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회의론자’ 밴스, 첫 외교 시험대서 고배···향후 역할에 주목

미국 협상단을 이끌고 이란과 첫 종전 협상에 나섰던 J D 밴스 미 부통령이 21시간 협상 끝에 빈손으로 귀국했다. 다음 협상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카드를 꺼내 들면서 밴스 부통령의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이란 대표단과 밤샘 협상을 벌인 밴스 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2일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제러드 쿠슈너와 함께 협상단을 이끈 41세 밴스 부통령에게 이번 협상은 중요한 시험대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이번 방문이 밴스 부통령 취임 14개월 만에 가장 주목받는 임무였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그의 활동이 주로 국내 정치에 집중돼 왔기 때문이다.
밴스는 공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을 지지했지만, 비공식 자리에서는 군사 작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비개입주의 성향을 견지해 온 그의 입장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왔다. 밴스는 2023년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것”을 꼽기도 했다. 트럼프 측 핵심 인사 중 이번 전쟁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인물이 47년 만에 미·이란 최고위급 협상을 이끌게 된 셈이다.

그러나 NYT는 밴스 부통령이 워싱턴에서 출발할 때까지 협상 방식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교전 지속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었으며 이는 미·이란 전쟁의 많은 변수가 미국의 통제권 밖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BBC는 미국 대표단의 외교 경험 부재를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의 공직 경력은 상원의원 2년이 전부고, 윗코프와 쿠슈너는 부동산 사업가 출신이다. 분쟁 지역 곳곳을 누빈 ‘문제 해결사’들이지만 이전 이란 협상 실패가 현재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란의 협상 지위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다.
협상은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엇갈린 메시지에 발목을 잡혔다. 그는 협상 중에도 “이란은 크게 패배 중”이라고 비판하고, 이란이 쥔 카드는 국제 수로를 이용한 단기 협박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승리한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이란 국영 매체는 미국 협상팀이 혼란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협상 시작 전인 4월 1일 백악관 부활절 오찬에서 “협상이 실패하면 밴스 탓으로 돌리고, 성공하면 공을 가져가겠다”고 농담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미·이란 간 뿌리 깊은 불신과 오해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협상이 진행되면서 미국 협상팀 내부에서 유대감이 형성되고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전했지만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공식화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란의 해협 통제로 이미 협상력이 기운 상황에서 미국까지 봉쇄로 응수하면서 양측의 긴장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 2주 휴전 시한 만료를 앞두고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재개될 경우 밴스 부통령이 다시 전면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애리조나와 네바다주 방문해 행정부 성과를 홍보할 예정이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경합주를 돌며 트럼프 정책 홍보에 집중해 온 밴스 부통령이 향후 전쟁 문제에 얼마나 관여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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