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북 두목이라 불출석" 소녀상 테러 日 정치인, 14년째 한국 법원 우롱
SNS엔 "이재명 반일" "재판 안 갈 거다" 광고
현행법상 방법 없어… 일본 정부 협조 미지수
재판 시효는 2038년 2월까지… 지나면 면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일본 극우 정치인 스즈키 노부유키(61)가 14년째 법정에 불출석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나타나지 않아 올해 재판도 물 건너간 상황. 그는 한국 법원을 우롱하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판에 가지 않겠다"는 입장과 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 협조가 없으면 그를 법정에 세울 방법이 없어 재판은 무기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즈키는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힌 말뚝을 묶은 뒤 이를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했다. 2013년 2월 검찰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지만, 이후 30번 재판이 피고인 불출석으로 '첫 공판'에 머물렀다. 스즈키에게는 2015년 5월 일본에서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쉼터 나눔의집에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소녀상 모형 등을 보낸 혐의가 추가됐다.
이 기간 스즈키는 SNS와 블로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 13일 한국일보가 확인한 블로그 소개 글에서, 그는 "한국에서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며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소환에 응할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달 11일에는 자신의 재판이 무산됐다는 내용의 한국 언론 기사를 SNS에 공유하면서 "스즈키는 재판에 가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가 인도를 거부하지 않으면 판결을 받고 평생 한국 감옥에서 살게 된다"며 "나는 한국인이 아니니 한국 정부 소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글도 올렸다. 중앙지법으로부터 받은 소환장을 당당하게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블로그 글에서는 재판 불출석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내 친북 세력은 크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그 두목이며 위안부는 반일카드의 상징적 문패"라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반일사상이 개화하고 있다"며 "본질은 친북, 반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위안부 모욕, 독도 소유권 주장 등 반한 발언도 이어갔다.
일본 정부 협력에 기댈 수밖에

법원과 정부를 대놓고 무시하고 우롱하고 있지만 스즈키를 재판에 세울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법원은 여러 차례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모두 기한 만료로 반납됐다. 일본에 사는 스즈키에게는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은 ①사건이 경미하거나 공소기각 나올 게 뻔한 사건 ②피고인이 불출석 허가신청을 제출한 사건 등에 한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스즈키 사건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규칙에서는 ③피고인이 행방불명된 경우 출석 없이 형사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소환장 등이 송달이 되지 않는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스즈키도 이를 알고 있는 듯 SNS에 중앙지법에서 보내는 소환장들을 보란 듯이 올리고 있다. "소환장이 송달되고 있으니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법원에 보내는 것이다.

기댈 곳은 일본 정부의 의지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강제송환은 외교적 문제에 가까워 일본에 스즈키의 송환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어렵다.
법무부는 2018년 일본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했지만, 이후 진행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나를 인도하는 것을 거부해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스즈키 글로 추정만 할 뿐이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4차례 걸쳐 스즈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재판 시효는 2038년 2월까지다. 이 시기가 지나면 면소 판결을 내려야 한다. 다음 기일은 2027년 3월 17일이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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