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성청소년과 구인난… 새내기 순경에 "와달라" 읍소까지

이상무 2026. 4. 1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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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역의 한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A 과장은 올해 상반기 인사 기간 내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치안의 현장인 일선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범죄 수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일선 경찰서에선 여성청소년과 인력 공백이 지난해부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수도권 한 일선서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수사를 하던 경찰관들도 결국 형사나 수사 기능으로 옮겨 커리어를 쌓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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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스토킹 살인 등 관계성 범죄에도
일선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 인력 수급난
힘들게 정원 채워도 대부분 수사 '무경험'
1년 지나면 타 부서로, 수사력 축적 어려워
고강도 사건에도 낮은 보상 구조가 원인
경찰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청소년범죄 수사 할 생각 있어요?"

경기 지역의 한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A 과장은 올해 상반기 인사 기간 내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텅 빈 여성청소년수사팀 정원을 채우기 위한 '스카우트'에 온 정신을 쏟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답 대부분은 '거절'이었다. 차리를 채우지 못해 인사 발령은 점점 늦어지고, A 과장은 결국 '시보'(임용 전 업무 평가 기간)도 떼지 못한 지역경찰 순경에게까지 연락을 돌려야 했다. 그렇게 가까스로 채운 정원, 하지만 인력 구성을 보면 자꾸만 한숨이 나온다. 충원된 인력 절반이 수사를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는 '초짜', 앞으로가 더 문제였다.

치안의 현장인 일선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범죄 수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여성과 청소년 관련 강력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 초동조치, 수사 등 해야 할 역할은 점차 커치는 상황.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의 양과 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스토킹·교제폭력 등 범죄는 2021년 36만590건에서 2024년 44만2,507건으로 22.7%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범죄를 담당 인력은 5,068명에서 4,799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일선서 여성청소년과의 인력 공백이 고스란히 숫자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특히 일선 경찰서에선 여성청소년과 인력 공백이 지난해부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치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경기 남부 용인동부서와 평택서 등의 경우, 경찰청이 범죄 대응 강화 차원에서 정원을 늘렸지만 지원자가 없어 인력 충원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부의 판단(인력 추가 투입)에 현장의 수요(여성청소년 수사 지원)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 수도권의 일선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현장에선 사건 부담이 늘어나는 게 바로 체감되다보니 더더욱 찾지 않게 되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차리를 채워도 그다음이 또 문제다. 1, 2년 사이 형사·수사 기능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를 다시 수사 경험이 없는 인력이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일선서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수사를 하던 경찰관들도 결국 형사나 수사 기능으로 옮겨 커리어를 쌓으려 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충북 제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는 최근 정원의 70%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인력 부족은 곧 여성과 청소년 관련 수사 역량 저하로 이어진다. 수사에 필요한 경험이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현장에서는 "매년 수사력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수사를 지휘해야 하는 일선서 여성청소년과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의 수사 경과 소지 비율은 30% 이하로 99% 정도인 형사·수사과장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관계성 범죄는 초동 대응과 위험성 판단이 핵심인데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투입되면서 대응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그 원인을 '낮은 보상 구조'에서 찾는다.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등 업무 강도에 비해 승진이나 각종 평가에서 보상이 적으니, 지원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사건 자체가 예민하고 부담이 큰 데다 대응 과정에서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비판의 중심에 서기 쉬워 선뜻 지원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수사를 맡아도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유능한 인력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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