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너무나 짧게 스쳐간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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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서양 속설이 있다.
낙하 시 몸을 회전시켜 발로 착지하는 정위반사, 유연한 몸 구조, 뛰어난 점프력 등을 통해 수많은 생사의 위기를 넘긴다는 고양이.
시도 때도 없이 서로 뒤엉키는 손바닥만 한 작은 생명체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진 힐링 영상처럼 느껴졌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꽃처럼 빛나는 시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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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서양 속설이 있다. 낙하 시 몸을 회전시켜 발로 착지하는 정위반사, 유연한 몸 구조, 뛰어난 점프력 등을 통해 수많은 생사의 위기를 넘긴다는 고양이.
하지만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은 듯 싶다. 적어도 대한민국 길냥이로 살아가는 운명이라면 더욱더.
두 달 전 회사 후문 주차장 인근 조그마한 화단. 길고양이 한 마리가 그곳에 거취를 정한 듯 자리를 잡더니 곧이어 꼬물이 네 마리를 출산했다.
회사 맞은편 빌라 주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길냥이들의 사료를 챙기며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일부 회사 직원도 수시로 간식과 물을 제공했다. 시도 때도 없이 서로 뒤엉키는 손바닥만 한 작은 생명체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진 힐링 영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한 평 남짓한 화단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잔인한 현실. 질병과 굶주림 그리고 로드킬. 이를 알 턱이 없는 새끼 냥이들은 화단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묘생 1막을 즐기는 듯 보였다.
한 달쯤 지난 오후. 식빵 자세로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쉬던 새끼 한 마리. 코와 입 주변에 번져 있던 핏자국.
주말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경비 반장님의 한마디. “결국 한 마리가 갔어요”. 사체가 발견된 장소는 밥그릇이 놓여 있던 화단 안쪽.
그렇게 새끼 길냥이 한 마리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형제자매의 죽음을 목도해서였을까. 그날 이후 거짓말처럼 새끼냥이 식구들은 화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며칠 뒤 회사 인근 골목에 주차돼 있던 차량 밑. 안면 출혈에 다리를 절고 있던 또 다른 새끼 냥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싸늘한 주검이 된 냥이를 빌라 주민이 수습했다는 소식이 이틀 만에 들려왔다.
세상에 나와 잠시 누렸던 묘생의 황금기가 너무나 짧게 스쳐 지나갔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꽃처럼 빛나는 시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순간’.
길 위에서 태어나 이름 없이 살다 사라져 가는 수많은 길고양이들. 지금도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길냥이들이 험난한 묘생의 길자락 어딘가에서 길고 긴 화양연화를 맞이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양휘모 기자 return7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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