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45조 성과급 요구에... 업계 '해외 빅테크 이탈' 우려

김진욱 2026. 4. 1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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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가 회사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발표 후 성과급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회사 측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던 노조는 회사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자 이를 15%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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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 발표 후 성과급 더 요구
기록적 실적이 내부 갈등 돼 곤혹
해외 빅테크 계약 이행 차질 우려
중국·미국 반사이익 얻을 가능성
3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엔비디아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E'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새너제이=연합뉴스

다음 달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가 회사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발표 후 성과급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회사 측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록적인 실적이 되레 내부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회사 안팎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런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만으로도 세계 시장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 원까지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 만큼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성과급 규모가 45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업계에선 '노조와 회사 입장 사이에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당초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던 노조는 회사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자 이를 15%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현 상황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메모리 반도체 입도선매에 나선 ①해외 빅테크가 삼성전자와의 계약에서 이탈할 가능성이다. 빅테크가 메모리 확보를 위해 장기 공급계약은 물론 대규모 선급금까지 지불했으니, 만약 파업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가 감당해야 하는 페널티가 적지 않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공급 일정이 틀어지면 빅테크들의 제품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급이 더 안정적인 경쟁사로 신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2월 24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 건설 현장에 설치된 조명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②성장동력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정에서 엔비디아 납품 지연을 겪었던 삼성전자로선 이번 파업 위기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또한 매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세계 시장에선 한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이 쉽지 않고 그만큼 '속도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D램 부문에선 중국 업체들이, HBM에선 미국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을 거란 지적도 많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구동칩(DDIC)이나 전력관리반도체(PMIC) 같은 ③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생산 역시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들 제품은 삼성전자 디바이스설루션(DS)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한다. 대만 공상시보는 "(삼성전자의) 파업 영향이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최근 보도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45조 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액(37조7,000억 원)보다 많다. 성과급 재원이 미래 성장동력 투자 규모보다 큰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앞으로는 ④R&D 투자는 물론 신규 팹(공장) 증설, 주주 환원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점도 제기된다.

지난달 말 협상이 중단된 뒤 노사 갈등은 악화일로다. 삼성전자는 10일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명단 자료가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사내에 공지했고, 전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일부 팀에서 노조 미가입자를 확인한 분들이 있고, 이를 명단화해 내부 공유하면서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로 노사 관계가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3일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 후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예고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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