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고령층 건강 ‘치트키’ 부상…심혈관·치매↓

허승아 기자 2026. 4.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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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치매 위험 낮춘다…관련 연구 잇따라
감염 예방 넘어 고령층 건강관리 변수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허승아 기자 | 독감 백신이 심근경색과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등 주요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고령층 건강관리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심근경색 환자는 약 16만명, 알츠하이머 환자는 71만명에 달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심혈관 질환과 치매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감염 예방을 넘어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백신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확대되는 추세다.

▲ 독감 감염 후 심혈관 위험 급증…백신이 절반 낮춰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독감 확진 판정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1221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동일 인물의 감염 전후 데이터를 비교해 유전적 요인과 만성질환 등 주요 변수를 통제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자의 중앙 연령은 75세였으며 여성 비율은 46%였다.

연구 결과 독감 감염 이후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군은 접종군 대비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약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4.7배, 뇌졸중은 2.9배 증가했다. 특히 감염 후 1~3일 사이 위험도가 5.2로 가장 높았으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해 15~28일 이후에는 평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비교에서는 감염 이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비가 미접종자 4.7, 접종자 2.4로 나타났다. 백신이 감염 자체를 완전히 막지 못하더라도 감염에 따른 심혈관 위험을 약 51% 낮추는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의 배경으로 독감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전신 염증 반응을 지목했다. 감염 시 혈액 응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전혈전 상태가 형성되고, 혈관 내 죽상경화반이 불안정해지면서 급성 심혈관 질환이 촉발된다는 설명이다. 백신 접종은 이 같은 염증 반응을 완화해 혈관 손상과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고용량 백신, 알츠하이머 위험 55%↓…인과성은 추가 검증 필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미국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보험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용량 독감 백신 접종군 약 12만명과 표준 용량 접종군 약 4만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고용량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약 5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효과는 최소 25개월 이상 유지됐으며 특히 여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고용량 백신은 표준 용량보다 항원 함량이 4배 높은 것이 특징으로 면역 기능이 저하된 고령층에서 보다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고령화로 인해 약해진 면역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권장하고 있는 방식이다. 

다만, 연구팀은 독감 백신과 알츠하이머 위험 감소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나 구체적인 예방 기전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왜 고용량 백신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휴스턴 맥고번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이자 신경인지 장애 센터 소장인 폴 슐츠 박사는 "65세가 되면 면역 체계가 감염과 싸우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이것이 바로 65세 이상 성인에게 고용량 백신 접종이 권장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의사 아브람 사무엘 부크빈더 박사도 독감백신 알츠하이머를 늦춘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용량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노화에 따른 뇌 보호에 도움이 되는 쉽고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번 결과 역시 관찰 연구에 기반을 둔 만큼 백신이 직접적으로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생활 습관이나 건강 상태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이 단순 감염 예방을 넘어 고령층의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백신의 추가적 건강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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