좌·청년내일저축계좌 등 자산 형성 지원은 소득이 있는 청년에게만 열려 있다. 결국 AI발 구조적 실업으로 취업 자체가 막힌 청년에게 국가가 내밀 수 있는 손이 없었던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사회보장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먼저 논의됐지만 막대한 재원 조달과 이른바 무임승차 우려로 정책 추진의 현실성이 높지 않은 상태였다”며 “반면 참여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조건으로 소득을 지급하기에 사회적 수용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핀란드는 2017~2018년 실업자 2000명에게 조건 없이 매월 560유로를 지급하는 사회 실험을 진행했으나 고용 증가 효과는 미미했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 공약을 내걸었지만 연 50조 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반면 참여소득은 교통사고율이나 자살률·비만율 등 지방자치단체별 문제를 발굴하고 청년들이 팀을 꾸려 해결 사업을 직접 기획·실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부는 이 참여 활동에 소득을 지급한다.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과 그에 따른 소득 지급 대상·수준·수단은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도 이번 연구 용역의 핵심 과제로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방안을 포함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교통사고율을 낮추는 사업에 청년들이 참여해 실제 교통사고가 줄어들었다면 그만큼 절감된 자동차보험료를 참여소득 재원으로 환류시키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단순히 일자리를 만들어 배분하는 기존 공공일자리 사업과 달리 청년 스스로가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참여소득이 기본소득보다 정책 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보완 과제를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활동이 가능한 사람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보상하는 방식이 단순 현금 지급보다 낫다”면서도 “장애인 등 활동이 어려운 계층을 위한 별도의 소득 보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참여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히 형식적인 참여로 흐를 경우 재정만 투입되고 실질적 효과는 제한될 수 있는 만큼 노동시장 진입, 돌봄, 지역사회 기여 등 정책 목표와 연결된 참여 기준을 정교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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