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에 ‘경제 폭탄’ 던졌다… 원유 수출길 끊어 협상판 흔들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란의 원유 수출길을 끊는 경제적 최대 압박으로 이란 지도부의 ‘핵 포기’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가 상승이라는 단기적인 출혈을 감수하면서라도 이란을 경제적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 향후 협상 구도를 미국에 유리하게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시행한 ‘남부의 창(Southern Spear) 작전’의 중동판인 셈이다.
이란은 세계 3위 확인 매장량을 가진 산유국이자 글로벌 생산량 상위 10위 국가다. 이란은 전쟁 국면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며 자신들의 원유 수출을 위한 선박의 통행만 허용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거꾸로 이란산 원유를 수출하는 유조선이나 이란에 물자를 제공하는 제3국 선박만을 타깃으로 함으로써, 이란의 돈줄을 끊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 지렛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줄 차단이 폭탄만큼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란 경제를 고립시키는 동시에 이란산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도 강화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면서 “이란은 지금 매우 좋지 않은 상태(in very bad shape)이고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가을까지 휘발유 가격이 하락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동일할 수도 있고, 아마도 좀 더 높아질 수도 있다”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유가 상승이 계속되더라도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가을까지 버틸 수 있다는 식으로 벼랑 끝 대치를 예고한 것이다.

유가를 볼모로 한 트럼프의 이 같은 승부수는 기존 정책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유가가 급등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억제하기 위해 해상에 떠 있던 이란산 원유 제재를 한 달간 유예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당시 조치로 시장에 풀려난 이란 원유 물량은 1억4000만 배럴에 달한다. 원자재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의 분석 결과, 이란은 이 제재 유예 기간을 틈타 3월 한 달간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 등에 안정적으로 수출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이는 직전 3개월 대비 하루 10만 배럴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이 막힌 상황을 역이용해, 이란은 자국 원유를 브렌트유보다 수 달러 높은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추가 수익까지 거뒀다. 이렇게 한 달간 벌어들인 원유 수익만 약 40억~50억달러(약 5조9000억~7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2024년 전후 이란 연간 실질 국방비의 약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유가 안정을 위해 이란에 수조 원대 전쟁 실탄을 쥐여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한 달 만에 이란의 ‘봉쇄 견디기’를 돕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역봉쇄로 ‘유가 치킨게임’에 돌입했지만, 버티기 역량은 구조적으로 이란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십 년간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겪어온 이란 체제는 경제적 고통을 내부 결속으로 전환하는 내성이 강한 반면, 미국은 단기적인 경제 지표가 곧바로 지지율과 선거 여론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미 전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미국 유권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갤런당 4달러를 넘은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대로 가다간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현재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전문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모나 야쿠비안 국장은 “이번 봉쇄는 공급 중단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이란이 맞대응할 경우 진짜 고통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이라는 정치적 비용을 짊어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고강도 해상 압박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이번 역봉쇄 전략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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