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삼전 없이 ‘80억’ 벌었다…재야의 고수가 지목한 다음 타깃은? [3고시대 투자법]

정채희 2026. 4. 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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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 장기투자 법칙' 저자 임인홍 "3고 시대, 에너지 금융주가 최적의 안전띠"

[커버스토리 : 3고시대 투자법] 

시장이 기술주의 화려한 상승에 열광할 때 묵묵히 구경제의 가치에 집중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증명한 이가 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 날카로운 정세 분석과 수익률로 블로그와 유튜브를 뜨겁게 달군 ‘오일 전문가’ 임인홍 씨다.

베스트셀러 ‘가속화 장기투자 법칙’의 저자이자 현재 쿠웨이트 국영 오일 컴퍼니(KOC) 현직자로 근무 중인 그는 근로소득, 배당소득과 기타 소득 등 모든 현금흐름으로 저평가 우량주를 꾸준히 사 모으고 있다. 엑슨모빌(XOM), 페트로브라스(PBR) 등 에너지주를 중심으로 금융, 제조, 음식료주가 대표적인 그의 포트폴리오다.

놀라운 점은 그 결과다. 기술주 하나 섞이지 않은 이 고전적인 포트폴리오로 연평균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6년 전 10억원대였던 그의 주식 자산은 올해 3월 말 기준 80억원대를 돌파했다. 2020년부터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투명하게 공개해 온 그는 “장기 투자는 결코 어렵지 않으며 누구나 원칙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지금처럼 고금리·고환율·고유가가 겹친 ‘3고(高) 시대’는 그의 투자 철학이 빛을 발하는 시기다.

임 씨는 “고금리는 금융권에, 고환율은 제조 수출 기업에, 고유가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에 확실한 수혜를 안겨준다”며 “이 세 가지 상황에 모두 대비된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면 평생 투자를 준비하는 장기투자자에게 적절한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오랜 기간 에너지 섹터의 우상향을 주장했습니다. 확신 근거는 무엇인가요.

“에너지 섹터 주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수소비재 ‘안전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원유 및 가스 소비를 ‘화석 연료 중독’이라고 비판하며 당장 중단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큽니다. 전 세계 인구 성장이 계속되는 한 원유 및 가스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고 실제 IEA(국제에너지기구)는 현행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2050년까지 원유와 가스 수요의 정점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을 작년에 대폭 수정한 바 있습니다.

주요 언론이 기후변화를 강조하며 기존 에너지 기업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운 결과 오랜 기간 이들 기업의 실질 가치와 주가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해 왔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유가 폭락과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하면서 이러한 저평가 현상은 정점에 달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당시에는 상당한 안전 마진이 존재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는 주가 상승으로 안전 마진이 상당 부분 축소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량한 에너지 기업에 장기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친환경 이슈는 에너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되지 않습니까.

“미래에도 탄소 중립은 중요한 이슈일 겁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적 생산’이라는 치명적인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데요. 따라서 신재생에너지로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이보다는 탄소 배출원에서 탄소를 회수해 고갈된 지하 또는 해저 저류층에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점은 CCS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이 바로 기존 글로벌 오일 메이저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CCS 시장의 주도권 역시 기존 오일 메이저가 쥐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런 의미에서 오일 메이저 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확신합니다.”

2주 휴전으로 에너지 관련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이번 미국-이란 간의 전쟁이 일단락되면 유가와 에너지 섹터 기업 주가가 단기적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은 큽니다. 다만 저 같은 장기투자자에게 이러한 변동성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만약 제가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며 매매했다면 지금 같은 수익률은 결코 거둘 수 없었을 겁니다. 장기투자를 계속 이어왔기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는데요.

글로벌 에너지 섹터 기업들은 주주환원에 매우 적극적인 곳이 많습니다. 따라서 변동성이 나타날 때마다 주식을 매도하기보다는 이를 필수소비재 성격의 ‘안전 자산’을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일정한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정학적 에너지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텐데요. 그럴 때마다 에너지 섹터 주식은 자산을 지켜주는 든든한 ‘안전띠’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에너지 섹터는 방대합니다. 투자 고민을 줄여주신다면.

“에너지 산업 투자 시 유의할 점은 기업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S-Oil 같은 기업은 정제업이 주 사업이고 일부 케미컬 사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가는 오르는데 정제품 가격이 충분히 오르지 못하는 ‘정제마진 축소’ 국면에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엑슨모빌처럼 세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에너지 기업은 구조적 강점을 가집니다. 유가 상승 시 업스트림에서 즉각적으로 이익이 상승하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다소 축소되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추천합니다. 후보군으로는 엑슨모빌, 셰브론, 쉘, BP, 토탈에너지스, 페트로브라스 같은 기업이 있습니다.”

4월 6일 기준 임인홍 씨가 투자한 에너지주 현황.


이 중 엑슨모빌과 페트로브라스 두 종목을 동시에 선택하신 이유는요.

“엑슨모빌은 국영을 제외하면 글로벌 오일 메이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기업입니다. 규모가 크다보니 다양한 유전에서 원유와 가스를 채굴하는데요. 원유 및 가스 채굴을 의미하는 업스트림에 끝나지 않고 정제업 그리고 합성고무를 포함한 여러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최고의 오일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으로 브라질 연안의 염하층 심해 유전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및 하역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약 46대의 FPSO를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엑슨모빌과 마찬가지로 정제업과 석유화학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제가 두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이유는 우수한 이익창출력과 지속 가능성, 강한 주주환원 의지, 그리고 투명한 주주환원 정책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엑슨모빌은 1984년 이후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배당금을 인상해왔으며 현재 배당성향은 안정적인 59%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페트로브라스는 이미 공개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다른 글로벌 오일 메이저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배당률을 통해 주주에게 이익을 투명하게 환원하고 있습니다.”

차기 정부의 성향에 따라 에너지 관련주 투자 비중을 조절해야 하나요.

“정치적 풍향은 4~5년마다 반복되는 외부 소음입니다. 제가 엑슨모빌과 페트로브라스를 매집하는 동안에도 미국과 브라질의 정권은 바뀌었고 정책 기조도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본질인 이익창출력과 주주환원이라는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이슈로 주가가 흔들린다면 저는 오히려 수량을 늘릴 기회라고 봅니다.”


장기 투자는 한국에 맞지 않다는 회의론도 많습니다.

“장기투자는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투자 방식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그러다보니 변동성 있는 주식 자산보다 예금 상품에 더 끌리는 경우가 많고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금방 수익을 실현해서 확정 짓고 싶어 합니다.

장기투자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투자의 대가들은 예외 없이 모두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투자를 이어갔고 그 결과 놀라운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정의하는 장기투자란 다음과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력, 우수한 주주환원, 그리고 충분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여 장기투자함으로써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는 투자입니다.”

‘매도 기준’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장기투자를 이어가면서 매도를 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첫째는 보유 종목보다 더 나은 저평가 우량주를 발견해 ‘교체 매매’를 할 때이고 둘째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때입니다. 실제로 2022년 롯데케미칼이 무리한 인수합병과 자금 조달로 기업가치가 흔들린다고 판단해 과감히 손절하고 하나금융지주로 갈아탄 사례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실 복구는 물론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목표 수익률을 미리 설정할 필요는 없으며 기업이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중간에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하면 다른 저평가된 우량주로 교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새롭게 편입 중이거나 비중을 늘리고 있는 섹터가 있다면.

“현재 저의 주식 자산 비중은 국내 80%, 해외 20% 수준입니다. 이 중 하나금융지주는 2019년 중반 3만원대에서 매수하기 시작해 4월 6일 현재 11.2만원에 이르렀지만 그사이 기업 펀더멘털은 주가 상승폭 이상으로 좋아졌습니다. 주가가 세 배 이상 올랐더라도 기업가치의 상승폭이 더 크다면 여전히 안전마진은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 같은 종목은 투자한지 6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매수합니다. 3월 초부터는 NH투자증권 우선주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자산을 좀 더 분산하기 위해 유로화 및 파운드화 자산을 확대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후보군으로 Allianz(독일), AXA(프랑스), Aviva(영국) 등 유럽의 대표적인 보험사들을 고려 중입니다. 에너지 섹터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현금흐름과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보유한 기업들이라 조금씩 사 모으며 장기투자를 하면 어떨지 생각 중입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도 궁금합니다.

“국내 증시는 현재 아무도 믿지 않던 코스피 5000 시대를 연 상태입니다. 많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과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는 생각입니다. 가계 자산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전환되려면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더 많은 머니 무브가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국내 저평가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 역시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국내 저평가 우량주는 무엇인가요. 

“지금 보유한 종목들입니다. 금융주(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NH투자증권, 삼성화재), 제조사(현대차, 기아, 한국타이어, 세아제강, 금호석유화학), 음식료(빙그레, 오뚜기, 농심) 등의 주가는 꽤 상승했지만 기업 펀더멘털도 좋아졌기 때문에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3고 시대에도 지금의 투자전략을 추천하나요.

“고금리는 금융권에 유리하고 고환율은 수출이 많은 현대차와 기아에 유리합니다. 고유가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에 유리하죠. 세 가지 상황에 모두 대비했기 때문에 평생 투자가 준비돼 있는 장기투자자에게 적절한 투자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년간 장기투자를 견뎌낸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2014년 장기투자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단기투자와 FX마진, 선물 같은 파생 거래를 꽤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파생거래를 통해 돈을 벌긴 벌었지만 큰돈을 잃고 다시 복구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트레이딩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이에 2014년 유가 하락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당시 재직 중이던 S-OIL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며 본격적인 장기투자를 시작했습니다. 4년간 모든 현금흐름을 투입해 꾸준히 주식을 사 모았고 2018년 10월 전량 매도하면서 트레이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기투자의 압도적인 성과를 직접 체감했습니다. 그때의 성공적인 장기투자 경험이 지금까지 장기투자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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