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준다는 한국지엠, 신차 얘기만 없다
투자·배당… 철수설 잠재워도
‘내수 경기 활성화’ 계획 침묵
“미래 모빌리티 생산은 필수”

한국지엠이 지난해와 올해 총 6억 달러(약 8천800억원) 규모의 투자와 사상 첫 중간 배당을 결정하며 철수설 진화에 나섰지만 내수 판매를 겨냥한 신차 출시 계획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한국사업장이 글로벌지엠(GM)의 수출 전용 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GM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DMAC) 산하 연구기관인 ‘DMAC AIR Lab’이 발표한 ‘2025년도 한국GM 판매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지엠 국내외 완성차 판매 대수는 약 46만2천310대로 집계됐다. 이 중 내수 판매량은 1만5천94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39.2% 급감한 수치다.
AIR Lab은 내수 부진 주요 원인으로 ‘내수 생산 라인업 축소’를 꼽았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13종이었던 내수 생산 모델을 지난해 기준 4종까지 줄였다. 수입 모델 도입을 통한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부족한 공급력과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등 서비스망 축소가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동영 DMAC AIR Lab 최고책임자는 “내수 시장 회복을 위한 해결책으로 영업 현장에서 내세울 엔트리 모델 보강, 내수 생산 신차 추가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GM은 생산 장비 교체 등을 위해 지난해 3억 달러에 더해 최근 한국사업장에 3억 달러(약4천4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투자가 새로운 모델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인 소형 SUV 라인의 수명 연장을 위한 사후 관리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사상 첫 중간 배당 결정을 두고도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중간배당은 기업이 회계연도 중간에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으로, 흑자 구조일 때 가능하다. 한국지엠이 사상 처음으로 중간배당에 나서는 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GM은 한국지엠의 1대 주주로서 수조원 수준의 배당금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M이 한국사업장에 총 6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배당으로 얻는 금액이 결과적으로는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GM 본사가 한국지엠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인정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정부와 약속한 국내 사업장 유지 시한인 2028년을 앞두고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현재의 소형 SUV 특화 기지 전략이 2028년까지는 유효하겠지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본격화되는 2029년부터는 곤란해질 수 있다”며 “부평이나 창원 공장 중 한 곳을 줄이거나 정부와의 추가 협상에 따라 한국사업장 운영기간을 조금 더 늘리는 등 2028년 이후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사업장이 GM의 핵심 거점으로 남으려면 미래 모빌리티(EV·목적 기반 차량 등) 신차의 국내 개발·생산이 더욱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SUV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차종 등 친환경 신차 개발·생산만 이뤄진다면 국내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GM 본사를 설득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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