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적자' SK실트론, 최태원·지주사 1000억 배당잔치 속내는[더시그널]

이수민 기자 2026. 4.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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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영업권 손상처리…'빅배스' 전략 주목
지배주주 변경 과정서 재무 부담 확대 우려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SK실트론 제공  

| 서울=한스경제 이수민 기자 | SK실트론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도 1000억원대 배당잔치를 벌였다.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대주주인 SK와 최태원 회장 현금 지원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향후 인수자에게 재무 리스크를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iC 사업 대규모 손상차손 4141억원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실트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575억원, 19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3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93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는 전기차용 SiC(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 사업 부진이 지목된다. SK실트론은 2020년 미국 듀폰사로부터 해당 사업부를 인수했지만, 이후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공급과잉이 겹치며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고객사의 재고조정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재고평가손실까지 반영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SK실트론은 지난해 SiC 사업 관련 영업권 3344억원 전액을 손상 처리했으며, 관련 유형자산 503억원, 무형자산 288억원, 사용권자산 6억9000만원에 대해서도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총 4141억원에 달하는 수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손상 인식이 매각을 앞두고 재무상 부담 요인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빅 배스(Big Bath)' 전략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부실 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집중 반영해 향후 실적 부담을 낮추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시장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잠재 리스크가 일부 정리됐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SiC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리스크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다는 평가다.
2025 기준 SiC Wafer사업부 손상차손 금액 현황 /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해 1005억원 현금배당 실시 

문제는 대규모 순손실과 손상 인식에도 불구하고 오너 중심의 배당 정책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SK실트론은 지난해 1005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회사 지분은 직간접적으로 SK㈜가 70.6%, 최태원 회장이 29.4%를 보유 중이다. 이를 고려하면 SK㈜가 약 700억원, 최태원 회장이 약 300억원을 수령한 셈이다. 

최근 5년간 배당이 진행되지 않은데다 적자로 전환된 시기에 이뤄진 대규모 배당이라는 점에서, 매각 이전 지배주주의 현금 회수 성격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초고액 현금배당을 실시할 경우 향후 인수자에 재무 부담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자 국면에서의 현금 유출은 설비투자(CAPEX) 여력을 약화시키고, 인수 이후 추가적인 유상증자나 차입 확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SK는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70.6%)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을 선정한 바 있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번 배당 배경과 관련해 "2022년부터 시작한 대규모 증설투자가 현재 마무리 수순임을 고려해, 당사 이사회를 통해 현재 배당 재원인 약 1조8000억원 수준의 이익잉여금을 활용한 배당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이전까지는 재투자를 위해 배당을 따로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비율↓, 부채비율↑…재무지표 악화

실제로 SK실트론의 재무지표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 유동비율은 ▲2025년 93.6%  ▲2024년 109.4% ▲2023년 115.9% 등으로 단기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5년 189.4% ▲2024년 175.4% ▲2023년 179.1로 2년 만에 10%p 급증했다. 

수익성도 둔화됐다.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84%로 전년 대비 4.45%p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9.4%로 5.5%p 감소했다. 원가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변수다. SK실트론은 300mm(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시장 경쟁력을 위해 구미 공장 증설에 지난 4년간 투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까지 총 2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유형자산은 3조5116억원까지 증가했지만, 매출은 2조574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투자 대비 성과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향후 감가상각비 증가 등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이러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사 관계자는 "SiC 사업부문의 영업적자 지속과 손상차손 발생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이어지거나,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확대될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결국 SK실트론을 둘러싼 쟁점은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재무 구조 변화가 일시적 요인에 그칠지 아니면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지 지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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