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 안경, 주유로봇, 플라잉카… 첨단 소비재 결집한 中하이난
60여개국서 3400여개 브랜드 집결
AI·로봇·프리미엄 제품 한자리에

13일 오후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성의 ‘관문’ 하이커우(海口). 제6회 하이난국제소비재박람회(이하 박람회)가 열린 하이난국제컨벤션센터에 들어서니 각종 테크 제품을 시연하려는 방문객과 취재진이 뒤섞여 전시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가장 눈에 띈 전시품은 인공지능(AI) 안경이었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화웨이부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예’ 로키드(Rokid·乐奇), 인모(INMO·影目) 등 총 5개가 넘는 업체가 신제품을 선보였다. 각 부스 앞에는 제품을 직접 써보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며 체험을 기다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몇 분 간의 대기 끝에 평범한 뿔테 안경처럼 생긴 로키드 제품을 착용하자 눈 앞에 초록색 글씨가 펼쳐졌다. 안경에 띄워지는 글씨는 수십개 언어 실시간 번역과 자막, 프롬프터, 내비게이션 기능을 수행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해 간단한 대화까지 가능했다. 이 밖에도 촬영·녹음, 실시간 라이브스트리밍, 휴대폰 알림 확인, QR코드 결제, 쇼핑 연동 기능 등이 지원됐다.
가상현실(VR) 기기와 달리 어지러움은 느껴지지 않았고, 시야를 크게 가리지 않는 점도 특징이었다. 조작은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안경테 버튼, 안경다리 센서로 이뤄졌다. 현지에선 이미 판매가 진행되고 있고, 가격은 60만원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박람회는 60여개 국가·지역에서 34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소비재 박람회다. 중국 상무부와 하이난성 지방정부가 공동 주최했다. 이는 2025년 12월 하이난 봉관(封关)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가급 행사로, 하이난의 새로운 관세·통관 체계 아래 글로벌 기업과 상품이 모인 첫 대형 무대다. 봉관은 하이난 섬 전체를 하나의 독립된 ‘특수 관세구역’으로 지정해 중국 본토보다 대외 개방 수준을 높이는 조치를 말한다.
◇ 해외 브랜드 유치해 내수 진작 겨냥
이번 박람회는 중국 정부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조와도 맞물린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부터 시작되는 5개년 계획의 핵심으로 ‘내수 진작’을 제시했고, 중국 정부는 그간 중국인의 해외 소비를 하이난성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이도면세(离岛免税·하이난 방문 내국인 면세 혜택) 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런 정책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해 절반에 못 미쳤던 해외 브랜드 전시품 비중이 올해는 65%에 달했다. ‘면세·프리미엄 소비’ 전시관엔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글로벌 뷰티 기업부터 벤틀리, 람보르기니 같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집결했고, ‘글로벌 특색 소비’ 전시관에 이르자 참가국·지역별 부스가 줄을 이었다. 각 부스엔 주류, 식품, 의류 등 각국의 특색이 담긴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국 부스도 한 켠에 꾸려져 밥솥, 식음료,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전시에는 대만 부스가 처음으로 꾸려져 관람객의 발길을 멈춰세웠다. 대만 측 관계자는 “그동안 개별 기업 단위 참가는 있었지만 올해처럼 공식적인 단체를 구성해 부스를 차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같은 활동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 교류 확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첨단 제품으로 소비 수준 ‘업그레이드’
5개년 계획의 또다른 핵심은 ‘소비 업그레이드’이다. 단순히 소비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첨단 기술을 통한 고부가가치 소비를 지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박람회 ‘과학기술 소비’ 전시관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전시관 한켠에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淘宝)의 ‘AI 지능 생활체험관’이 차려졌다. 주로 산업용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겨냥해 개발된 제품들로, 손가락에 착용하는 것만으로 스마트워치와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링, 일반 안경처럼 생겨 착용 부담을 낮춘 VR 기기, 소형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이 전시됐다.
화웨이 AI 안경을 착용하며 제품 설명을 듣던 칭다오시 스난구의 한 관계자는 “보기보다 무게가 가볍다”며 “2000위안(약 43만원) 정도만 돼도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AI 안경은 이달 20일 발표회에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석화(Sinopec·시노펙)의 주유로봇, 후이톈(汇天·ARIDGE)의 플라잉카 등도 이날 현장에서 공개돼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다만 이들 제품은 앞선 소비자용 AI 기기와 달리 즉시 구매 가능한 생활형 제품이라기보다는 기술 시연 성격이 강하다.
신화통신은 “이번 박람회는 해외 프리미엄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 창구일 뿐 아니라 ‘중국 제조’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박람회가 소비 업그레이드의 흐름을 이끄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러한 전시와 개방 조치는 중국 정부의 대외개방 지속 확대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포 풍무 지역주택조합 땅 ‘경매행’… 조합원 1인당 7000만원 피해
- [인터뷰] K방산 소재부터 완제품까지…김종일 삼양컴텍 대표 “K2 전차 넘어 항공우주 공략”
- [비즈톡톡] 벼랑 끝에서 돌아온 인텔, 생존과 부활 사이 줄타기
- [바이오톺아보기] ‘박카스’에 갇힌 동아 3세 강정석…尹 사면복권에도 신사업·주가 ‘제자리
- [비즈톡톡] ‘짧아지는 간식 유행 주기’… 한정판으로 대응 나선 제과업계
- [100세 과학] ‘캡틴 백혈병’의 방패 찾았다…암 치료에 새 길
- 삼성전자, 7세대 HBM 개발 속도… 5월 첫 샘플 나온다
- 지정학 리스크 낮은 노르웨이… 유럽 ‘석유 대체 공급자’ 부상하나
- “오래 살았을 뿐” vs “고가주택만 혜택”… 장특공제 폐지 법안 갑론을박
- [이영완의 디알로고] “뇌도 재활된다…제대혈·자기장·VR로 세포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