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2연패도 여정의 일부"…뚜벅뚜벅 걷겠다는 '36살 소년' 매킬로이

박대현 기자 2026. 4. 1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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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첫 착용은 17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 착의(着衣)는 1년이면 충분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역대 4번째 마스터스 토너먼트 2연패를 달성했다.

"연속으로 그린 재킷을 입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25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11언더파 277타·미국)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그린 재킷을 입었다.

마스터스 시상식은 전년도 우승자가 올해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전통이 있다.

정상을 사수한 '디펜딩 챔피언'은 대회 관계자를 바쁘게 했다.

2년 연속 우승자가 같아 이날엔 오거스타 내셔널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녹색 재킷을 입혀줬다.

매킬로이는 당대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잭 니클라우스(1965~1966년·미국), 닉 팔도(1989~1990년·잉글랜드), 타이거 우즈(2001~2002년·미국)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마스터스 2연패 주인공이 됐다.

▲ 연합뉴스 / GETTY IMAGES NORTH AMERICA

우승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라운드까진 순항했다. 공동 2위 그룹을 6타 차로 넉넉히 앞섰다.

3라운드에서 '아차' 했다. 샷이 크게 흔들려 캐머런 영(미국)에게 공동 선두를 내줬다.

11번 홀부터 13번 홀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아멘 코너'에서 3타를 잃었다.

하나 최종일에 뒷심을 발휘했다.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셰플러를 일축하고 새 역사를 썼다.

이날은 아멘 코너에서 평온했다. 11번 홀을 파 세이브로 막은 뒤 12, 13번 홀을 연속 버디로 마감해 우승 기틀을 마련했다.

매킬로이는 '멘털의 힘'을 강조했다. "골프는 모든 스포츠 중 멘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라며 "4라운드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다"며 씩 웃었다.

"경기 중 부모님 생각이 몇 번 났지만 '아직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면서 "지난해 부모님이 현장에 오시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우승했다 믿으시더라"라며 올해도 부모가 불참할 뻔한 배경을 귀띔했다.

이어 "겨우 설득해 (올해는)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두 분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서 다행"이라며 또 웃었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을 묻자 마지막 홀을 입에 올렸다. 그만큼 셰플러와 공방이 치열했다.

"18번 홀(파4) 파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췄을 때 그린 뒤에 있던 가족이 보였다. '또 해냈다'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보다 격한 감정이 솟구치진 않았지만 기쁨은 더 크다"고 돌아봤다.

가장 긴장했던 순간에 관해서도 역시 18번 홀을 설명했다. "18번 홀 티샷을 친 뒤 공을 찾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

매킬로이는 최종 홀 티샷을 치기 전까지 먼저 경기를 마친 셰플러를 2타 차로 앞서 우승이 유력했다.

더블보기 이상만 치지 않으면 우승할 수 있었다.

하나 티샷이 오른쪽 숲속으로 떨어지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설상가상. 매킬로이는 나무 사이로 두 번째 샷을 잘 빼냈으나 그린 앞 벙커에 떨어지면서 위기가 계속됐다.

완벽에 가까운 스윙 시퀀스를 자랑하는 1989년생 골퍼는 그럼에도 침착했다.

세 번째 샷으로 벙커에서 탈출한 뒤 3.66m 거리에서 시도한 파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붙여 갤러리 탄성을 자아냈다. 매킬로이가 말한 마스터스 2연패를 확신한 순간이었다.

승부처였던 아멘 코너 전략을 묻는 말엔 "과거에는 방어적으로 플레이하다 실패했는데 이번엔 공격적으로 임했다. 그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매킬로이는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17번째 도전 만에 마스터스 정상에 올라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역대 6번째로 달성했다.

2011년 US 오픈을 시작으로 이듬해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2014년 디 오픈을 제패한 지 11년 만에 대업을 완성했다.

올해는 우즈 이후 24년 만에 이 대회 2연패 위업을 이뤘다. PGA 연감에 제 지분을 연이어 키웠다.

아울러 PGA 투어 시즌 첫 승과 통산 30승, 메이저대회 6번째 우승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또한 그는 1~4라운드를 모두 1위로 끝내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궜다.

대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45년간 마스터스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둔 건 트레버 이멜만(2008년·남아프리카공화국), 조던 스피스(2015년·미국), 더스틴 존슨(2020년·미국)에 이어 네 번째다.

하나 매킬로이는 여전히 배고프다.

"지난해엔 그랜드 슬램 달성이 (목표의) 끝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여정의 일부라고 느낀다"면서 "여전히 이루고픈 꿈이 있다. 지난해에 느낀 감정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진 않았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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