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의 톱밥 먹는 중입니다] [19] ‘완성’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보통 ‘완성’을 마지막 순간에서 떠올린다. 마지막 나사를 고정하는 순간, 기기 작동을 확인하는 순간을 완성이라 생각한다. 나도 예전엔 물건이 공장을 떠나면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르다.
모션 데스크를 만들었다. 높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이다. 밀도가 높은 원목 상판이 무거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 덕분에 근육이 늘었고, 때문에 애착도 늘었다. 배송 중에 책상이 다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탁송을 하는 대신 직접 가구 배송을 갔다. 그야말로 꽁꽁 싸매듯 포장했다.
배송지는 울산의 병원이었다. 남양주에서부터 네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뒤, 영업 종료를 기다려 늦은 저녁에야 설치를 시작했다. 시간이 늦은 만큼 신속하게 일을 끝내고 싶었다. 공구를 어떤 순서로 꺼내서 어떤 부품부터 어떤 자세로 조립할지 연습해 갔다. 그런데 현장은 늘 생각과 다르다. 우선 기존 책상과 컴퓨터, 모니터 등 잡다한 장비들을 해체해야 했다. 책상 아래 전선은 엉켜 있었고, 모니터 암이 난데없이 분해되기도 했다. 좁은 진료실에서 함부로 움직이다 관절 모형을 부수면 안 된다. 가구를 빼내다 새하얀 벽이나 문틀을 긁어도 안 된다. 숨을 참고 옮겼다. ‘잠깐만요’가 계속 나왔다. 빠르게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설치는 금방 끝났다. 작업 후 책상 높이를 올렸다 내렸다 해보고, 흔들림을 확인하고, 모서리 마감을 손으로 한 번 훑어본다. 나가 있던 물건들을 다시 숨 참고 복구시킨다. 컴퓨터 선 정리 가이드까지 한다. 선 정리는 고객이 할 일 아니냐고? 데스크테리어(데스크+인테리어의 합성어)는 선 정리가 생명이다. 편의성도 있지만, 정리해야 예쁘니까. 친절한금자씨가 그랬다. 뭐든지 예쁜 게 좋다고.
“잘 맞네요.” 고객의 무심한 말 한마디가 충분한 보람이다. 과한 칭찬보다 ‘이상 없음’이란 담백한 신호가 더 반갑다. 가구 제작을 드디어 마친 기분이다. 가구는 제품을 박스에 담아 출고할 때가 아니라, 고객의 집이나 일터에 제대로 자리 잡는 순간에 완성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검찰청을 폐지한단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를 신설하고, 대법관도 증원한단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이 명분이란다. 그런데 입법자의 임무는 법안의 통과나 법률의 시행만으로 완수되는 게 아니다. 입법이라는 제품이 현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가 유책 기간이다. 외면했던 부작용이 현실이 되었을 때 마땅히 고쳐낼 염치까지가 책임이다.
자정이 넘어 남양주로 돌아가는 길, 제일 무서운 건 졸음이었다.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댔다. 창문도 열어보고, 물도 마셔보고, 몸도 풀어봤지만 제일 효과적인 건 고성이었다. 스스로를 깨우는 방식이 너무 원시적이라 웃겼다. 그래도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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