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6개월 다슬이의 걸음에 멈춘 봄…의성 광장에 번진 웃음
행운권 쥔 고사리 손부터 레이 추첨까지…현장 열기 고조

"우리 다슬이가 쌀이라도 하나 당첨됐으면 좋겠다."
12일 의성군 구봉공원 문소루 밑 음악분수 광장.
토끼 모자를 쓴 김다슬(16개월) 양의 어머니는 아이 손목에 감긴 행운권 띠를 바라보며 웃었다.

광장 한쪽에는 자전거와 쌀 포대, 생활용품 상자가 가지런히 놓였고, 무대 뒤에는 '제32회 의성군민건강걷기대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품의 의미를 알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였지만, 고사리 같은 손목의 번호표 하나가 이날 행사장의 분위기를 먼저 보여줬다.

△ 남대천 벚꽃길 따라 이어진 군민들의 발걸음
차를 타고 남대천 쪽을 지나던 길,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자를 눌러쓴 어르신들은 천천히 걸었고, 아이 손을 잡은 가족들은 보폭을 맞췄다.
발길을 따라 들어간 행사장에는 건강을 위해 나온 군민, 봄 산책길에 잠시 들른 주민, 공연과 경품 추첨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뒤섞여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약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청명과 곡우를 일주일여 앞뒤로 둔 이날 의성은 낮에는 20도를 웃도는 포근함이 감돌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일교차가 크게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문소루 밑 음악분수 광장을 출발해 남대천 주변 벚꽃길을 따라 다리 방향과 구봉산 오름길 인근까지 걸은 뒤 다시 돌아오는 왕복 코스를 이동했다.
끝물 벚꽃과 물가, 봄 하늘이 길 위에 겹쳤고, 사람들은 걸으며 이웃과 안부를 나눴다.
행렬이 도로와 맞닿은 구간에 이르자 경찰은 차량 흐름을 잠시 멈추거나 우회시키며 길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교통 통제 속에 차분하게 코스를 따라 걸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의성군보건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우부녀회 부스가 마련됐고, 경북 EMS 차량도 현장 인근에 대기했다.
행사는 의성건우회 주최·주관으로 오전 9시50분 셋하나풍물단 사전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개회식에는 김주수 의성군수와 박형수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광장에는 행사 관계자들뿐 아니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예비후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 북소리 뒤 시작된 경품 추첨
정오 무렵 걷기 행렬이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자 분위기는 무대 앞으로 쏠렸다.
사회자가 지난해 마늘축제 '의성 슈퍼스타 선발대회' 대상팀인 신말숙 회장이 이끄는 가음 아름소리난타를 소개하자 힘찬 북소리가 광장을 채웠다.
북채가 오르내릴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맞장단을 쳤다.
공연 직후 시작된 경품 추첨은 이날 현장의 웃음을 끌어낸 순서였다.
진행자가 1818번을 부르며 "이 번호 좋은데?"라고 하자 객석이 술렁였고, 네 자리가 모두 같은 2222번이 나오자 "2포카, 와 이거 나오기 힘든데"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이어졌다.

또 이보다 앞선 추첨에서는 번호가 호명되자 한 참가자가 먼저 무대 앞으로 나왔고, 진행자는 "장모님? 이 번호는 제가 뽑은 게 아니라 불렀을 뿐"이라고 받아넘겨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추첨 중간에는 계명태권도 시범단이 무대에 올라 힘찬 기합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마지막 공연은 금성면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의성의 딸' 김필수 씨가 맡았다.
사회자가 김 씨를 '미녀가수'로 소개하며 "꼭 이렇게 소개해달라고 했다"고 말하자, 김 씨는 "정말 이렇게 소개할 줄 몰랐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전부 다 레이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다. 함성과 박수를 많이 치시는 분께 돌아갈 거라 믿는다"고 말한 뒤 노래를 시작했고, 무대 앞에서는 다시 웃음과 박수가 번졌다.

△ 마지막 레이 추첨, 끝까지 남은 긴장감
마지막 경품인 레이는 마이팜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마원 대표가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진 폐회사에서 의성건우회 오승호 회장은 "올해도 많은 군민들이 함께해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걷기대회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군민들이 함께 건강을 챙기고 정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꼭 많이 참석해 의성건우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곧이어 오 회장 부부가 마지막 추첨을 맡자 행사장에는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
사회자가 "레이, 과연 누가 받을 것이냐"고 외치자 객석에서는 "제발"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행사는 오후 2시40분쯤 레이 추첨과 폐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무대 주변에는 정리 중인 상자와 늦게까지 자리를 지킨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남았다.
이날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걸었고, 누군가는 공연을 보며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손목의 행운권 번호를 기다렸다.
그리고 16개월 다슬이는 그 한복판에서 자기 속도로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