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단속 징계라니…군무원은 군인이 아니다 [세상읽기]


김보라미 |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2025년 가을 몇몇 군무원이 군인처럼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에 회부되었다. 단정하게 단발머리를 유지했어도 머리를 자르라는 명령에 불복종했다며 각각 복종의무 위반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민간인에게 머리카락 길이를 이유로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니 믿을 수 있는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두차례나 부당한 권력행사를 탄핵하며 민주주의를 확립해온 우리의 현재 이야기다.
군무원은 군인이 아니다. 국군에 소속되어 있을 뿐, 행정·기술·연구 등 비전투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인 공무원이다. 원칙적으로 총을 들 일도, 전선에 나설 일도, 헬멧을 쓸 일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정당한 이유도 없이 군인과 동일한 두발 기준이 강요된다. 그 법적 근거는 군인 복무와 관련된 육군 내부규정인 ‘육규 120’이다. 그러나 상위 법률에도 군무원의 두발에 관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의 위임 근거조차 없이 내부규정 하나로 민간인의 외모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 경찰과 같은 특수직무 공무원에 대해서도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하여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수준의 규정만 있을 뿐 스타일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는 민간인 직렬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 군무원에게도 동일한 두발 규정은 없다. 비전투 민간인인 남성 군무원에게만 군인 수준의 두발 기준이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 규정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간인 군무원에 대한 두발 규제는 1968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그 직후 박정희 정부가 장발을 퇴폐적이라 규정하고 전 사회를 대상으로 두발 단속에 나서던 시절에 생겨났다. 경범죄처벌법에 장발 조항이 포함되고, 대중문화에까지 가위질을 자행했던 독재정권의 유물이다. 민간의 두발 규제는 1980년대 두발 자유화와 함께 사라졌다. 이제는 우스꽝스러운 옛날 일로 자료화면에서나 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 시절에 만들어졌던 군무원에 대한 규정만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다. 당사자들조차 사문화된 규정으로 여기던 조항이, 어느 날 갑자기 꺼내져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나라들은 군인에게도 위생과 헬멧 착용의 지장 여부 정도를 기준으로 삼을 뿐이다. 전쟁과 무관한 민간 직원인 군무원들에게 획일적인 헤어스타일을 강제하는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전투 민간 직원의 헤어스타일을 이유로 징계하고, 월급을 삭감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 행태다.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며, 그 안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 포함된다. 내 머리카락을 어떻게 기를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며, 가장 본질적인 자유의 영역이다. 전쟁과 무관한 민간인에게 군인과 동일한 두발을 강제하려면 적어도 그에 합당한 헌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근거는 현행 어느 법령에도 없다. 기본권 제한에는 반드시 비례의 원칙이 따라야 한다.
사실 두발 규정은 군무원 처우 문제와 관련된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국 4만여명의 군무원은 같은 공무원 신분임에도 직장협의회 구성이나 노동조합 설립조차 불가능하다. 2023년 7월 국회에 제출된 처우개선 청원에서 군무원들은 이러한 현실을 호소했고,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까지 올라갔다. 군무원들은 현재 군인이 아님에도 군내 훈련·당직, 체력 검정 등에서 전투 인력인 군인과 동일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이를 문제 삼는 것 자체도 조직의 특수성상 쉽지 않다. 국회의 검토 의견에서도 ‘군무원 정원은 증가하고 있으나 공무원 중 면직률이 가장 높으며 퇴직으로 인한 면직률은 임용 후 3년 내 30%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낮은 처우 군무원의 근무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으나, 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독재 시절의 잔재가 살아남아 민간인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잔혹한 일이다. 특히 민간인인 군무원에게 군인과 같은 규정을 들이미는 것은 군무원 제도의 선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과도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국방부는 이제라도 사문화된 후진적 규정들을 정비하고,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군무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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