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KB고객”...인니서 부는 K금융 바람

자카르타=신중섭 기자 2026. 4.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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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韓·인니 QR 결제 시
지갑없이 폰만으로 간편결제 뚝딱
발리·자카르타 등 3200만 가맹점
2020년 부코핀 인수 후 적자 KBI
딥 체인지 체질 개선 끝에 흑자전환
모기지론·한국계 기업여신 급증
기자가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최대 쇼핑몰인 그랜드 인도네시아에서 KB국민은행 QR결제 서비스를 통해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최대 쇼핑몰인 그랜드인도네시아. 13일 이곳에 위치한 한 마트에서 커피와 과일 과자를 산 뒤 결제를 요청하자 “‘QRIS’로 하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QRIS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주도한 QR코드 결제 서비스의 이름이다. 기자가 “QRIS로 하겠다”고 한 뒤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KB국민은행 앱을 실행해 스캔하자 24만 8800루피아(약 2만 1600원)가 바로 빠져나갔다. 노점상에서 물건을 사도 식당에서 나시고렝을 주문한 뒤 결제를 할 때도 QR코드만 이용하면 결제가 손쉬웠다. 이 서비스는 자카르타와 발리 등 인도네시아 전역 3200만 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에서 KB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QR 결제를 하는 과정은 아주 단순했다. 국내에서 사용하던 KB스타뱅킹 앱 내 ‘국민지갑’ 서비스에서 계좌를 연동한 뒤 QR코드를 인식시키면 별도 카드나 현금 없이 곧바로 결제가 이뤄졌다. 따로 금액을 충전해놓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연결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 ‘스타포인트’로 전환돼 결제 대금으로 쓰였다.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는 과정 자체가 사라지니 최근 인기가 많은 여행용 체크카드보다도 훨씬 편리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쿠닝안 지역에 위치한 롯데몰에서 KB국민은행 QR결제 서비스를 통해 상품 결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신중섭 기자

쿠닝안에 위치한 롯데몰의 한 인도네시아 음식점에서 현지 음식 나시고렝을 주문한 뒤 결제를 할 때도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손쉬웠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잇는 QR 결제 서비스가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해외 결제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처럼 신용카드나 현금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국내 은행 앱을 통해 현지 결제망을 직접 이용하는 방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핵심은 인도네시아의 국가 표준 QR 결제망인 큐리스(QRIS)와의 연결이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은행이 주도해 QRIS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전역에서 QR 결제가 보편화돼 있다. 이번 QR 연계는 한국은행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2023년 논의를 시작한 후 2024년 7월 양 중앙은행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추진해온 협력의 성과다.

현지에서 고객의 결제 요청을 받은 국내 발급사는 스캔된 QR 정보로 고객 정보 등을 확인하고 금융결제원(한국 스위칭사)을 통해 가맹점 정보, 환율 정보를 전달받게 된다. 이용자들은 구매 금액 입력 시 앱에서 변환 환율을 확인해 결제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를 통해 KB스타뱅킹 해외 결제 서비스를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대했다. 기존 해외 결제와 달리 현지 QR코드를 그대로 인식하는 방식이어서 절차가 단순하다. 특히 QR 결제라는 점에서 카드 복제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자동 환전이 가능해 환전의 번거로움이 없으며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도 약 1%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카드·KB국민카드·GLN·트래블월렛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반대로 인도네시아 이용자가 한국에서 QR 결제를 사용하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7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인도네시아 이용자의 국내 결제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파리다(72)씨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KB뱅크 본점 영업점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신중섭 기자

인구 2억 8000만 명의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K금융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선두에 KB금융이 있다. 한국은행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사이의 QR결제 시스템 연계로 이달부터 KB국민은행 앱을 통해 별도의 카드나 현금 없이 즉시 결제가 가능해진 데다 현지에서 영업 중인 KB뱅크가 인수 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KB뱅크 고객 파리다(72) 씨는 “KB가 인수한 뒤부터 서비스가 훨씬 빨라졌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대응해준다”며 “온 가족이 KB 고객이 됐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1164억 원에 인수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동남아시아 진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였다. 2020년에는 지분율을 67%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그사이 KB는 부코핀에 총 4000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벽은 높았다. 인수 시점을 전후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손실도 쌓여만 갔다. 2021년 말 기준 부실가능자산(LAR)은 35조 1250억 루피아(IDR)에 달했고 전체 여신 대비 비율로는 무려 65.12%였다. 은행 안팎에서는 비관적 시각이 많아졌다.

KB는 포기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체질 개선에 나섰다. 첫 지분 취득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3조 4024억 원을 투자·지원하면서 반등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은행 내부에서는 ‘딥 체인지’를 추진했다.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대신 자산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동시에 뜯어고쳤다.

기업금융에서는 한국계 고객 전담 조직인 ‘코리아 링크’를 통해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했다. 2020년 인수 이후 시작된 코리아 링크 사업은 2021년 이후 빠른 속도로 영업을 확대했다. 2021년 말 4200억 루피아 수준에서 지난해 말 6조 7120억 루피아로 4년 만에 1498%나 불어났다. KB뱅크 인도네시아 관계자는 13일 “부실 규모가 상당했던 시기 코리아 링크 사업을 통해 정상 여신 규모를 크게 끌어올리며 은행의 기초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소매금융의 경우 인수 당시만 해도 연금대출인 ‘펜션론’이 중심이었지만 이를 모기지 중심으로 바꿨다. 주요 국가는 50% 안팎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인도네시아는 4% 안팎으로 매우 낮다는 점을 공략했다. 모기지대출 잔액은 2024년 말 1조 6260억 루피아에서 지난해 말 2조 6590억 루피아로 1년 만에 1조 루피아나 확대됐다. 현지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가 국내에서 강점을 가진 주택담보대출 영업 ‘DNA’를 현지에 이식한 결과”라며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 명이 넘는 데다 현지에서는 아직 모기지론이 활성화되지 않아 성장 여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맞춤형 상품도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사탕수수론’은 농촌 지역을 겨냥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탕수수론은 농가의 단순 신용이 아니라 제당 회사와의 납품 계약을 기반으로 수확 대금을 미리 지급하는 구조다. 농민은 수확 전 필요한 자금을 선지급받고 이후 제당 회사로부터 지급되는 납품 대금으로 대출을 상환한다. 담보 대신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공급망 금융 형태라는 점에서 기존 농업대출과 차별화된다.

건전성 관리에서도 성과가 뚜렷하다. 부실채권 회수 전문조직인 샘(SAM)을 중심으로 직접 추심과 경매 진행 등을 통해 대대적인 부실 자산 정리에 나섰다. 관련 인력은 2021년 말 186명에서 지난해 말 272명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LAR 규모는 35조 1250억 루피아에서 9조 130억 루피아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점포 수 역시 2021년 357개에서 지난해 153개로, 인력도 4763명에서 2334명으로 축소해 판매관리비를 약 30%나 절감했다.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8월에는 은행 이름도 KB부코핀은행에서 KB뱅크인도네시아로 바꿨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KB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26억 4000만 루피아를 기록하며 인수 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 출신 기업금융 전문가인 쿠나르디 다르마 리에 은행장은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현지 대기업과의 거래 기반도 넓혀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KB뱅크가 처음으로 주관하는 신디케이트론 구성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 M.T 하료노에 위치한 KB뱅크 인도네시아 본점. 신중섭 기자

KB금융그룹이 인도네시아 지주사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법인인 KB데이타시스템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인도네시아 금융 당국에 제출했던 지주사 설립 계획이 지난해 말 반려된 후 지난달 초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현재까지 당국 승인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상반기 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내 승인이 날 경우 KB뱅크는 내년 초까지 지주사 설립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은 한국과 같은 순수 지주회사 신설 대신 현지 진출 자회사인 KB데이타시스템 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법인을 설립할 경우 초기 인허가와 조직 구축에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기존 법인을 활용하면 인력·회계 시스템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KB뱅크·증권·손해보험·캐피탈·국민카드·자산운용·데이타시스템 등이 진출해 있다.

KB금융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지주회사 설립에 나선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3년 ‘금융 분야 발전 및 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금융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을 의무화하는 ‘금융복합그룹 규제’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이후 금융감독청(OJK)은 2024년 12월 지주회사 설립 세부 규정을 시행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자산 100조 루피아(IDR) 이상이면서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경우 △자산 20조~100조 루피아이며 3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경우 금융복합그룹으로 지정된다. 설립 계획서 제출은 지난해 6월 23일까지였으며 당국 승인 이후 1년 이내 지주사 설립을 완료해야 한다.

KB금융 역시 이 같은 규제 일정에 맞춰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왔다. KB금융 관계자는 “지주 전환은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며 “기존 법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내년 초쯤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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