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돌아온 신라 왕릉 퍼즐…경주 구정동 방형분 유물 ‘극적 발견’

황기환 기자 2026. 4. 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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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 정원서 사자·서역인 조각 모서리돌 확인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본과 대칭…왕릉 원형 복원 기대
▲ 이진락 경주시의원이 100여년 사라진 구정동방형분 모서리돌(사자상/석인상) 추정 석재를 발견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진락 경주시의원 제공

1920년대 조선총독부 조사 이후 자취를 감췄던 경주 구정동 방형분(사각형 무덤)의 핵심 유물로 추정되는 석조물이 한 세기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능묘 조각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양식의 유물이 민가 정원에서 발견되면서, 정체체돼 있던 신라왕릉 원형 복원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십 수년간 신라왕릉 석각을 연구해 온 이진락 경주시의원(고고학 박사)은 지난 10일 경주 구정동 방형분에서 약 4km 떨어진 한 자연부락 민가 정원에서 사자상과 석인상이 조각된 모서리돌(우석)을 발견해 경주시 문화유산과에 신고했다.

이 의원의 실측 결과에 따르면, 해당 석재는 높이 74.5cm, 너비 72cm(사자상 34cm, 석인상 38cm) 규모다. 이는 1977년 인근 배수로 공사 중 발견돼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 중인 모서리돌과 크기가 매우 유사하다. 특히 두 팔을 하늘로 뻗어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과 페르시아 스포츠인 폴로 경기 복장을 한 서역인의 도상이 대칭 구조로 조각돼 있어, 학계에서는 이를 100여 년 전 사라진 반대편 모서리돌로 강력히 추정하고 있다.

구정동 방형분(사적 제27호)은 통일신라 시대의 독특한 묘제로, 사각형 봉분 둘레에 무복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호석이 특징이다. 이번 발견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조각의 '희소성'에 있다.

통일신라 왕릉 석각은 중국 당나라에도 없는 독창적인 예술성을 자랑하는데, 특히 구정동 방형분의 사자·서역인 혼합 도상은 전 세계 능묘 예술 중 유일무이한 형식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반대편 모서리돌의 행방을 알 수 없어 '해외 유출설'까지 돌았으나, 이번에 완벽한 상태로 지역에서 발견됨에 따라 신라 왕릉의 원형을 고증할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이는 신라 왕경 복원 정비 사업의 학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견은 단순한 유물 수습을 넘어 경주 지역 내 산재한 미복원 왕릉들에 대한 전수 조사 필요성을 시사한다. 지역 사회에서는 1960~70년대 이뤄진 불완전한 복원 사업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견자인 이진락 의원은 "해당 유물이 국외로 반출되지 않고 인근 민가에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는 것은 신라 고고학계의 큰 경사"라며 "이번 발견을 계기로 구정동 방형분은 물론 능지탑 등 고증이 미비했던 신라 왕릉들의 원형 재복원 사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