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15 완회로 본 K-의료·바이오 생존전략 “규제 회색지대 끝났다”
허가 카테고리 일치·적응증 외 사용 통제·디지털 마케팅 적법 점검 필수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중국에서 매년 3월 15일에 방영되는 중앙텔레비전(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회(晚会)'는 일반적인 시사 고발을 넘어, 중국 정부의 향후 감독 강화 방향과 규제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특히 중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정책 시그널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방영된 제36회 3.15 완회는 '안심소비, 품질생활'을 주제로 식품안전부터 의료미용, AI 기술 악용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위법 행위를 집중 조명했다. 이 가운데 한국 의료기기·바이오·에스테틱 업계가 깊게 주시해야 할 대목은 첨단 바이오기술의 오남용, 무허가 제품 유통, 그리고 의료·건강 분야의 허위 마케팅에 대한 당국의 강경한 대응이다.

올해 3.15 완회에서는 총 7개 분야의 대표적 위법 사례가 폭로됐다. 식품안전 분야의 과산화수소 표백 닭발 유통과 더불어, 건강서비스 분야에서는 물리치료를 빙자한 허위 키성장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폐쇄형 플랫폼 내 가짜 전문가를 동원한 건강식품 고가 판매, 불법 주식 리딩방 등도 주요 폭로 대상에 포함됐다.
이 중에서도 의료미용 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운 것은 '엑소좀 만능신약' 허위 마케팅과 AI 학습 데이터를 왜곡하는 산업체 문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의료·미용 분야의 불법 시술뿐만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과 검색 노출 방식까지 본격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알컴퍼스 이용준 전략컨설턴트는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항노화·재생의학 시장의 화두인 엑소좀 관련 불법 유통 실태였다"며 "방송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엑소좀을 탈모 개선이나 피부 재생 등 모든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으나, 실제 중국 내에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로 정식 승인된 엑소좀 제품은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제조일자나 품질 기준조차 없는 이른바 '삼무 제품'을 유통했으며, 화장품 등의 허가 문서를 도용하는 '타오정' 수법이나 타 의료기관 수술실을 빌려 시술하는 '대타시술' 방식을 동원해 소비자에게 고액을 청구했다.
그 결과 피부 괴사 등의 심각한 부작용까지 발생함에 따라, 향후 중국 당국은 재생의학, 세포·엑소좀 등 경계 영역 제품군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전망이다.
한국 의료·바이오기업이 짚어봐야 할 3대 리스크
이번 방송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 정부가 헬스케어 및 에스테틱 산업을 더 이상 성장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느슨하게 관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품 분류의 적정성, 허가 범위 내 사용 여부, 의료광고의 진실성, 플랫폼 마케팅의 책임성이 핵심 관리 포인트로 떠올랐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현지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은 크게 세 가지 리스크를 최우선으로 점검해야 한다.
먼저 허가 카테고리와 실제 사용 방식의 정합성으로 화장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현지에서 사실상 주사 시술용으로 유통되거나 의료 효과를 암시하는 방식으로 판매될 경우 심각한 법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과거 히알루론산(HA) 성분 제품들의 불법 유통 사례처럼, 이러한 유형은 향후 단속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적응증 외 사용(Off-label use)에 대한 제조사 책임도 중요하다. 중국 당국은 승인 범위를 벗어난 사용이 적발될 경우 병원뿐만 아니라 유통망과 공급 체계 전반을 면밀히 조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제조사 역시 현지 대리상, 유통사, 병·의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홍보물 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디지털 마케팅의 적법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최근 라이브커머스, SNS 등을 통한 광고 행위를 빠르게 제도권 감독 아래 편입시키고 있다. 의사 자격이 없는 자를 전문가로 내세우거나, 치료 효과를 과장하고,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행위는 중대한 제재 사유가 된다.
이를 바라보며 알컴퍼스 이용준 전략컨설턴트는 "중국 정부가 '기술 혁신'보다 '합법성과 안전성'을 우선하는 감독 기조를 한층 명확히 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품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며, 인허가 전략과 현지 파트너의 마케팅 행위 및 의료기관 내 실제 사용 방식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엑소좀과 같은 신규 개념일수록 규제 공백과 단속 리스크가 공존하므로, 기업은 허가 이후 유통부터 사용까지 전주기 컴플라이언스를 설계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1차원적인 판매 역량보다 합법적 마케팅 구조를 유지하는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