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하던 조선학도, 이제 자율운항으로 사고 막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제가 아비커스에 온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세월호 침몰 12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에이치디(HD)현대의 자율운항 선박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 강남 사옥에서 만난 유원철 자율운항제어연구팀 책임연구원이 말했다. 2014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3학년이었던 그는 당시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 연구를 맡은 지도교수와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조사에 매달렸다. 304명의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을 들여다보면서 유 연구원은 해양사고를 막을 기술의 진보로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유 연구원은 “세월호가 물살이 센 바다에서 선회 반경을 확보하지 않고 진로를 바꾼 것이 침몰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선회 반경을 확보하면서 진로를 변경하도록 항로를 제시하는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를 사용한다면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면, 선박의 자율운항 기술은 인명 사고 예방, 선원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연비 절감과 환경보호 등 보다 절박한 산업 환경적 요구들과 맞닿아 있었다. 아비커스 이호진 통합상황인지연구팀장과 유원철 책임연구원에게 선박 자율운항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선박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개발 보다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호진 팀장(이하 이)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차선과 신호라는 정형화된 규칙이 있고, 주변 물체(사람, 가로수, 자동차 등)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 분석할 정보가 많다. 그러나 바다는 말 그대로 ‘망망대해’에서 교통 규범이 없는 가운데 바람과 파도, 날씨, 다른 선박의 움직임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자율운항으로 선박을 움직이려면 5∼6해리(NM·약 10㎞) 밖까지 내다봐야 하는데 그 거리에선 300미터(m) 크기 대형 선박도 화면 상의 작은 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정보량이 부족한데 큰 파도까지 치면 선박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면 똑같이 수십만대를 양산하지만 선박은 기본적으로 다 다르게 만들어져 카메라와 레이더의 위치도 다르게 설치돼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유원철 책임(이하 유) “제어 측면에서도 자동차와 확연하게 다르다. 수만톤(t)급의 대형 상선은 기본적으로 브레이크가 없다. 방향타를 틀어도 선박의 질량에 비례하는 거대한 관성 때문에 기존 방향으로 밀리면서 회전한다. 조타 후 선박이 실제로 의도한 방향으로 움직이기까지 수십분까지도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는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달리다가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100미터 정도 제동거리 안에서 멈출 수 있다. 하지만 대형 선박은 10킬로미터 거리에서 제동을 시도하거나 방향을 틀어도 사고를 피하지 못하기도 한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는 이러한 인지와 제어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이 “보다 먼 거리의 사물까지 파악하기 위해 광학 카메라와 회전형 확대(PTZ) 카메라,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를 융합하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선박의 위치, 속력 등 항해 정보를 주변 선박 및 육상 기지와 자동으로 송수신하는 안전 시스템)도 활용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들을 딥러닝으로 분석한 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에 기반한 충돌 회피, 최적 항로·속도 추종, 실시간 선박 알피엠(RPM) 관리까지 모두 연결한다. 영업 비밀이어서 속속들이 다 설명할 순 없지만, 현재 선박 자율운항과 관련해 ‘인지·판단·제어’를 융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비커스가 유일하다.”
—아비커스가 독보적인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 “선박 자율운항 실험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앞서 달리는 미국과 중국도 감히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대형 상선으로 자율운항 실험을 하면 하루 운항에만 유류비 수억원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밖에서 실험 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엣지케이스’(예외 상황)로 수집해서 데이터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자동차보다 가격이 수천배 비싼 선박은 사고 가능성이 ‘0’이어야 한다.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실험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면서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이 “안전, 인력, 효율 세가지를 위해서다. 항해사의 작은 실수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바다에서 자율운항 기술로 위험 요소를 보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해양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선원 노동을 기피하면서 숙련 항해사들이 줄고 있는데, 자율운항 기술을 이용하면 경력이 짧은 항해사라도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선박을 운항할 수 있다. 앞으로는 탄소배출 저감과 선박 연비 향상이 곧 선박기술의 경쟁력이 될텐데, 자율운항 기술은 최적 항로·속도 운항을 통해 고효율·친환경 운항을 실현할 수 있다.”
유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정시 도착’이다 보니 항해사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운항한 뒤 근처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바다에 떠서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연비가 나빠진다. 하이나스는 날씨, 파고, 선박 동역학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가장 경제적인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유도한다. 지난해 미국선급협회(ABS)는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기술로 5%까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자율운항 기술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정책 지원이나 제도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이 “실제 항만, 연안, 원양 환경에서 보다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지원해주면 좋겠다. 개별 선박의 자율운행을 넘어서, 해상 교통 전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선 육상의 ‘해사관제’(VTS) 체계도 고도화돼야 한다.”
—아비커스 자율운항 기술이 앞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유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 설계 원칙은 ‘인간의 실수는 줄이고, 인간의 의도는 남겨둔다’는 것이다. 기계가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안전을 지키면서 인간 항해사가 개입할 여지를 두는 조화로운 시스템을 지향한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어선 충돌같은 인재를 우리의 시스템으로 막는 것이 연구 이유이자 목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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