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 활용한 가치 창출·글로벌 국가전략 내다보는 ‘천리안’으로[이창진의 우주로 읽는 과학]

이창진 건국대 명예교수 2026. 4. 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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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영상 ‘분석 기술’이 ‘우주강국 한국’ 만든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위성 정보는 지표면의 다양한 공간적 요소·인간 활동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기초데이터
선진국들은 국제 정세·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AI 기반 지구 모니터링 체계를 ‘핵심 인프라’로
한국의 한계는 기술 부족보다 위성 운영·데이터 활용에 대한 권한 체계 분산 등 ‘구조적 문제’
‘우주에 갈 수 있는 능력’을 넘어 데이터·서비스로 ‘글로벌 영향력’ 키우는 큰 그림 필요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 5월, 소련 영공에서 군사시설을 촬영하던 미국의 U-2 정찰기가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 사건으로 미·소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며 냉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됐다. 이후 미국은 유인 정찰의 한계를 인식하고, 위성 기반 정찰 체계를 발전시켜 소련의 핵실험장과 전략폭격기, 잠수함 기지 등을 지속해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U-2기 사건은 위성 정찰의 전략적 필요성을 부각하고, 그 실용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기상이 악화하거나 구름이 많을 경우, 광학 위성을 이용한 지표 관측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적외선 센서와 합성개구레이더(SAR) 같은 다양한 관측 기술이 개발됐으며, 현재는 전자기파의 파장별 특성을 활용해 대기 중 수증기·오존·이산화탄소 등 기체 성분의 농도 변화까지 탐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봄철 황사와 같은 에어로졸 오염 물질의 발생과 이동은 정지궤도 기상위성의 다중 분광 센서로 준실시간으로 관측해 국민 건강과 일상생활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상업용 광학 위성영상의 최고 해상도는 약 30㎝ 내외로 항공기나 드론 영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지역을 비교적 제약 없이 주기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지표면에는 다양한 공간적 요소가 존재한다. 산맥과 하천·해안선 같은 자연 지형이 있고, 행정 경계와 구역처럼 인간이 설정한 구분도 있다. 그리고 도로와 철도·공항, 항만 등의 네트워크 역시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병원과 학교, 발전소 같은 사회 기반시설과 주거지 및 상업지역, 농지와 산림 등 토지 이용 형태와 그 분포도 중요한 가치를 형성한다.

더 나아가 인구 밀도, 소득 수준, 교통량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표도 특정 위치와 결합하면 중요한 공간적 정보가 된다. 결국 공간정보란 자연과 인간 활동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요소들의 위치와 분포, 그리고 상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종합정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공간 요소와 속성 정보를 통합한 지리정보시스템(GIS)이 보편화돼 있다. 위치 기반의 다양한 데이터를 포함하는 공간정보는 국가 행정 및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므로 지속적인 구축과 갱신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공간정보는 항공기 및 드론을 활용한 고정밀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다만 해양이나 산악, 접경 지역과 같이 물리적 접근이 어렵거나 상시적인 관측이 필요한 경우에는 위성영상이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관측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성영상은 국내 공간정보 체계의 구축과 갱신을 위한 기초 데이터의 제공과 전 지구적 변화 및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라는 두 가지 역할로 크게 구분이 가능하다.

한국은 1999년 아리랑 1호(KOMPSAT-1)를 시작으로 중량 1.5t급 다목적 실용위성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초기 성능은 약 6m급 해상도의 광학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사된 아리랑 7호 위성 영상은 0.3m급 초고해상도 성능을 갖췄다. 지상 자동차 종류가 세단인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지 구분이 가능한 정도로 발전했다.

또한 일부 위성은 적외선(IR) 센서와 SAR을 탑재해 주야간 및 기상과 무관하게 전천후 관측도 가능하다.

이러한 고해상도 위성은 국내 공간정보의 정밀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500㎏급 차세대 중형위성의 촬영 영상은 국내 공간정보 체계를 완성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로 활용된다. 차세대 중형위성 2호는 고해상도 광학 영상으로 국토 관리 및 재난 대응에 활용되고 있으며, 4호는 다중 분광 센서로 농업 및 환경 감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2호의 0.5m급 해상도가 일반적인 국토 관리 임무에는 충분하나 초정밀 분석이 요구되는 일부 분야에서는 고해상도의 해외 영상을 추가로 도입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일부 지자체는 초소형 위성으로 자체적인 영상을 확보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활용 측면에서는 분명한 기술적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위성영상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광역성, 특정 지역을 주기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반복성,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연속성이 있고, 또한 영상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시계열 변화 분석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위성영상은 공간정보 데이터와는 구분되는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지구적 환경 및 기후변화 모니터링과 해양오염 감시는 물론 홍수, 지진, 화산 분출 같은 대규모 재난의 관측 등이 가능하다. 이렇게 분석된 결과는 국가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보 수단이 된다.

또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군사와 안보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국제적 농작물 작황이나 에너지 생산 및 저장시설의 가동과 주요 자원의 물류 현황 등 세계 경제 활동 변화를 분석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국제 정세와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지구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전략의 수립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주도하는 맥사 테크놀로지, 플래닛 랩스, 아이스아이 등은 자체 위성을 운영하며, 전 지구적 관측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보유 위성은 없지만 팔란티어 역시 다양한 영상 및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고객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위성영상 산업의 중심이 위성 보유와 촬영에서 벗어나 AI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20㎝ 이하의 초고해상도 위성영상이 가능해지면, AI 데이터 플랫폼은 지구 변화를 준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대용량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AI와 컴퓨팅 인프라의 기술 역량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관련 역량을 보유한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충분히 위성영상의 활용을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30여년간 많은 우주개발 성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영상 활용은 한반도 국토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 북쪽과 일부 동북아시아를 관찰하고 있지만, 한반도 중심의 기상 변화와 국토 지리, 농업, 수자원, 산림자원에 관한 정보 수집과 공간정보 생산이 대부분이다.

세계 경제, 국제 정세, 해양물류, 대형 재난·재해와 국지전 전황 분석을 위한 정보는 상당 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는 기술의 부족보다는 위성 운영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권한 체계 분산 같은 구조적 문제와 관련돼 있는 듯하다.

위성영상을 국가 핵심 자산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위성 관제, 촬영 권한, 영상 배포 권한, 활용 인프라 및 운영 규정 등 단계별 권한 체계의 정비와 재편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촬영하고, 어떻게 저장하고 배포하며, 누가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은 위성영상 활용 분야를 확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현재 한국에서 위성 관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하고 있으나 촬영권, 데이터 배포, 저장 및 활용 체계, 운영 규정 등은 여전히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통합된 정보 활용이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해 3월, 경남 산청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같은 사례에서 몇몇 위성영상과 해외 자료를 활용한 개별적인 분석 시도는 있었으나, 각 부처에 분산된 위성 정보를 통합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범정부 차원의 분석 체계가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최근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에너지 및 물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능한 우리의 우주자산과 위성영상으로 독자적인 분석을 시도한 사례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국내 위성 자원의 통합적 활용 체계가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위성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범정부 차원의 플랫폼 구축과 지휘 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한편, 위성영상의 활용 환경 측면에서도 제도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선진국에서는 동일한 해상도의 광학이나 SAR 및 적외선 영상을 해외 사업자를 통해 확보할 경우, 비교적 자유롭고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보안 및 반출 규제 등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모든 고해상도 영상의 활용에 제약이 있으며, 관련 정책도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일관된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고해상도 및 SAR 영상의 생산·배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통합된 관리 체계가 미흡해 민간 기업의 고부가가치 정보 생산 및 산업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이런 환경은 민간의 대규모 투자 유인과 AI 분석 플랫폼 개발을 제한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우주 강국은 단지 우주 기술 보유가 아니라 데이터와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서 실현된다. 이런 영향력은 플랫폼 개발을 통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우주에 갈 수 있는 능력’을 넘어 ‘우주를 활용한 분석과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필자 이창진

195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UIUC)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2023년 정년 퇴임한 뒤 명예교수직을 맡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으로 근무하며 KSLV-Ⅱ 한국형 우주발사체(누리호) 및 천리안 2호 정지궤도위성 개발 청사진을 마련했고, 한국형 달 탐사 연구와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차세대 소형위성 개발 연구 등 국가 우주개발 사업의 기획을 주도했다. 현재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창진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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