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푹 빠진 베트남…중산층이 주류 시장 판도 바꿨다
3년 새 중산층 인구 두 배 늘고
소득 증가·소비 고급화 추세 뚜렷
정부 규제로 맥주산업 타격받자
세율 낮은 와인이 대체제 되기도

전 세계적으로 음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베트남의 와인 산업은 오히려 성장세를 나타냈다. 중산층 확대와 관광 산업 회복이 맞물리며 주류 소비가 와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규제로 맥주 시장이 흔들리는 사이 와인이 대체제로 부상했다는 해석도 있다.
◇중산층 와인 문화 확산

13일 시장조사업체 IMARC에 따르면 베트남 와인 시장 규모는 2033년 약 28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2년 약 2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1배가량 성장한 수준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3.73%로 관측된다.
와인 소비량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베트남 컨설팅업체 인코프베트남은 와인 소비량이 2024년 1040만ℓ에서 2027년 1370만ℓ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와인 소비 증가의 배경에는 중산층의 소비 증가가 있다. 이들의 소득 증가와 함께 소비가 고급화되면서 와인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기업 데잔시라&어소시에이츠가 발행하는 차이나브리핑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베트남 중산층은 약 13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했다. 올해는 2023년의 두배인 26%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5년까지 베트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중산층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성장률도 견조한 편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1월 2025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8%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 산업이 회복된 점도 와인 수요를 끌어올렸다. 호찌민과 하노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며 레스토랑, 호텔, 면세점 등의 주류 판매 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2년 1600만ℓ 수준이던 베트남 내 와인 판매량은 2030년 2415ℓ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6.29%에 달한다.
◇고급·수입 와인 수요 증가

와인 소비층이 젊어지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매년 약 100만명이 법정 음주 연령에 진입하면서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명절이나 각종 행사에서 와인을 선물하는 문화도 베트남 내 와인 수요를 뒷받침한다. 베트남뉴스는 “그동안 베트남에서 와인은 50세 이상 소비자가 선호해왔지만, 최근 35세 이상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와인이 고소득층과 외국인 거주자만 누리는 고급 제품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점도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와인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요소다. 인코프베트남은 “35~45세 전문직 종사자와 높은 도수의 알코올 음료의 대안을 찾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와인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고급 와인에 대한 소비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베트남 시장은 여전히 저가 제품 중심이다. 병당 10달러 미만 와인이 전체 판매량의 88%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코프베트남은 고급 수입 와인에 대한 지출이 점차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베트남 와인 시장에서 현지 생산 비중은 약 25%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수입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수입 와인 중에서는 칠레산 비중이 25%로 가장 높다. 이어 프랑스(19%), 호주(13%) 등 순이다. 이탈리아와 미국산 와인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특히 2020년 발효된 유럽연합(EU)과 베트남 간 자유무역협정인 EVFTA에 따라 유럽산 와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유럽산 와인과 증류주에 대한 베트남의 수입 관세는 50%지만 2027년 단계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맥주 산업과 희비 엇갈려
베트남 정부의 주류세 개편이 맥주 산업을 정조준하면서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낮은 와인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 베트남 의회는 음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주류세 인상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주류 소비세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개편안에 따르면 주류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차등 과세한다. 알코올 도수 20도 이상은 올해부터 출고가의 65%를 과세하고, 이를 2031년까지 90%로 인상한다. 반면 도수 20도 미만인 품목은 35%의 세율을 적용받고, 2031년에는 60%까지 오른다. 대부분의 와인이 이 구간에 포함된다.
하지만 맥주는 별도의 과세 체계가 적용된다. 현재 65% 수준인 세율이 2031년까지 90%로 상승할 예정이다. 같은 저도주임에도 불구하고 세 부담 증가 폭이 더 큰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세제 개편이 사실상 맥주와 독주를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맥주 소비가 비중이 높은 국가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멕시코에 이어 네덜란드 맥주 기업 하이네켄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세금 인상과 규제 강화로 맥주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하이네켄과 칼스버그, 현지 업체인 사베코와 하베코 역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현지 매체 베트남익스프레스는 “2025년 기준 맥주 업계 매출이 최근 3년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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