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향의 봄’과 ‘오빠생각’

정연정 우석대 초빙교수 2026. 4. 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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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Jung의 호서문화유람

먼산에는 온통 봄꽃들이 한창이다. 산 전체에 산벚꽃과 살구꽃이 흐드러지는 요즘이야말로 이원수가 '고향의 봄'에서 말하는 '울긋불긋 꽃대궐' 그 자체이다.

1911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이원수는 1년도 채 안돼 창원으로 이사했고 지금의 소답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당시 서당을 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내던 소답리에는 크고 오래된 기와집들이 많았고, 봄이면 멀리 천주산에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 고택 너머로는 복숭아꽃, 살구꽃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꽃동네였다.

이원수는 1926년 16세의 나이로 어렸을 적 기억을 담아 쓴 동시 '고향의 봄'을 소파 방정환이 발행하던 잡지 《어린이》에 발표한다.

이를 계기로 불과 1년 전인 1925년 같은 《어린이》 잡지에 동시 '오빠생각'을 쓴 최순애와 펜팔로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는 1936년 결혼으로까지 이어진다.

1914년 수원에서 태어난 최순애는 불과 12살의 나이에 '오빠 생각'을 썼는데, 그 대상이 바로 소파와 함께 소년운동을 하던 여덟살 위 친오빠 최신복(필영 최영주)이었다.

뜸북새, 뻐꾹새 울던 봄날 서울간 오빠는, 소파를 도와 소년운동을 하느라 기러기, 귀뚜라미 우는 가을이 다 되도록 오지 못한다.

한편 가사에 등장하는 비단구두는 본래 투고 당시에는 비단댕기였던 것을 원고를 받아든 오빠 최영주가 오빠로서의 체면 때문에 슬쩍 바꾸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짚신 아니면 고무신이 일반적이었던 당시 비단구두는 가장 암울하고 절망적인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백성들이 맞닥뜨린 비참한 현실과 극적으로 대비되면서 '이루어지지 않는 막연한 슬픈 약속'의 상징이 되었다.

 오빠 최영주는 1945년 서른 되던 해 광복을 보지 못한 채 폐결핵으로 사망해 지금의 망우리 소파 방정환 묘소 지척에 잠들어 있다.

 한편 처음 이원수가 쓴 동시의 처음 원고에 '아기 진달래'와 '꽃대궐'은 없었다. 원고를 받아든 소파가 진달래꽃(또는 산진달래)를 앙증맞은 '아기 진달래'로 고친 것이다.

 또 평범했던 '아름다운 꽃 피는 동네'를 시각적 극치를 보여주는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로 바꾸어 비로소 '고향의 봄'이 완성된다.

'고향의 봄' 2절은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 고향'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꽃동네 새동네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창원 소답리 마을 풍경을 뜻한다.

 꽃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일진대, 새는 어떤 새인지 가사에 는 없다.

 보통 초봄 보리싹이 파릇파릇 돋아날 때 아지랑이와 함께 등장하는 종달새(노고지리)를 필두로, 제비, 그리고 꾀꼬리와 뻐꾸기 등이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새들이다.

 삼짇날 강남에서 제비가 왔다는 것은 제비의 먹이가 되는 날벌레와 곤충들이 활동을 시작할 만큼 이제 서리나 눈 걱정이 없는 '진짜 따뜻한 봄'이 왔음을 뜻한다.

제비에 이어 4월말에서 5월초가 되면 또 다른 철새 꾀꼬리가 날아든다. 때는 이미 복숭아꽃, 살구꽃 만발하던 꽃대궐이 지고 연두빚 새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하는 늦봄이 된다.

이어 봄의 끝과 땀 흘리는 여름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5월 중순에서 6월 초가 되면 꾀꼬리가 날아든다. 모내기와 보리베기로 한없이 바쁜 망종(芒種)이 된 것이다.

 그렇게 윤석중의 동요 '뻐꾹뻐꾹 봄이 가네 / 뻐꾸기 소리 잘가란 인사 / 복사꽃이 떨어지네'의 운율에 맞춰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한다.

 동시를 통해 만나 해로한 문학적 동지 이원수, 최순애는 용인 공원묘원에 함께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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