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란 봉쇄 vs 美 역봉쇄… 일촉즉발 호르무즈 운명은
이란 입·출항 선박 대상, 미사일 사거리 밖서 작전
트럼프 봉쇄령, 220년 전 나폴레옹 봉쇄령 떠올려
中선적 배 통제할 경우 물리적 충돌 일어날 수도
국제 원유 공급 감소 우려로 국제유가 8% 급등
갈리바프 "지금이 그리울 것", 강력한 보복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맞서 '역(逆)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항구를 오가는 모든 해상 교통을 차단하겠다고 공식화했고, 이란은 즉각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며 양측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이란의 해협 봉쇄에 대응해 그 바깥 바다를 봉쇄하는 방식으로,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 동부시간 13일 오전 10시, 한국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따른 것으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 절차 개시를 예고한 바 있다. 협상 결렬 직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과 해상 무역을 전면 차단해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제하는 데 맞서, 미국이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등 미사일 사거리 밖 해역에서 이란 입·출항 선박을 선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과 무관한 선박의 항행 자유는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작전 과정에서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이란이 해협 봉쇄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왔다면, 이제는 미국이 외곽 봉쇄를 통해 주도권을 쥐려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봉쇄령'은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시행했던 대륙봉쇄령을 연상시킨다. 다만 당시와 달리 오늘날에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실제 전쟁 기간에도 중국 선적 유조선이 이란의 보호 아래 해협을 통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 해군이 공해상에서 중국 선박을 정선·검색하거나 제재할 경우, 미·중 간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국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약 8%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가가 가을까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봉쇄 조치가 이란의 '돈줄'을 죄는 효과를 노리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CBS방송에 따르면 민주당의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이란은 기뢰 설치나 유조선 공격으로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란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엑스(X)를 통해 "지금의 유가를 즐기라"며 "곧 갤런당 4~5달러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세파뉴스를 통해 "적들이 오판한다면 해협은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며 군사적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자국 군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해상 봉쇄 시도를 사실상 전면전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휴전을 깨고 공습 재개 가능성도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상 봉쇄에 이어 제한적 군사 공격 재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전력, 그리고 해협 내 기뢰 설치 능력 등을 고려할 때,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위험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해법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시간에 걸친 1차 종전 협상이 결렬됐지만, 아직 휴전 기간이 약 일주일 남아 있는 만큼 2차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SJ은 중동 국가들이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물밑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휴전은 잘 유지되고 있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란은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봉쇄 대 봉쇄' 대치가 실제 무력 충돌로 이어질지, 아니면 협상으로 봉합될지는 남은 휴전 기간 동안의 외교적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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