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5번 레인

몇 년 전부터 이 '5번 레인(은소홀, 문학동네)'이 재밌다는 소리는 계속 들었다. 책을 읽고 반납하는 아이들이 책을 손에 꼭 쥐고, 계속 자신의 감상을 말하고 싶어했다. 근데 내가 아직 책을 안 읽었었다. 읽어봐야 할 책으로 찍어 놨다. 그래서 '미안하다. 나 이 책 안 읽었다. 내용 폭로 하지 마라!' 하고 말하며 넘겼다. 그렇게 피해 다녔다. 근데 이번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이 책이 실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숙제를 해치우듯 읽기 시작했다가 단숨에 다 읽고 난 후에 후회 중이다. 최소한 작년에 읽었어야 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전도하고 싶어할 때 후딱 읽었어야 했다. 진짜 좋았다. 진작 읽었어야 했다.
책은 주인공 나루의 전국소년체전 수영 스타트 장면으로 시작된다. 나루는 초등 여자 수영 선수로 8년을 수영을 해 왔다. 나루는 항상 1등이었는데, 전국소년체전에서 라이벌인 초희가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한다. 나루는 자기가 진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초희에게 뒤처지는 것이 수영복 때문인 것 같아 코치에게 이의를 제기한다. 코치는 수영복이 경기용으로 인정받았음을 알려주고 '어떻게 지느냐가 이기는 것보다 중요해'라고 한다. 나루는 시합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학 온 태양이는 수영부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나루는 태양이가 수영부를 우습게 본 것 같아 언짢아한다. 나루의 언니 버들이는 수영을 관두고 다이빙을 하는데, 나루는 언니가 다이빙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한 친구 승남이와 사랑이는 그런 나루를 여러모로 위로하고 격려하려고 하지만 위로가 닿질 않는다.
그러다 나루는 초희의 행운의 수영복을 보게 되고, 순간 수영복을 훔치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읽었던 스포츠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을 생각했다.
주인공이 등장한다. 라이벌이 나타난다. 라이벌에게 지고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쥐며 '나는 지지 않아!'를 외치며 노력한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거쳐 라이벌을 제치고 승리한다. 라이벌에게 손을 내밀며, '멋진 승부였다' 하며 악수를 청한다. 라이벌도 '너와 함께 겨룰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다음에는 지지 않는다.' 라며 서로 악수하거나, 포옹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책도 그런 약속의 흐름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런 정형화 된 요리를 손맛으로 전혀 다른 요리로 만들어 내놓은 느낌이다. 가끔 스포츠물은 이야기가 과한 느낌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딱 초등학생다워서 '오글거리는' 느낌이 없더라. 억지로 끌고 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루와 함께 걸어가는 것 같은 이야기다.
그림에도 눈이 가는 책이다. '책 청소부 소소'의 노인경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노인경 작가가 그린 수채화 느낌 가득한 삽화가 좋았다. 파란 하늘 같은 수영장,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잘 감싸고 있다.
스포츠물 이야기가 보통 붉게 타오르는 이글대는 불꽃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이 책은 내용에 맞게 푸르게 자라나는 나무 같은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삽화도 글도 다 좋았다.
작가 은소홀은 이 책으로 문학동네어린이 대상을 받아 데뷔한 작가더라. 찾아보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단편 두 편이 더 있는 것 같다. 찾아서 읽어봐야지 싶다.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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