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옷이 다시 유행⋯ 20년 주기로 반복되는 패션 트렌드

홍선혜 기자 2026. 4. 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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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산타페 연구소, 패션 유행 주기 데이터로 확인
Y3K컨셉이 돋보이는 걸그룹 에스파 화보. SM엔터테이먼트 제공.

엄마 옷장에서 꺼낸 옷이 촌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20년 전 유행이 다시 돌아오면서, 패션 트렌드가 일정한 주기를 두고 반복된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유행은 같은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일까. 반복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업계에서 경험적으로 언급돼온 ‘20년 법칙’은 데이터로도 확인되고 있다. 특정 스타일이 유행에서 사라진 뒤 약 20년이 지나면 다시 등장한다는 이른바 ‘20년 주기’다.

미국의 복잡계 연구기관 산타페 연구소와 노스웨스턴대, 프린스턴대 공동 연구팀이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여성복 디자인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행과 쇠퇴를 거친 스타일이 다시 등장하는 패턴이 반복됐으며, 그 주기가 약 20년 단위로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미국 물리학회 ‘APS 글로벌 물리학 서밋 2026’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의류 실루엣의 길이와 비율 변화를 중심으로 장기간 데이터를 추적했다. 그 결과 스타일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어지지만, 특정 시점마다 유행이 다시 부상하는 ‘순환 구조’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Y2K 패션이 돋보이는 가수 블랙핑크 제니의 로우라이즈 패션. 제니 SNS.

이러한 경향은 소비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패션은 차별화를 추구하면서도 완전히 낯선 형태에는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유행은 일정 범위 안에서 변화와 회귀를 반복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990~2000년대에는 1960~70년대 스타일이 다시 등장했고, 2010년대에도 1980년대 감성이 재확산되며 레트로 트렌드가 이어졌다.

2020년대 들어 Y2K 패션(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세기말의 불안과 희망이 반영된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 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패션 트렌드는 하나의 스타일이 지속되기보다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반합’ 구조를 보인다”며 “바지 폭이나 어깨선처럼 실루엣이 커졌다가 다시 줄어드는 식의 변화가 반복되면서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 스타일이나 일상, 역사적 요소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재조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유행이 변형된 형태로 다시 등장하며 트렌드가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된다”고 덧 붙였다.

최근에는 과거를 단순히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를 재해석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Y3K 패션(3000년대를 연상케 하는 미래지향적 패션)은 과거가 상상했던 미래 이미지와 현재 기술 환경이 결합된 형태로, 기존 레트로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 Y2K가 실제 유행을 기반으로 한 복각 중심이었다면, Y3K는 당시 상상됐던 미래 이미지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메탈릭 소재와 테크웨어 실루엣, 구조적인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특징은 과거 대중문화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1990년대 후반 전자음악과 게임 문화가 확산되며 미래와 가상 세계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999년 ‘몰라’를 선보인 가수 엄정화는 형광색 보디슈트와 미래적 헤드폰을 활용한 사이버 콘셉트를 선보였고, 이정현 역시 메탈 소재 의상과 독특한 마이크로 미래 이미지를 구현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감성이 기술 환경과 결합하며 보다 정교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espa는 AI 세계관을 기반으로 현실과 가상 캐릭터를 결합한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블랙핑크의 리사 역시 메탈릭 의상과 미래적 비주얼을 통해 사이버 이미지를 강조했다. 과거가 상상했던 미래가 현재의 기술과 만나 구체화되면서, 패션 역시 그 중간 지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