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바로 앞인데 15분 '행군'?…28년째 '기괴한 섬' 1호선 구일역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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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11년 차 직장인 김모(40) 씨는 요즘 퇴근길이 두렵다.
그가 타는 1호선 완행열차는 구일역에 도착하기 전 노량진·신길·영등포·신도림 등 수도권 최악의 혼잡역을 모두 거친다.
굵은 빨간색 급행 노선은 구일역을 무심하게 통과하고, 퇴근길 직장인들은 좁은 완행열차에서 야구팬들과 뒤엉켜 거대한 콩나물시루를 형성한다.
서울에서 40년 넘게 거주하며 잠실과 고척을 제집 드나들듯 한 골수 야구팬 이 모 씨는 구일역에 내릴 때마다 혀를 내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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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11년 차 직장인 김모(40) 씨는 요즘 퇴근길이 두렵다. 용산역 승강장에 들어서는 순간 오늘 고척스카이돔에서 야구 경기가 열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원색의 야구 유니폼을 입은 인파가 승강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면 그날은 어김없이 ‘지옥철’ 당첨이다.

김 씨의 퇴근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그가 타는 1호선 완행열차는 구일역에 도착하기 전 노량진·신길·영등포·신도림 등 수도권 최악의 혼잡역을 모두 거친다. 문제는 구일역이 ‘완행 전용역’이라는 점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호선 용산~개봉 구간 9개 정거장 중 오직 구일역만 급행 혜택을 받지 못한다. 굵은 빨간색 급행 노선은 구일역을 무심하게 통과하고, 퇴근길 직장인들은 좁은 완행열차에서 야구팬들과 뒤엉켜 거대한 콩나물시루를 형성한다. 구로역에서 구일역까지 가는 단 2분 남짓한 시간이 김 씨에게는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이다.

◆ “서울의 두 구장 중 이런 구조는 유일”... 야구장 인파에 갇힌 ‘섬’
서울에서 40년 넘게 거주하며 잠실과 고척을 제집 드나들듯 한 골수 야구팬 이 모 씨는 구일역에 내릴 때마다 혀를 내두른다. 그는 “잠실은 역에서 내리면 바로 탁 트인 경기장이 보이는데, 구일역은 안양천 위에 떠 있는 섬 같아서 출구 하나 찾아가는 것도 숨이 턱 끝까지 찬다”며 “서울의 두 야구장(잠실·고척) 중 이런 기괴한 동선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주차 공간이 전무한 고척돔 특성상 관람객 대부분이 대중교통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혼란을 틈타 인근 민영 주차장들만 ‘야구 대목’ 수혜를 입는 기형적인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 구로구의 반격... “차량기지 이전 없인 출구도 없다”
이런 기괴한 구조를 해결할 ‘광명 방면 전용 출구’ 신설은 1995년 구일역 개통 직후부터 시작되어 어느덧 28년째 공전 중인 숙원 사업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비 44억4000만 원 지원을 결정받으며 물꼬를 트는 듯했으나, 지자체 간의 정치적 셈법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구로구의회 김철수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기고를 통해 “광명시가 차량기지 이전을 거부해 놓고, 이제와 구로구의 공간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출구 신설이 아니라 차량기지 이전을 수용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압박했다. 광명 측 전용 출구를 지렛대 삼아 차량기지 이전을 재추진하려는 이른바 ‘인질 정치’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 정치적 셈법에 볼모 된 ‘교통 주권’
이에 대해 광명시 정치권은 ‘교통권은 보편적 복지’라며 맞서고 있다. 도의원 예비후보 심상록 씨는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설계비가 반영된 만큼 이제는 실행의 단계”라며 완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행정구역 갈등 속에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가 볼모로 잡혀 있다”며 “지자체 간의 앙금을 떠나 매일 ‘지옥철’을 견디는 직장인과 주민들의 고통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도 김 씨는 인파를 뚫고 구일역 계단을 오르며 완공의 그날을 기다린다. “내 집 앞 역에 가는 길이 더 이상 정치적 협상 도구가 아니길 바란다”는 그의 소망은 현재진행형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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