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68수, 정답을 부정하다- 김정민(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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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알파고라는 거대한 벽 앞에 인류는 무력했다.
제4국에서 '신의 한 수'라 불리는 78수로 첫 승기를 잡았지만, 최근 이세돌의 회고는 사뭇 달랐다.
일론 머스크의 SpaceX 역시 이세돌의 68수와 맥을 같이한다.
이세돌이 자신의 바둑 철학을 잠시 내려놓음으로써 알파고의 논리를 무너뜨렸듯, 진정한 혁신은 쌓아온 정답마저 내려놓을 수 있는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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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알파고라는 거대한 벽 앞에 인류는 무력했다. 제4국에서 ‘신의 한 수’라 불리는 78수로 첫 승기를 잡았지만, 최근 이세돌의 회고는 사뭇 달랐다. 그는 승부처로 78수가 아닌 그 앞의 ‘68수’를 지목했다. 30년 바둑 인생의 최선이라는 신념마저 꺾고 상대의 허점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비합리적 결단. 그 자기 부정의 지점이 역설적으로 승리의 길을 연 가장 ‘인간적인 한 수’였다는 고백이다.
역사의 변곡점은 매뉴얼이 아닌 판을 새로 정의한 이들에 의해 기록돼 왔다. 미지의 서쪽을 향한 콜럼버스의 항해나, 성공 확률 5000분의 1을 뚫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은 당시 기준에서 결코 ‘정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위험해 보이는 그 결단이 결국 시대의 흐름을 바꿨다. 혁신은 언제나 안전지대 밖, 정답을 부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됨을 입증한 사례들이다.
일론 머스크의 SpaceX 역시 이세돌의 68수와 맥을 같이한다. ‘로켓은 일회용’이라는 견고한 상식을 깨고 재사용을 시도했을 때, 세상은 비웃었다. 하지만 그 비합리적 도전이 우주 산업을 뿌리째 흔들었다. 데이터의 반복과 학습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자기 부정’을 통한 도약이다. 이세돌이 자신의 바둑 철학을 잠시 내려놓음으로써 알파고의 논리를 무너뜨렸듯, 진정한 혁신은 쌓아온 정답마저 내려놓을 수 있는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2016년보다 강력해진 AI 시대를 살며 매 순간 검증된 답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이세돌의 68수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질문이라고. 불완전해 보일지라도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던지는 한 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투지가 결합할 때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용기와 질문을 담아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단순한 결정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인간적인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김정민(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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