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불사조’ 박철순 “야구로 받은 사랑, 돌려드리고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12월 '2025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는 뜻깊은 이벤트가 열렸다.
1995년 우승 당시 잠실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던 박철순은 "야구를 통해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레전드 게임을 포함해 앞으로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박철순이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박철순은 22연승과 함께 24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라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KBO리그 최초의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역시 그의 몫이었다. 박철순은 “많은 사람들이 22연승을 두고 등번호를 넘어서려 했던 것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원래 내가 원했던 번호는 에이스의 상징인 11번이었다. 그런데 팀 선배(계형철)가 11번을 다는 바람에 21번을 달았을 뿐”이라며 웃었다.
박철순의 전성기는 4월의 벚꽃만큼 짧았다. 이듬해부터 끊임없는 부상에 시달렸다. 고질이던 허리 수술을 여러 번 했고, 왼쪽 발목 아킬레스힘줄이 끊어졌다.
보통 선수면 포기할 만도 했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섰다. 1996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기적처럼 마운드로 돌아와 공을 던졌다. 박철순은 “한물간 투수를 구단이 끝까지 기다려줬다. 가족과 팬들의 넘치는 응원도 받았다”며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더 간절히 매달렸다”고 했다. 은퇴 한 해 전 그는 9승(2패)을 거두며 팀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우승 확정 후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잠시 코치로 일하던 그는 한동안 야구를 떠나 사업가의 삶을 살았다.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체 대표를 했고, 골프용품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한때 직원이 2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물건을 팔아도 수금을 잘 하지 못하는 어려움 끝에 몇 해 전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1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는 마음에도 병이 왔다. 박철순은 “사업을 접은 후 자격지심이 생겼다. 사람 만나는 걸 피했고, 오는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런 그를 다시 양지로 꺼내 준 것은 역시 야구였다. 박철순은 얼마 전부터 원로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의 대외협력부회장을 맡고 있다. 외부 활동을 하면서 다시 운동도 시작했다. 동네 산책길 걷기를 시작으로 작년 가을부터는 피트니스센터에도 다닌다. 박철순은 “일주일에 최소 4번은 운동한다. 피트니스센터에 가 보면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정말 열심히 몸 관리를 하더라”며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운동하면서 ‘예전의 나’로 돌아오게 됐다”고 했다.
일구회는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 예정인 서울 잠실구장을 기념하기 위해 10월이나 11월경 ‘잠실 고별 레전드 게임’을 추진하고 있다. 1995년 우승 당시 잠실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던 박철순은 “야구를 통해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레전드 게임을 포함해 앞으로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제곡이었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처럼 그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미군 “국적불문 모든 선박, 허가 없이 호르무즈 진입 못해”
- 이진관 판사 “마스크 벗으세요”…김건희 “감기 심한데”
- “내 명예를 걸고 김용은 무죄”…친명계 대거 나서 법원 압박
- 하메네이 國葬 45일째 못 치러…“이란 지도부 극도의 공포심”
- 韓남편과 이혼뒤 18개월 노숙한 캄보디아女, 경찰 도움으로 고향行
- ‘하시4’ 김지영 “결혼식 비용 전부 남편이 부담”…이유는?
- 캠핑장에 쿠팡 프레시백 가져간 백지영 “무지했다” 사과
- 학자금대출 5명중 1명 못갚았다…작년 체납액 800억 ‘역대 최대’
- 실종 신고된 20대女 찾았더니…남성과 호텔서 필로폰 투약중
- 민주 대전시장 후보에 허태정…국힘 이장우와 리턴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