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기 수출’ 세계 4위 급성장…K-방산, 리스크도 커져

김남일 기자 2026. 4.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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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포 사격 시험 중인 케이2 전차 모습. 현대로템 누리집

한국이 지난해 글로벌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에서 세계 4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재무장에 들어간 유럽 국가 등과 초대형 무기 공급 계약을 따내며 가파르게 성장한 결과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도 중동 국가에 실전 배치된 한국 방공무기 신뢰성이 입증되며 올해에도 케이(K)방산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수출 무기 성능·규모·대상국이 빠르게 늘면서, 한국이 국제 분쟁과 전쟁, 인권 침해 등에 간접 개입하거나 지원하는 상황이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겨레가 국제 무기 이전 규모 등을 장기간 추적 조사해온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도별 무기 수출 점유율을 추출해보니, 지난해 한국의 무기 수출 세계 점유율은 이 기관 조사에서 역대 가장 높은 6.0%로 나타났다. 2024년 8위(점유율 3.6%)에서 1년 만에 83% 성장세를 보이며 4위로 뛰었다. 미국(42%), 프랑스(10%), 이스라엘(7.8%)에 이어 네번째다. 5위는 러시아(5.8%), 6위 이탈리아(5.7%), 7위 독일(5.1%), 8위 중국(2.6%), 9위 영국(2.1%), 10위 네덜란드(1.8%) 순이었다. 전통적 방산 강국들을 따돌린 수치다. 지난해 폴란드와 케이(K)2 전차 180대 2차 계약, 필리핀과 에프에이(FA)-50 경공격기 12대 추가 수출 계약 등이 성사됐다. 정부 입장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목표로 내건 ‘세계 4대 방산 강국’의 첫발을 뗀 셈이다.

다만 의도치 않게 국제 분쟁의 한복판으로 한국이 끌려갈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지난달 중동 전쟁에 실전 사용된 한국 방어무기를 언급하며 “급성장하는 한국 방위산업이 간과해온 부분은 무기 실전 배치에 따른 정치적 파급 효과다. 한국은 의도했든 아니든 분쟁의 결과에 대한 이해관계를 축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무기 거래에는 수출국 의도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정치·외교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이란에 원유 공급 재개를 위한 외교적 교섭을 하는 한편, 한국 방어무기 추가 도입을 타진하는 주변 걸프국과도 소통하고 있다.

무기 수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법과 제도는 있다. 방위사업법 및 시행령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국제평화·안전유지 및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거나 전쟁·테러 등과 같은 긴급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는 경우’ 방산물자 수출 제한·조정을 명령할 수 있다. 대외무역법은 무기거래조약(ATT) 등 다자간 수출통제 공조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이 조약 의장국을 맡았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무기 수출은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외부 전문위원 등이 참여한 방산수출협의회를 통해 결정된다. 분쟁 지역이나 외교적 불안지역으로 수출이 될 때는 부처 간 의견 수렴을 통해 수출 여부와 규모 등을 조정하게 된다”고 했다.

다만 ‘민관 원팀’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원칙과 기준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한국 파트너 단체인 ‘피스모모’의 문아영 대표는 “군사·외교적 민감성을 고려해 수출 판단을 불허하거나 보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와 언론은 ‘방산 잭폿이 터졌다’ ‘방산 주가 급상승’으로 접근한다. 의미 있는 심사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 발언이 보편적 인권 차원이었다면, 무기 수출에서도 일관된 적용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교전국이나 분쟁지역에는 현재도 무기 수출이 금지되고, 계약 과정에서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게 돼 있다. 다만 방어용으로 수출한 무기체계가 사후적으로 전쟁·분쟁에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부가 외교력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방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체 모기업 대부분이 무기 외에 다른 분야 제품도 함께 수출하는 대기업이다. 무기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기업 역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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