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노보노디스크, 체질 개선 박차…소비재 DNA 대거 수혈
美서 일라이릴리에 완패 후 탑3서도 밀려
초콜렛·패션·생활용품 등서 임원 모셔오기
철저한 자기 반성후 유통·마케팅 전면 개편
"의약품이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위기를 맞이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세계적인 제과·패션·생활용품 등 소비재 기업 임원들을 대거 영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비만을 의학적 필요로만 접근했던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노보노디스크는 미국 시장에서 의약품이 소비재처럼 유통·마케팅되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에 ‘완패’를 당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마이크 두스트다르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비만을 의학적 필요라는 단일 관점에서만 다루던 사고방식에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 성찰 끝에 내놓은 결론이다.
노보노디스크는 2년 전만 해도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 열풍에 힘입어 시가총액 6500억달러로 유럽 1위 기업에 올랐다. 그러나 1년 새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스위스 로슈·노바티스에 밀려 유럽 3대 제약사 밖으로 추락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실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시장에서 일라이릴리에 밀린 배경은 명확하다. 일라이릴리는 자사 비만약 제프바운드의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에 미국 특유의 소비자 직접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신규 환자 점유율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는 수요 예측부터 실패했다. 과거 약물 삭센다의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수요를 산정했으나, 위고비 출시 직후 폭발적 수요에 속수무책이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후 위고비 처방 건수가 5주 만에 삭센다 5년 치를 넘어섰고, FDA가 2022년 공급 부족을 선언하자 조제약국들이 세마글루티드 성분으로 자체 복제약을 대량 생산해 200만명에게 판매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두스트다르 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약을 추천하고, 의사 처방 없이 직접 구매에 나서는 현상은 당뇨나 암 치료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초콜릿·패션·생활용품 기업에서 답을 찾다
노보노디스크의 반격 전략은 소비재 기업의 DNA를 이식하는 것이다. 회사는 지난달 세계적 제과·반려동물 사료 기업 마스(Mars)의 폴 바이라우흐 CEO를 이사회 옵서버로 영입, 내년 정식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패스트패션 기업 H&M의 헬레나 삭손도 이사로 합류했다. 미국 법인장에는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 출신 제이미 밀러를 앉혔다.
비만약 판매 채널도 소비재 방식으로 재편하고 있다. 원격의료 업체 힘스앤허스, 로, 웨이트워처스 등과 제휴해 소비자 직접 판매(DTC) 채널을 구축하고, 월정액 구독 모델도 도입했다.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노보케어’도 운영 중이다. 장기 구독자에게는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고객을 묶어두는 전략이다.
역성장 시대…약가 반값 인하에 특허 만료까지
다만 재무적 과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최대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역성장 시대 진입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압박에 대응해 내년부터 주요 약물 정가를 최대 50% 낮추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올해 인도, 중국,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세마글루티드 특허가 만료돼 저가 복제약과의 경쟁도 시작된다. 지난해 9월 덴마크 내 5000명을 포함해 9000명을 감원한 배경이다.
올해 1월 출시한 위고비 알약은 저렴한 가격과 선발 이점을 앞세워 60만건의 처방을 기록하며 역대급 신약 출시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주 일라이릴리의 경쟁 경구약 파운다요가 출시되면서 독점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케임브리지대 마리 스프렉클리 박사는 “비만약의 소비재화가 골밀도·근육 감소 등 의학적 부작용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다”며 “의료 감독 없는 판매 확대가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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