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달 기지 시대...“우주 벽돌은 한국이 최고”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4. 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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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硏, 2016년부터 연구 시작
소결 기술 분야 세계최고 수준
달 지면 기초공사 등에 활용 가능
2030년께 화성 실증 목표
유병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정태일 수석연구원, 진현우 수석연구원(왼쪽부터) 이 직접 개발한 세계 최초 달 환경 모사 진공 챔버 앞에 서있는 모습. 건설연은 이를 토대로 3년 후 세계 최대 진공 챔버를 제작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아르테미스 2호가 무사 귀환하면서 인류의 달 기지 건설 목표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 미국의 다음 계획은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달에 경제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를 계기로 주요국들의 달 기지 구축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2030년대 중반, 한국은 2040년대 구축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우주 기지 건설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국가 중 하나다. 대부분의 나라가 관심조차 없던 2016년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이 우주 기지 건설 기술을 연구해온 덕분이다. 특히 우주 현지 재료로 벽돌 등 건설 자재를 만드는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우주에 건물을 지으려면 물자 조달이라는 큰 난관을 넘어야 한다. 시멘트, 콘크리트 등 자재를 지구에서 수송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 현지에 있는 재료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달이나 화성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흙뿐이다. 달의 경우, 밀가루처럼 고운 월면토가 1미터(m) 높이로 쌓여있다.

건물을 짓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짓거나, 아니면 3D 프린팅으로 흙을 쌓아올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두 방식을 모두 연구하고 있지만, 건설연이 택한 방식은 벽돌을 만드는 방식이다. 진현우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3D 프린팅 방식은 흙에 첨가물을 50% 비율로 넣어줘야 하는데, 이 역시 지구에서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건설연이 지난 벽돌 방식이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흙을 뭉쳐서 벽돌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걸 ‘소결 작업’이라고 한다. 벽돌을 크고 단단하고 균질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현재 건설연은 가로, 세로 20센티미터(cm) 크기의 벽돌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흙을 틀에 담은 뒤 전자레인지처럼 마이크로파로 구워내는 것이다. 온도를 1000도 이상 높이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리면 흙이 살짝 녹으면서 단단하게 뭉친다.

가로, 세로 20cm 크기의
벽돌 만드는 데까지 성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자체 기술을 이용해 월면토로 제작한 벽돌. 현재 가로 세로 20cm짜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NASA가 5cm 크기로 만들 수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 기술이 매우 뛰어난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현재 미 항공우주국(NASA)조차 5cm 크기의 벽돌 정도밖에 못 만드는 만큼, 벽돌을 만드는 데 있어 한국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결 기술은 추후 달에 도로를 포장하거나, 우주선이 착륙할 공간을 만드는 등 달 기지의 기초공사를 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달에는 흙이 1m나 쌓여있기 때문에, 바닥을 단단하게 다져놓지 않으면 건물을 지을 수 없다.

3D 프린팅이나 벽돌을 쌓아서 달에 건물을 짓는 건 아직 불가능한 기술이다. 유병현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현재 기술로 벽돌을 쌓아서는 고밀폐구조를 만들 수 없다”며 “대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벽돌로 건물을 짓는 건 아직 한참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했다. 지금은 일단 소결 기술로 기초공사를 한 뒤, 지구에서 가져간 전개식 구조물을 활용해야 한다. 벽돌은 기초공사에 필요한 보도블럭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은 건설연이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진공 챔버에서 수차례 실험하며 만들어졌다. 가로, 세로, 높이가 4m로 흙이 10톤까지 들어가는 챔버다. 원래 챔버는 민감한 장비라 내부에 흙을 넣을 수 없지만, 건설연은 자체 연구를 통해 2019년 월면토를 넣고 실험할 수 있는 챔버를 만들었다. NASA가 보유한 챔버보다 크기와 성능 면에서 모두 뛰어나다.

우주 기술은 우주 공간에서의 실증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건설연은 실증 이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현재는 벽돌 만드는 로봇을 2030년께 스페이스엑스의 로켓으로 화성에 보내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우주항공청에 300kg 공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중 건설연이 필요한 공간은 30kg 수준이다.

만약 화성에 갈 수 있게 되면, 한국은 우주에서 벽돌을 만들 줄 아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된다. 소결 기술은 완성됐기 때문에 관련 장비를 하나의 하드웨어로 만드는 작업만 남은 상태다. 정태일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먼저 시작한 이점을 살리려면 해외에서 따라오기 전에 빨리 실증해야 한다”고 했다.

화성은 달보다 멀지만, 기지 건설은 달보다 훨씬 쉬운 환경이다. 중력과 기압, 온도 등이 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만약 화성에서 실증된다면 달 기지를 건설하기 전 중요한 테스트를 거친 셈이 된다. 정 연구원은 “일단 실증하고 나면 머지않은 날에 우주에서 소규모 시공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정태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직접 개발한 세계 최초·최대 달 모사 진공 챔버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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