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산속 곳곳 ‘감염목 무덤’…‘불쏘시개 될라’ 우려
[KBS 강릉] [앵커]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면서 산속 곳곳에 나무 무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감염목 등을 잘라 약품 처리를 해 쌓아둔 '훈증 더미' 인데요.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란 겁니다.
자칫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장K, 이유진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춘천의 한 야산.
가파른 산비탈에 시커먼 물체가 줄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집니다.
나뭇더미입니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를 잘라 모아놓고 약품으로 처리한 흔적입니다.
천막 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팔뚝만 한 통나무.
비를 맞지 않아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말라 있습니다.
도심 인근 야산 곳곳에도 같은 훈증 더미가 잇따라 생겨났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오래 방치된 듯 천막 곳곳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아예 표식마저 떨어져 나간 곳도 있습니다.
방제 작업을 한 훈증 더미입니다.
작업을 한 지 4년 정도가 지났는데 여전히 이 산속 한가운데에 방치돼 있습니다.
높은 산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민가 바로 옆 산자락에도 같은 나무 무덤이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장작더미를 보는 것 같아 주민들은 봄, 가을마다 가슴을 졸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바싹 말라 가지고 쌓아놨으니까, 송진이 그 안에 있단 말이에요. 불붙는 게 송진은 휘발유보다 더 세요. 쌓아놓고 (불이) 나길 바라는 거 아니야 지금?"]
전국의 산속에 있는 훈증 더미는 지난해 5월 기준, 290만 개에 달합니다.
급격한 재선충 확산으로 더 빨리,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훈증 더미가 산불 확산 속도를 키우고, 진화는 막는 장애물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경북 대구와 울산 울주를 쓸고 지나간 산불 당시, 훈증 더미에 숨은 불씨가 되살아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전직 산림청 진화헬기 기장/음성변조 : "통나무들이 모여 있는 데는 물을 아무리 뿌려도 그 안에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재발화가 돼요. 헬기로서는 끌 수가 없는 불입니다. 산속에 불쏘시개를 남겨두는 거죠."]
더 큰 걱정은 속도를 못 내는 제거 작업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72만 개가 생겨났지만 없앤 건 8만 개뿐입니다.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지침'을 보면, 훈증 더미는 6달이 지나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 깊은 곳에 있는 무거운 나뭇더미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대형 장비 투입 역시 산 주인 반대 등으로 어렵습니다.
인력도, 예산도 부족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올해, 훈증 더미 제거 예산은 3억 원뿐.
재선충병 방제 예산의 2%가 채 안 됩니다.
[최봉선/강원도 산림보호팀장 : "외곽에 방제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까 이제 기존에 있던 훈증 더미 제거가 아무래도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까는 지금처럼 이렇게 산재해 있게 되어있는…."]
산속에 남길 부작용을 고려해 현재의 재선충 방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황정석/산불정책기술연구소 소장 : "죽은 소나무를 바싹 말린 상태로 방치가 되니 이 불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던 소나무 숲 산불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해요."]
갈수록 심각해지는 재선충병과 산불 위험.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 숲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이장주
이유진 기자 (newjean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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