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8. 황승룡 원주 중앙동 12통장
바가지 요금 중재·소외계층 주거 보수
사비 모아 달방 거주자 생필품 나눔
카페·집수리 사업단 구성·자격증 취득 등
역량 강화 ‘문화공유 플랫폼 운영권’ 확보
관 주도 탈피 주민중심 자생모델 구축 총력
“주민들 신뢰, 난제 극복 든든한 버팀목
중앙동 옛 명성 반드시 회복할 것”
침체된 도심에 불어 넣은 희망, 내 이웃은 내가 직접 지킨다
원주시 중앙동은 1990년대 초반까지 원주 최대 번화가였다. 그러나 1994년부터 단계택지 조성 등 신도심이 속속 개발되면서 최대 번화가였던 중앙동은 침체를 겪어왔다. 인구는 2026년 3월말 기준 2072명으로 줄고, 명칭도 중앙동과 인근 평원동을 합쳐 ‘중평마을’로 불릴 정도다. 이 같이 침체되고 있는 중앙동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다. 황승룡(78) 중앙동 12통장이다. 중앙동 도시재생 운영위원장, 중평마을 관리 협동조합 이사장, 중앙동 천사지킴이 회장 등 1인 4역을 소화하고 있는 황승룡 통장을 들여다봤다.

■ 중앙동 천사지킴이
중앙동 12통은 원주 시내에서 여인숙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소위 ‘달방’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일용직 노동자나 알코올 중독 등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이 여인숙 골목에서 2019년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한 여인숙 주인이 홀로 세상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발견된 사건으로 황 통장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황 통장은 일주일에 세 번씩 손전등을 켜고 여인숙 골목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앙동 통장 7명과 뜻을 모아 ‘천사지킴이’를 결성했다. 이들은 사비를 모아 매달 10여 만 원의 기금으로 달방 거주자들에게 라면과 쓰레기봉투 등을 지원했다. 술만 마시며 끼니를 거르는 이들에게 먹거리를 챙겨주고, 말동무가 됐다. 여인숙 벽면에는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통장 전화번호를 크게 적어 붙였다. 싸움이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중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 중앙동 12통 ‘해결사’
황 통장과 함께 찾아간 ‘국화여인숙’. 시간이 수십 년 전에 멈춘 듯한 모습이다. 20년째 이곳을 운영 중인 서영희 대표는 신경이 망가져 휠체어에 의지하는 불편한 상태로 묵묵히 여인숙을 지키고 있다.
서 대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방값은 하룻밤에 1만원이다. 전기세, 수도세 다 떼고 나면 하루 7000원 남짓 남는다. 그래도 여기 오는 사람들은 그날 벌어서 그날 먹고 사는 이들인데 여인숙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처럼 중앙동 12통은 소외된 이웃들이 모여 있고 주점들이 밀집해 있어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주점 손님과 주인 사이에 시비가 붙으면 상인들은 경찰에 앞서 황 통장에게 먼저 SOS를 친다.

■ 도시재생 견인
중앙동은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수백억원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크고 작은 민원도 빗발쳤다.
이때 등장한 이들이 바로 황승룡 12통장을 비롯한 중앙동 1통부터 16통 통장들이다. 이들은 좁은 골목길 포장 작업시 사비를 들여 주차 선을 그리며 주민을 설득하는 등 도시재생 사업 관련 공사 때마다 앞장서 민원을 최소화했다.
중평마을(중앙동+평원동) 관리 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한 황 통장은 평원동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과거 부촌이었던 평원동 일대는 젊은이들이 떠나 노인들만 남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이 많아 열악한 형편에 집이 낡아도 보수는 엄두도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황 통장은 중평마을 관리 협동조합 사업 일환으로 ‘소외계층 집수리 봉사’를 마련, 현장에 뛰어 들었다. 지난 5년간 도배, 문짝 교체, 방충망 수리 등을 해준 집만 40여 곳에 달한다. 비용 충당을 위해 중앙동 금융기관인 원주·밝은신협을 찾아가 후원을 이끌어낸 것도 황 통장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 지역 자생력 강화 앞장
도시재생 사업이 완성돼 가는 2026년 현재, 황 통장은 중앙동 주민들과 함께 한가지 숙제를 더 해결했다. 도시재생 일환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조성된 ‘문화공유 플랫폼’의 지역 주도 운영 문제다.
문화공유 플랫폼은 도시재생 초기부터 관 주도가 아닌 주민들이 운영하며 지역 자생력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때문에 황 통장을 비롯한 중평마을 관리 협동조합은 문화공유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주민들 스스로 카페 사업단과 집수리 사업단을 꾸렸고, 조합원 32명이 선문대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이수해 안전관리 자격증과 청소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치맥축제, 만두축제, 도깨비축제 등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원주시의 굵직한 행사와 발맞춰 주민 주도의 문화를 꽃피우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협동조합 그리고 주민들의 운영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원주시가 직영 체제 유지 입장을 시사해 왔다. 다행히 황 통장은 주민들과 지역의 상황, 그동안의 노력, 이를 통해 함양된 지역 능력 등을 어필하며 원주시 입장 선회를 이끌어 냈다. 시는 오는 7월 중평마을 관리 협동조합에 문화공유 플랫폼 운영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영 기자 mod1600@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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