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사실이 아닌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작성한 기사를 보도했던 언론사들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중앙언론과 통신사, 지방종합일간지 등 5개사가 제재를 받았는데 이들 언론사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자료를 검증없이 보도했다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발단은 지난 2월 3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당시 대한상의는 영국의 컨설팅 회사인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의 조사를 인용해 한국 부유층이 상속세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작성자가 의도적으로 컨설팅사의 원문에는 없는 '상속세 때문'이라는 문구를 자료에 작성해 대부분 언론이 이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가짜뉴스가 보도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강하게 질타했으며 대한상의는 곧바로 언론사에 보도자료의 인용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이 기사를 그대로 보도한 중앙 유력 일간지와 경제 신문들은 추후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해당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이번에 주의 제재를 받은 5개사는 보도후 40여일이 지난 시점에도 그대로 자사가 작성한 가짜뉴스를 수정이나 삭제하지않고 그대로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제재를 받게 됐다.
당시 이들 5개 언론사는 상속세 납부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한상공회의소의 연구자료를 보도하면서 "연간 한국 고액 자산가 순유출 잠정치는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급증했다"라는 부분을 인용해 부유충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신문윤리위는 이번 주의 제재를 내린 배경에 대해 "언론사들이 인용한 해당 통계자료는 공신력에 문제가 있음 알고 대한상의가 배포 당일 자정께 '통계 부분 인용 자제'를 공식으로 요청했음에도 기사를 수정하지 않고 계속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의 가짜뉴스 보도자료 사태는 임원들의 '줄사퇴'까지 불러왔다. 기짜뉴스 보도자료로 산업통상부로부터 감사까지 받은 대한상공회의소는 감사 종결 후 박모 상근부회장 등 임원 3명을 해임 또는 의원면직 처리했다.
정부가 민간 경제단체의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주무 부처 감사를 통해 개입하고 임원 퇴진까지 이끌어 낸 것은 전례가 가 거의 없는 드문 일이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20일 해당 보도자료 배포에 관여한 전무이사와 상무 등 2명을 해임했다. 박 부회장은 산업부 감사 결과 '경고'에 그쳤으나,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혀 의원면직 처리됐다.
대한상의 임원진 사퇴와 언론사 주의 제재로 종결된 이번 사태는 정부의 강력한 가짜뉴스 근절 의지를 재확인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국회에서도 지난해 말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1월 6일 공포된 이 법안은 고의적·악의적으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증명이 어려운 피해에 대해서는 최대 5000만원의 법정손해배상도 가능하다.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불법·허위 정보 대응 의무와 투명성 보고 등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법원 판결에서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한 경우 최대 1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재물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 법안 공포를 계기로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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