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깐부’ 폴란드 총리 만난 李…“중동발 공급망 위기대응 협력”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6. 4. 1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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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폴란드 정상회담
방산 파트너로서 밀착 행보
李 “방산계약 안정적 이행을”
투스크 “기술이전 등 박차”
배터리 등 협력 범위 확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격상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공화국 총리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해가기로 했다. 중동 전쟁으로 원전·수소·2차전지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관련 생산·투자·조달망 구축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양국 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폴란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양국의 호혜적 방산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망, 인프라스트럭처, 과학기술 등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더욱 포괄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방산 협력과 관련해 “K2전차, K9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로켓까지 대한민국의 기술과 자부심이 담긴 무기들이 폴란드의 푸른 대지를 위풍당당하게 누비며 폴란드 영토와 국민을 지켜내고 있다”면서 “폴란드 내 공동생산, 기술이전, 교육훈련 등 호혜적 협력을 통해 폴란드 방산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정상은 양국 방산 협력 심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지만 각론에선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계약금과 잔금 납입 등 원만한 계약 이행에 무게를 둔 반면, 투스크 총리는 기술이전과 현지화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오전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에 도착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영접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이 대통령은 “2022년 442억달러 규모 총괄계약을 체결하면서 양국 간 방산 협력이 미래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며 “저는 이미 체결한 총괄계약의 안정적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 역시 “양국 관계의 핵심 동력은 여전히 방산 협력”이라면서도 “우리는 이 협력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기술이전, 폴란드 현지화, 생산기지의 폴란드 이전으로 더욱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방산의 대(對)폴란드 핵심 수출품인 K9자주포의 경우 전체 계약 물량 672문 중 초도 물량 212문은 전량 인도됐다. 남은 460문을 놓고 2차·3차 실행계약을 나눠 진행 중인데, 폴란드 국방 재정이 유럽연합(EU) 차관과 국채에 의존하고 있어 업계에선 자금 조달 구조를 리스크로 지적한다.

현대로템에서 생산하는 K2전차도 긴급소요분인 초도 물량 180대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폴란드로 공급했지만, 추가 180대를 공급하는 2차 계약분은 폴란드 현지 공장에서 전차를 조립·생산하고, 유지·보수·관리(MRO) 기술까지 넘기는 현지 생산·기술이전 패키지다. 게다가 2차 계약은 EU 차관, 폴란드 자체 재정, 한국 금융 지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향후 폴란드의 연차별 예산 편성과 EU 차관 승인 여부에 따라 잔금 납부 및 인도 일정이 조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폴란드 확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 대통령은 폴란드 내 한국 전기차 2차전지 기업들의 투자 현황을 언급하며 “우리 기업들에 대한 폴란드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폴란드 내 주요 인프라 구축 사업인 신공항 연결, 바르샤바 트램 교체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2차전지 기업들은 폴란드를 유럽 내 생산거점으로 삼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불안정한 국제 질서 속에 안보 협력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총리님과 저는 무엇보다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양국 모두 중동 전쟁이 불러온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고, 이에 필요한 협력을 이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투스크 총리는 “우리는 지금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여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새로운 평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는 이 대통령이 소고기 수출과 관련한 문제를 바로 해결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하면서 “특정한 문제가 바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과 폴란드 국민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폴란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 대통령과 투스크 총리는 개인적인 삶과 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노동과 민주화 투쟁의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쌓기도 했다. 투스크 총리는 “첫 공식 면담이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다”며 “저도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젊은 나이에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이 있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서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서로 잘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입장에서 어려운 시기에 이 대통령께서 모범적인 부분을 보여주셨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도 “폴란드의 자유노조, 레흐 바웬사를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바웬사의 청년 동지였던 분이 바로 투스크 총리”라고 언급했다. 1980년대 폴란드 공산정권에 맞서 자유연대노조 운동을 이끌었고, 민주화에 대한 공로로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폴란드 국기 배색을 반영한 남색 바탕에 흰색과 빨간색 사선 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투스크 총리를 맞이했다. 이는 폴란드 국기의 배색을 활용함으로써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서 협력과 존중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두 나라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투스크 총리의 이번 방한은 폴란드 총리로서는 2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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