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결정 후회 없다"…퇴임 앞둔 이창용 한은총재, 인플레 대응부터 구조개혁까지 4년 평가

김호성 기자 2026. 4. 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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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론’엔 반박, 환율 발언 논란엔 해명…"사실관계는 틀리지 않아"
"환율 안정 상태서 넘기고 싶었는데 트럼프가 안 도와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월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금통위원들이 잘 해주셔서 자기 자랑 같지만 후회하는 것은 없다. 금리 조기 인하에 실기했다는 말도 많았고, 지나서는 너무 금리를 안 올려서 환율이 올랐다고도 하니 그냥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는 20일 퇴임을 앞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 간담회에서 재임 중 통화정책 성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 이후 전례 없는 고물가 상황에서 통화 긴축을 이끌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성장률 하락, 한·미 금리 차, 가계부채 증가, 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변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구조개혁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실기론' 반박…"금리 인하 부동산·금융 불균형 우려"

금통위는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쪽으로 전환했다. 다만 2025년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8월 선제 인하가 필요했다는 '실기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8월 당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융 불균형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컸기 때문에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해왔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부근까지 상승하자 금리 동결 장기화가 원화 약세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한은은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수요 등 외환시장 수급 요인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제 생각엔 한미 금리차 때문도 아니고 외국인에 의한 것도 아니라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많아져서다.

젊은 분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많이 해서 왜 하냐고 물어보니 '쿨하잖아요'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이런 것들이 유행처럼 막 커지는 면에서는 걱정이 되고 위험 관리가 과연 되고 있는지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불렀다.

이날 이 총재는 해당 발언을 후회되는 말실수 중 하나로 꼽으면서도 "작년 11월, 12월 해외 투자 유출이 많았다. 지금 (환율 분석을) 하라고 해도 그 얘기를 했을 것 같다"며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대학생이 '쿨하잖아요'라고 답했는데, 내가 한 말처럼 보도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인터뷰 논란도 언급했다.

당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 여부까지 새로운 데이터(경제·금융 지표)에 달려있다"고 말했지만 일부에서 이를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로 해석하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인하 기조 지속 기대가 강화되면 안 될 것 같아 12월 데이터를 보고 기조 전환도 말 할 수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저는 (그 전환을) 동결로 생각했지, 인상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언론사가 전부 인상이라고 써서 이자율이 올라 엄청 곤란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 재정·부동산까지 확장된 발언…"구조개혁 필요"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도 구조개혁 관련 발언은 이어졌다.

정부의 26조2000억원 규모 전쟁 추경에 대해 "적자 국채가 아닌, 추가 세수를 활용해 성장률 하락에 대응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을 중심으로 경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초·중·고등학교 예산으로 4조8000억원을 보내는 게 바람직한지 더 많이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었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금은 평생교육과 노인 빈곤 문제를 다루는 예산이 더 필요한데 늘어난 세 금의 일부를 기계적으로 초등교육 예산으로 보내는 경직성을 다시 한 번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로 인해 초과세수의 일정 비율이 자동 배분되는 구조도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주택가격 상승이 다른 모든 자산의 수익률을 뛰어넘는 구조가 계속되면 국민 양극화 정서 문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측면에서 굉장히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수십 년간 방치한 부동산 중심의 가격 자산 상승은 꼭 해결해야 할 문제기 때문에 이번 정부뿐 아니라 다음 정부도 계속해서 부동산 가격 문제를 성공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공급 정책, 세제와 함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며 "수도권으로 계속 유입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도 (집값이)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 "발걸음 가볍다"…한은 노조 64% "재임 기간 정책 잘했다"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을 다 해결하지 못해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기대도 많고 발걸음도 아주 가볍다"고 했다.

고환율과 관련해서는 "다만 환율이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기면 일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렇게(환율안정) 가나 했는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으로) 안 도와줬다"고 답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사상 초유의 연속 빅스텝을 통해 물가 대응에 나섰고, 이후 정치 혼란기에는 연속 금리 인하로 경기 하강에 대응했다.

한은 노조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1%가 "이 총재 재임 기간 전체적으로 정책 실적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도입됐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뒤 금리 전망을 공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했고, 지난 2월부터는 한국형 점도표를 시행했다.

다만 직설적인 화법은 반복적으로 논란을 낳았다. 민감한 경제·사회 이슈에 대한 발언과 한은 연구 보고서가 시장과 사회적 쟁점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