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어만 보고 구매는 모바일"… 광주·전남 '옷 가게' 짙은 불황
온라인과 쇼루밍에 갇힌 오프라인 매장
'패션 1번지' 충장로 상권 공동화 악순환
"특색 살린 중장기적 대책 절실한 시점"

불황 여파로 온라인 쇼핑 문화가 일상으로 깊게 뿌리내리면서 광주·전남 지역의 오프라인 의류 상권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소비의 패러다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자,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동네 소형 옷가게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이는 곧 지역 상권 전체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13일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광주의 옷 가게는 2619곳으로, 7년 전인 2019년 12월(3208곳)과 비교해 무려 18.4%(589곳)나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연말 기준 2020년 3061곳이었던 매장 수는 2022년 2967곳, 2024년 2786곳, 2025년 2635곳으로 매년 100곳 내외가 문을 닫고 있다. 전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20년 12월 3042곳에서 올해 2604곳으로 약 14.4%(438곳) 줄어들며 지역 전반에 걸쳐 의류 소매업의 축소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옷가게가 유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핵심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거대한 팽창'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6% 늘어난 22조 5973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의복 분야만 1조 5692억원에 달했다. 패션 소비의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한 것이다.
현장의 상인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수치 이상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이른바 '쇼루밍(Showrooming·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행태)' 공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직접 옷을 입어보러 오는 손님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방문한 손님조차 휴대폰으로 온라인몰과 계속 가격 비교를 한 뒤 그냥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수입은 줄어드는데 임대료와 관리비는 그대로니 결국 폐업을 고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기'로 진단한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온라인 쇼핑몰과 비교해 소규모 오프라인 의류점은 가격 경쟁력, 물류, 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때 2030 세대가 즐겨 찾으며 '광주의 패션 1번지'로 불렸던 충장로 일원의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보세 의류 매장이 즐비했던 거리 곳곳에는 임대와 점포 정리 안내문이 내걸렸고, 갤러리아존 1층 등 주요 목에도 빈 점포가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충장로와 금남로의 공실률은 27.2%에 달했다. 상가의 4분의 1 이상이 비어있음에도, 임대료는 1㎡당 3만 400원(1평당 10만 원 이상)으로 조사 대상 13곳 상권 중 가장 비싸 상인들의 재진입마저 가로막고 있다. 일부 점포가 무인 의류점이나 편집숍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침체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히 옷만 진열해 놓고 파는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쇼핑과 명확히 구별되는 오프라인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경본 광주상인연합회장은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와 소비층의 세대교체, 전반적인 내수 불황이 겹치며 지역 옷가게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에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까지 확정되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며 "지역 전통시장과 상점가만이 줄 수 있는 먹거리, 입을 거리, 놀거리 등을 연계해 특색을 살리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