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기름값 묶었더니 여기저기서 비명…단통법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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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발언은 각각의 정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순간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후자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다.
김 장관의 말에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효과가 기대만 못하다는 인식이 반영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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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공지된 것을 보고 (공시지원금이)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2014년 10월1일 최성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2026년 3월16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2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발언은 각각의 정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순간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후자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다. 시장 가격을 행정적으로 통제할 경우 자율적 경쟁이 위축되며 정책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례를 돌아볼만 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 전 위원장의 언급은 단통법 시행 첫날 공개됐다. 정부는 휴대폰 보조금 상한을 30만원으로 설정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통신사들이 눈치를 보며 지원금을 10만원 안팎으로 낮게 책정했다. 기대한 수준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휴대폰 시장 '호갱 방지'를 내세웠던 단통법은 오히려 가격 경쟁을 위축시켰다는 비판만 듣다가 지난해 7월 폐지됐다.
김 장관의 말에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효과가 기대만 못하다는 인식이 반영돼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에 상한을 두고 이를 일정 주기마다 조정하는 방식이다. 국제유가 급등분이 소비자 가격에 과도하게 전가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란 사태로 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약 30년만에 다시 꺼낸 가격 통제 카드였다. 2차와 3차 석유 최고가격은 1차 석유 최고가격(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실내 등유 1320원) 대비 모든 유종이 210원씩 인상됐다.
단통법처럼 최고가격제 역시 시행 직후부터 혼선이 나타났다. 자영 주유소 가격이 직영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게 대표적이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는 인건비·운영비 등 고정비가 반영돼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반면 자영 주유소는 대리점을 통한 대량 공급과 가격 경쟁을 기반으로 더 저렴하게 판매되는 구조다. 그런데 직영이나 자영이나 동일한 최고가격제를 적용받는 상황 속에서 고가 재고를 보유한 자영 주유소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기름인데 왜 주유소마다 가격이 이렇게 다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 장관의 인식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동일한 제품인데도 주유소별 가격 차이가 약 100원까지 벌어지면서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어려워지고, 체감 가격에 대한 혼란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유통 현장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 대리점 공급가와 정유사의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사실상 같아지면서 기본적인 유통 비용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하며 공급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손실 구조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석유 대리점은 공급 중단이나 폐업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유사들도 최고가격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고가격제를 정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보전해줄지 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정 부담 또한 늘어나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정부는 6개월간 약 4조2000억원 규모로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어 추가 재정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리점은 그동안 대량 물량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에 공급받아왔지만,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이런 구조가 무너지면서 어려움이 커진 것"이라며 "제도가 장기화할수록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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