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산속 곳곳 ‘감염목 무덤’…‘불쏘시개 될라’ 우려

이유진 2026. 4. 1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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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면서 산속 곳곳에 나무 무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감염목 등을 잘라 약품 처리를 해 쌓아둔 '훈증더미' 인데요.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란 겁니다.

산불 위험이 큰 시기,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현장K, 이유진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춘천의 한 야산.

가파른 산비탈에 시커먼 물체가 줄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집니다.

나무 더미입니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를 잘라 모아놓고 약품으로 처리한 흔적입니다.

천막 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팔뚝만한 통나무.

비를 맞지 않아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말라있습니다.

도심 인근 야산 곳곳에도 같은 훈증 더미가 잇따라 생겨났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오래 방치된 듯 천막 곳곳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아예 표식마저 떨어져 나간 곳도 있습니다.

방제 작업을 한 훈증더미입니다.

작업을 한 지 4년 정도가 지났는데 여전히 이 산속 한가운데에 방치돼 있습니다.

높은 산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민가 바로 옆 산자락에도 같은 나무 무덤이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장작더미를 보는 것 같아 주민들은 봄, 가을마다 가슴을 졸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바싹 말라가지고 쌓아놨으니까 송진이 그 안에 있단 말이에요. 불붙는 게 송진은 휘발유보다 더 세요. 쌓아놓고 (불이) 나길 바라는 거 아니야 지금?"]

전국의 산속에 있는 훈증더미는 지난해 5월 기준, 290만 개에 달합니다.

급격한 재선충 확산으로 더 빨리,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훈증더미가 산불 확산 속도를 키우고, 진화는 막는 장애물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경북 대구와 울산 울주를 쓸고 지나간 산불 당시, 훈증더미에 숨은 불씨가 되살아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전직 산림청 진화헬기 기장/음성변조 : "통나무들이 모여 있는 데는 물을 아무리 뿌려도 그 안에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재발화가 돼요. 헬기로서는 끌 수가 없는 불입니다. 산속에 불쏘시개를 남겨두는 거죠."]

더 큰 걱정은 속도를 못 내는 제거작업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72만 개가 생겨났지만 없앤건 8만 개 뿐입니다.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을 보면, 훈증더미는 6달이 지나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 깊은 곳에 있는 무거운 나무 더미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대형 장비 투입 역시 산 주인 반대 등으로 어렵습니다.

인력도, 예산도 부족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올해, 훈증더미 제거 예산은 3억 원 뿐.

재선충병 방제 예산의 2%가 채 안됩니다.

[최봉선/강원도 산림보호팀장 : "외곽에 방제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까 이제 기존에 있던 훈증더미 제거가 아무래도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까는 지금처럼 이렇게 산재돼 있게 되어있는."]

산 속에 남길 부작용을 고려해 현재의 재선충 방제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황정석/산불정책기술연구소 소장 : "죽은 소나무를 바싹 말린 상태로 방치가 되니 이 불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던 소나무 숲 산불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해요."]

갈수록 심각해지는 재선충병과 산불 위험.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 숲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이장주

이유진 기자 (newjean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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