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車 … SDV 넘어 AIDV 시대 열린다

한지연 기자(han.jiyeon@mk.co.kr) 2026. 4.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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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단서 생활파트너 변신
차량 내부에 탑재된 AI 비서
주행 습관·음악 취향 등 학습
운전자에 맞춰 스스로 진화
현대차그룹·벤츠·화웨이 등
개인화 AI 서비스 개발 박차
10년뒤 시장 11배 성장 전망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자의 삶에 스며드는 '생활 파트너'로 진화를 선언했다. 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을 넘어 인공지능정의차량(AI-Defined Vehicle·AIDV) 시대가 열리면서다. AIDV는 인공지능(AI)이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동적 자아를 갖는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학습 주체다. SDV 환경은 제조사가 일괄 배포하는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모든 사용자가 동일하게 내려받는 수동적 구조다. 전 세계 수만 대의 차량이 똑같은 기능을 갖게 되는 일종의 기성복 시스템이다.

반면 AIDV는 제조사의 업데이트와 관계없이 차량 스스로가 주행 데이터와 운전자 습관을 실시간 학습해 개별 최적화를 진행한다. AIDV는 운전자 습관을 반응·맥락 인식·개인화·예측 등 4단계로 고도화해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식이다.

내 차가 나의 주행 패턴과 선호 경로, 음악 취향과 미세한 선호 온도까지 독립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같은 차량이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옆집 김씨의 차'와 '내 차'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제조사가 정의한 기능을 소비하는 시대를 지나 차 스스로 운전자에게 맞춰 자아를 형성하는 완전한 진화의 단계다.

차량이 운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학습하는 만큼 방대한 데이터 유출에 대한 보안 리스크는 AIDV 시대의 가장 큰 숙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DV는 차량 내부에서 직접 사고하고 연산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기존 커넥티드카처럼 학습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 서버로 매번 전송할 필요가 없어 정보 유출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AIDV 구현에 있어 반응성이 뛰어난 전기차 플랫폼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SDV와의 결정적 차이다.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SDV 환경 구현은 내연기관차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AI가 주행을 직접 제어하는 AIDV는 하드웨어부터 달라야 한다.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변속기의 기계적 마찰 구조 탓에 1초당 수만 번에 달하는 AI의 연산을 즉각 구현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 반면 조향과 제동이 전자적으로 통합된 전기차는 AI의 지능형 제어를 0.1초 만에 실제 주행으로 연결할 수 있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전기차가 적합하다. AIDV에 탑재된 온디바이스 AI가 실시간으로 학습·추론하려면 상시 전력이 필요한데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AI 연산에도 주행거리 영향이 거의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AIDV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조직인 AVP본부를 2024년 신설하고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과 함께 AI 기반 차량 운영체제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통합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의 통합 제어기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결합해 차량의 센서·주행·인포테인먼트 데이터를 하나의 '중앙 두뇌' 컴퓨팅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구조로 재편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AI 앱 프레임워크(차량용 소프트웨어 구동 체계)를 비롯해 운전 패턴을 기억하는 '루틴', 차량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는 '카케어' 등 핵심 서비스 개발은 마쳤다. 사용자 습관을 학습화하는 '개인화 AI 에이전트' 개발은 기능을 고도화하는 막바지 단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체 차량 운영체제인 'MB.OS'를 축으로 한 '칩 투 클라우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차량 내 반도체와 중앙컴퓨터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클라우드까지 실시간으로 연결·학습시키는 구조로, 차량 성능 개선과 서비스 고도화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화웨이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자율주행 등 차량 AIDV 생태계로까지 확장한 대표 기업이다. 화웨이는 각 주문 생산(OEM)별 역량에 맞춘 소프트웨어 플랫폼 패키지를 맞춤형으로 제공 중이다. 차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화웨이 카'란 수식어가 생긴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9억5150만달러(약 1조43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AIDV 시장은 2035년 103억8630만달러(약 15조5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27%의 성장률로 전체 시장 규모가 10년 사이 11배 가까이 커지는 셈이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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