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항공 대전환-하늘길 넘어 우주로] 나홀로 흑자, 무엇이 달랐나?

신혜영 기자 2026. 4.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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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유가 속 흑자 기록, 대한항공 전략 통했다

지난해 한국인 2955만명이 해외로 떠났으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도 무려 1894만명이었다. 둘 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 2024년 11월에는 인천국제공항이 확장사업을 완료, 연간 여객 1억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3위 공항으로 도약하기에 이르렀다.

항공업계는 웃지 못했다.

고환율·고유가·공급과잉이라는 삼중고가 날개를 꺾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비행기에 승객들을 가득 태워 하늘길을 쉴 틈 없이 오갔지만 착륙 지점은 늘 적자 늪이었다.

그 가운데 홀로 적자를 비껴간 항공사가 있었다. 바로 대한항공이다. 비록 업계에 불어닥친 삼중고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며 흑자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통해 '메가 캐리어(Mega Carrier)'로서 더 큰 도약을 꿈꾼다.

올해 말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더 커진 몸집에 더 큰 날개와 엔진을 달고 하늘길을 넘어 전장으로, 우주로 나아가는 비전을 그리는 대한항공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매출 16조501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1조90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지만 고환율·고유가·출혈경쟁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항공업계가 적자와 씨름하는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했다.

배경에는 국내 1위 항공사라는 탄탄한 기초체력 위에 쌓아 올린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 단거리 노선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장거리 노선에서는 철저한 운임 방어로 수익을 챙겼다. 여객 사업 외에 화물·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사업 다각화 전략도 통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항공업계 비명 지른 2025년
2025년은 항공업계에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 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2023년 상반기부터 폭발하기 시작해 2025년에는 한국인 해외여행 2955만명이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발생 직전인 2019년 2871만명을 약 2.9% 상회하는 수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 영토 특성상 해외여행 호황은 항공업계에 호재다.

문제는 현실이다. 지난해 하늘길을 오간 여행객들은 붐비는 공항과 촘촘한 운항 스케줄, 빈틈없이 들어찬 객실을 보며 항공사들이 축제를 벌일 걸로 예상했지만 연말에 날아든 성적표는 처참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항공사 6곳 중 대한항공을 제외한 5곳이 적자를 봤다. 실제로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은 6조1969억원의 매출을 냈으나 영업손실 3425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적자 전환했고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역대 최대 호황에도 항공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한 배경에는 고환율과 고유가, 공급 과잉에 의한 출혈 경쟁이 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트럼프 취임에 따른 강달러 정책과 국내외 정치적 불안으로 16년 만에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 점이 중요하다. 여기에 환율이 평균 1470원을 넘어서면서 외환위기 이후 월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현지 체류비 등 주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에게 고환율은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다.

특히 LCC의 경우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도 주요한 악재였다. 팬데믹 이후 폭증하는 여행 수요에 대응해 항공기를 늘리고 단거리 인기 노선을 증편했으나 이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공급 과잉 사태가 발생, LCC들은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공격적인 초특가 할인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객실은 채워도 돈은 안 되는 뼈아픈 비행을 지속해야만 했다.

대한항공은 달랐다. 지난 한 해 동안 항공업계를 덮친 그림자 속에서 나홀로 비상하며 밝은 궤적을 그려 나갔다. 그 중심에는 단거리 노선의 탄력적 운영, 장거리 노선의 운임 방어, 그리고 화물·항공우주·방산 부문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세 가지 큰 축이 있었다.
지난 1월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재단장을 마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동편 좌측 라운지에서 관계자가 라운지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중국 단거리 노선 탄력 운영
지난해 대한항공은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자 노선을 대폭 확대해 수요에 부응했다. 팬데믹 시기 주춤했던 수요에 따라 축소했던 노선을 2023년부터 서서히 늘려 2025년에는 2019년 수준의 90%를 회복했다.

특히 2025년은 엔화 약세 흐름과 중국의 무비자 입국 허용이 맞물리며 잠재적 관광 수요층의 경제적·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해였다. 게다가 나가사키, 가고시마 등 일본 소도시 여행이 MZ세대 사이에서 트렌드로 떠올랐고 팬데믹 시기 억눌렸던 중장년층 단체 관광 수요도 한꺼번에 터져 나와 장가계·백두산 등으로 흘러갔다.

장거리 노선 수요를 단거리 노선으로 흡수하기도 했다. 고환율·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장거리 노선 항공권 가격이 치솟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중국으로 눈을 돌린 여객들이 많았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이 입국 규제를 강화하자 미주 노선 수요가 정체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10월 초 추석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일본·중국 중심 단거리 노선에서 수익을 방어해냈다. 다양한 기재와 노선을 바탕으로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리스크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고수익 원천 장거리 노선 '독주'
장거리 노선에서는 운임 방어 전략이 성과를 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지난해 미주·유럽 노선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주도했다. 특히 인천-시카고, 인천-애틀랜타와 같이 비즈니스 수요가 탄탄한 장거리 노선은 조인트벤처(JV)를 맺은 델타항공과 강력한 성벽을 쌓고 수익을 나눠 가졌다. JV는 두 항공사가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면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협력 모델이다. 특히 양사가 운임을 공동 결정해 유리한 가격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출장을 떠나는 기업 임직원들은 비싼 운임에도 불구하고 직항과 마일리지 혜택 때문에 해당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고단가 수요를 확보해 운임을 방어할 수 있는 최적의 노선이다.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장거리 노선에서 독과점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일부 노선 슬롯과 운수권을 타 항공사에 넘기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LCC에 일부 노선이 배분됐으나 실제 취항은 지연되면서 대한항공의 독주 체제가 한동안 지속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진그룹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 항공우주·방산으로 사업 다각화
유가와 환율 등 외부 여건에 취약한 여객 부문 외에 비교적 안정된 수익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화물 사업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편입한 것도 실적 견인에 한 몫 했다고 평가된다. 대한항공은 해외 30여개국에 화물기 23대를 운항하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부품, 전자제품, 의약품, 신선식품 등을 운송하고 있다. 특히 작은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밀 전자 장비와 세심한 온도 관리를 요구하는 부패성 화물 등 특수 화물을 운송하면서 일반 화물 대비 높은 운임을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화물 사업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351억원 증가한 1조233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특수 화물 운송과 함께 중국발 전자상거래 수요 지속 확대, 연말 소비 특수가 수익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장기적인 고정 물량 확보로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된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화물기와 별개로 벨리카고(Belly Cargo)라 불리는 여객기 하부 화물칸도 적극 활용했다. 단거리 여객 수요가 폭증할 때 대한항공은 벨리카고에 화물을 잔뜩 실어 여객과 화물의 이중 수익 구조를 완성했다.

항공우주·방산 부문에서는 수년간 이어졌던 적자 흐름을 끊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UH-60 블랙 호크 헬기 성능개량 사업 등 항공우주·방산 부문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졌다. 항공우주 사업과 방위 사업을 아우르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4713억8800만원, 누적 영업이익 165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4분기 잠정 실적을 합산하면 연간 매출은 약 77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5% 남짓이지만 적자 구조를 청산하고 돈 버는 사업부로 전환하면서 대한항공의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2월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DSK 2025(드론쇼코리아)'에서 육군3사관학교 생도들이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중고도무인기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리미엄석으로 틈새 수요 공략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사이의 틈새 수요도 공략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 프리미엄석을 도입해 그동안 퍼스트·비즈니스·이코노미 클래스로 고착화됐던 좌석 체계를 재편했다. 프리미엄석은 일반석보다 좌석 간격이 넓고 등받이가 130도 젖혀진다. 비즈니스 클래스에 준하는 기내식과 우선 탑승, 수하물 우선 처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프리미엄석은 에어프랑스, 에티하드항공 등 외항사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최초로 도입했다.

대한항공은 B777-300ER 기종에 프리미엄석을 도입하면서 기존 일등석을 없앴다. 일등석 수요가 꾸준한 미주·유럽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는 탑승률이 저조한 탓이다. 실제로 항공 분석 전문 기업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2024년 연간 일등석 좌석 수는 1260만석으로 2019년(2105만석) 대비 40%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항공기 총 좌석 수가 57억석에서 59억석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외항사들은 일등석을 줄이면서 비즈니스석을 고급화하고 프리미엄석을 도입하는 등 좌석 체계를 세분화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프리미엄석을 도입하면서 이코노미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 4월 24일 인천 중구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 앞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B777-300ER 기종의 HL8008 항공기 동체를 세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도약 꿈꾸는 '통합 대한항공'
대한항공도 2025년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고환율.고유가 바람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9% 감소한 것에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나 압도적인 기재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유연한 대응력과 국내 1위 항공사라는 체급이 갖는 방어력은 거센 바람에도 안정된 비행을 가능케 했다. 특히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 사업에서 시선을 옮겨 항공기라는 특수한 자산이 가진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 영역으로 영토를 확장한 것은 탁월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넓어진 영토에 걸맞게 체급을 한 단계 더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말 아시아나항공과 결합해 '통합 대한항공'으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로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쟁 체제는 막을 내리고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 FSC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진그룹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6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통합 대한항공의 비전을 재차 강조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위해 지난해 안전 관리 체계와 운항 시스템을 단일화하는 작업을 치열하게 준비했다"며 "올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완수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캐리어'로 공식 출범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올해 경영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지만 통합이 가져올 시너지를 증명하겠다"고 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내놓은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청사진과는 달리,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과점에 따른 가격 상승과 마일리지 가치 하락 등 소비자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