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 노동감독관, AI 프로그램 직접 만든 이유는?

송주용 2026. 4. 1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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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의 노동]
<26> 노동감독관 강민씨
디지털 수사 위해 각종 연구 독파
음성 기록 텍스트로 바꾸는 AI 개발
"업무시간 25% 단축, 효율성 증가"
편집자주
전문적이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주변의 직장·일·노동. 그에 담긴 가치, 기쁨과 슬픔을 전합니다.
강민(왼쪽)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노동감독관이 수사 현장에서 압수물을 나르고 있다. 강민 노동감독관 제공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그만큼 사건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도 있죠. 노동감독관으로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 평소 다짐인데요. AI 도움을 받아 더 따뜻한 노동행정을 펼치려 합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일하는 강민(37) 노동감독관은 최근 부처 안팎의 주목을 받은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가 개발한 AI 도구가 노동부 선정, 행정 혁신 사례로 뽑혔기 때문이다.

강 감독관이 개발한 AI 도구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방대한 통화 녹음 파일을 AI가 즉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사운드라이터(SoundWriter)다. 현장에서 사용되는 은어와 전문 용어, 감독 현장의 각종 소음이 뒤섞인 음성 수사 파일을 텍스트로 바꾸는 것은 노동감독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업무 중 하나다. 강 감독은 직접 개발한 AI 도구를 이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더 촘촘한 수사가 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평범한 공무원에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로

강민 노동감독관이 고용노동부 공무원 등을 상대로 디지털포렌식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강민 노동감독관 제공

강 감독관은 2015년 처음 공직에 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싶다"는 목표가 컸다. 기업지원 업무와 부정수급 감독 업무 등을 거친 뒤 2019년 처음 노동감독관이 됐다.

"노동감독관이 처음 됐을 때 신고 사건을 열심히 처리해보려 노력했어요. 6개월 차부터 악질 사업주에 대한 체포영장과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직접 체포도 했었죠."

그런 그는 우연한 계기로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물 분석)에 눈을 떴다. "2019년 자동차 생산 공장에 대한 대규모 수색 영장 집행 현장에 참여했는데요. 그때 디지털포렌식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컴퓨터 본체를 열심히 나르면서 막연히 디지털포렌식이 멋지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고요. 디지털포렌식으로 숨겨졌던 사실 관계를 찾아내는 것도 의미 있었죠. 2022년 디지털포렌식 업무에 자원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강 감독관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순수 문과생이었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디지털 증거 수사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업무편람, 지침, 법령을 보고 팀원과 소통하며 일을 처리하면 됐는데요. 디지털포렌식 업무는 디지털 증거 수집에 대한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을 주고 연구 논문을 사서 디지털포렌식 수사 역량을 키우고 동료들과 교육 활동을 함께했죠."

퇴근 후에도 수사 역량을 키워온 그는 지난해 노동부 대표로 연구기관을 찾아 디지털포렌식 강의를 진행할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그때를 떠올리며 "가장 뿌듯하고 재밌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AI 개발로 업무효율 상승…꾸준한 성능 개선"

13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우리 노동부 인공지능 전환(AX) 세미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수사 전문성이 쌓이자 관심은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으로 옮겨갔다. 특히 노동감독관들이 상당한 시간을 들이는 음성 수사기록을 텍스트로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기존에도 음성 기록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문제점이 많았다.

여러 사람이 대화한 내용을 마치 한 사람이 계속해서 말한 것처럼 변환하거나 기본적인 문단 나눔조차 되지 않아 대화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변환된 텍스트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수십, 수백 개 음성을 다시 들어보며 확인작업을 거치는 이중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더 정확한 텍스트를 위해 개인적으로 AI 프로그램이나 텍스트 변환 서비스를 돈을 주고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것조차 정확도가 떨어져 난감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추가 비용을 내고서도 업무에 큰 도움을 못 받았던 거죠. 결국 제가 AI 프로그램인 사운드라이터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강 감독관이 사운드라이터 개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일과 시간에는 노동감독관 업무를 수행하고 퇴근 후 2, 3시간을 개발 작업에 투자했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시간을 쏟아부은 적도 여러 번이다. 두 달의 시간이 흐른 뒤 처음 서비스 버전을 내놨고, 오류 수정과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 과정을 거쳐 올 1월 정식으로 사운드라이터를 내놨다. 강 감독관은 직접 개발한 AI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음성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5%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기존에는 휴대폰 포렌식을 할 때면 사건과 관련 있는 음성이 무엇인지 수십, 수천 개 음성파일을 변호인, 피의자 등과 함께 일일이 청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운드라이터로 텍스트 전환을 빠르게 한 뒤 키워드를 검색하면 금방 사건 관련 대화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강 감독관은 앞으로 현장 소음과 사람 목소리를 분리하는 기능을 강화해 정확성을 높이고, 외국인 노동자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번역 기능 등을 추가해 AI 프로그램의 성능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다.

노동감독관으로서 "수사를 통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따뜻한 노동행정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여름철 생존투쟁을 하던 해고 노동자들에게 사비를 털어 라면과 수박을 건넨 적도 있다. "사업주와 노동자, 노동감독관의 위치와 사정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돕고 사는 세상이 되는 데 노동감독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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