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오일쇼크 강타…울산 경제지표 역대급 부진

조혜정 기자 2026. 4. 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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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상공회의소 <4월 지역 제조업 기업경기전망지수 동향>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를 보유한 울산 산업계가 중동발 오일 쇼크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역대급 최악' 수준의 경제지표를 써내려가며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울산은 석유화학산업이 지역내총생산(GRDP)의 무려 45%를 차지하는 제조업 기반 도시인터라,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

미국이 한국시간으로 13일 밤 11시부터 이란의 모든 항구에 대한 '해상교통 봉쇄'에 돌입하기로 하자, 이란은 이란대로 이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해 대응하겠단 방침이어서 전세계 에너지 대동맥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운은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OiL은 이달말 울산 정유공장의 정기 보수가 끝나는대로 100% 정상가동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초 정기 보수에 돌입하면서 안전 문제를 감안해 70%로 낮춰놓은 공장 가동률을 원래대로 정상 가동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 종전협상이 결렬된 현재로썬 공장 정상가동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유 수입량이 반타작난 이유가 가장 크다. S-OiL은 원유의 95%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조달해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 국내로 공급해오는데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했다.

실제 통상 S-OiL의 원유 수급량은 한달 기준 2,000만 배럴이지만, 중동 전쟁 이후 최근 한달 동안은 1,000만 배럴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할 우회로로 홍해 얀부 항구를 물색하는데는 성공했지만, 해당 항구의 경우 원유 선적에 필요한 시설 등의 한계로 수급량이 확 줄었다.

이처럼 S-OiL의 원유 수급량이 반타작나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울산 관내에서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을 운영 중인 A사에도 불똥이 튈 공산이 크다. 현재 A사는 석유화학 기초 소재인 나프타(납사)의 절반은 수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S-OiL에서 공급받아 에틸렌을 생산 중이다.

최근 몇년 동안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 불황이 계속되자 A사는 공장 가동률을 85%대로 낮췄고, 중동 전쟁 이후 나프타 수급 불안까지 겹치자 공장 가동률을 60%대로 추가 감산했다. 만약 S-OiL의 원유 조달량이 반타작나는 상황이 길어지면 A사의 에틸렌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수입 나프타 물량의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도 '곧 끝난다'던 중동 전쟁이 날로 확전 양상으로 치닫자, 이달 초 공장 가동률을 기존 80%에서 70%로 재감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동 전쟁 장기화로 산업도시 울산의 각종 경제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여만에 '역대급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단기 응급 대책으로는 버티기 힘든 진짜 위기가 전방위 확산할 거라는 산업계 우려감이 크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제조업체 86곳을 대상으로 <2026년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63'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경제가 마비됐던 2020년 4분기(58) 이후 22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거다.

매출액(68→69)과 영업이익(65→62), 자금사정(67→63) 모두 곤두박질 쳤다.

석유화학의 위기 상황은 타격 바로 이 기업경기전망지수에서도 확인됐다. 업종별 경기전망지수를 살펴보니 정유·석유화학은 전달 70에서 '42'로 바닥을 쳤다. 나프타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급등해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정유는 원유 수급 불안정과 내수 우선 공급, 가격 규제 여파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그마나 정부가 최근 추경 예산에 8,691억원을 편성해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기로 했지만, 어디까지나 일회성 비용일 뿐 사태 장기화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석유화학 업계는 단기 대응으로 상황을 버티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에는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스폿 물량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까지 합세하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며 "나프타 가격이 전쟁 전보다 80%가량 오른 상황에서 추가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