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올해 단종문화제의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까닭

임수현 2026. 4. 1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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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단종문화제에 처음 참여한 건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이었다.

단종이 승하한 지 550년 되던 2007년부터 시작돼 단종제의 꽃으로 자리매김한 단종국장도 '역사스페셜'로 대체됐는데, 그 시나리오 작업을 맡으면서 사료와 구술 등을 통해 영월의 깊은 역사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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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현 소설가·바우플래닝 작가

영월 단종문화제에 처음 참여한 건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이었다. 단종이 승하한 지 550년 되던 2007년부터 시작돼 단종제의 꽃으로 자리매김한 단종국장도 ‘역사스페셜’로 대체됐는데, 그 시나리오 작업을 맡으면서 사료와 구술 등을 통해 영월의 깊은 역사를 알게 됐다.

유난히 살이 에이는 사월 봄밤,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어둠에 갇힌 장릉을 올려다봤다. 흰 모래 깔린 동강둔치와 장릉 비탈까지 인산인해를 이룬 장관을 담은 흑백사진 같은, 석탄과 중석·시멘트산업의 허리가 된 탄부들의 고된 얼굴 같은 그 밤의 은은한 잿빛만으로도 단종제의 이야기는 족하다고 생각했다.

전국의 축제가 마스크에 가려진 그 시기부터 인연이 닿아 해마다 단종제를 찾고 있다. 재도약을 선언하는 다양한 외침 속에서 내 마음에 밟힌 이야기는 그 밤빛처럼 영월, 이곳에 깃든 사람들의 오랜 이야기였다. 서슬 퍼런 엄명에도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대사의 흥망성쇠를 떠받치고, 동강의 본류를 지켜낸 그들이야말로 생육신이고 호장 엄흥도였다. 뚝심에 보답하듯 올해 단종제는 전 국민이 어우러질 조짐이 보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본 1457만명(3월 22일 기준, 1457년은 단종이 승하한 해)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청령포를 다녀왔다. 굽이치는 강물과 솔숲은 그대로였지만 강나루에 꼬리에 꼬리를 문 사람들의 표정과 대화는 지난해와 확연히 달랐다. 묘호인 단종 대신 휘(본명)인 홍위, 엄흥도, 숙부인 금성대군까지 되뇌며 애달파하고, 폐위된 어린 왕은 이 머나먼 곳에 버려졌건만 세조는 남양주 광릉에 당당히 묻혀 있다고 분개했다.

청령포에서 장릉으로 발걸음을 옮겨 올해 단종제 팸플릿을 읽었다. 다양한 공연보다 눈길을 끄는 건 늠름한 단종어진과 왕실 장례와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영월의 아침을 밝히는 가장행렬과 밤을 물들이는 단종국장 행렬은 함께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해는 가장행렬에 ‘어계호승단’이란 이름으로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생육신 중 하나인 어계(漁溪) 조여(趙旅)가 단종대왕이 승하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청령포로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홍수가 져 강을 건너갈 수 없어 깊은 시름에 빠졌을 때, 호랑이가 나타나 제 등을 내어주어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는 ‘호도청령포(虎渡)’설화에 바탕한 작명이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패랭이 쓰고 산신 호랑이가 되어 단종의 내생을 지킨 도깨비와 충신들과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영월이 들려줄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았구나 생각했다.

영월을 찾은 손님들도 이 길이 왕이 죽고 묻힌 길이자 엄흥도가 단종의 주검을 지게에 지고 노루가 데운 얼음 땅에 묻은 길이라는 걸, 도깨비가 지킨 마을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영월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더 궁금하지 않을까? 또 어떤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어제의 시간들이 나이테가 되어 새순이 돋고 꽃과 잎으로 벙그는 오늘을 기적처럼 경외한다.

단종제의 낮과 밤을 해와 달처럼 연년세세 이어온 올해 가장행렬과 단종국장에는 단종 이야기를 새롭게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의 물결이 더해질 것이다.

그건 단종과 영월이 수 백년 동안 걸어온 길이자 내년 60주년을 맞이할 단종문화제가 나아갈, 우리 모두 걸어왔고 걸어갈 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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