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통상권은 지금] <10> 전통상권, 침체 장기화…“구조적 변화 없인 회복 어렵다”

권영진 기자 2026. 4. 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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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벌어지는 오프라인·온라인 시장 격차
야시장·축제 등 다양한 시도로 상권 활성화 도모
박승제 한국유통과학연구소장, “디지털 전환 등 경쟁력 갖춰야”
'대구의 심장' 동성로 등 대구지역 전통상권이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영진 기자
박승제 한국유통과학연구소장.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대구의 골목상권들이 텅 빈 점포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인파로 북적이던 서문시장과 동성로 곳곳에 '임대 문의' 벽보가 붙는 등 상권 공동화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지역 상권의 실태를 점검하고, 전문가 제언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활성화 방안을 짚어봤다.

◆10곳 중 3곳 비었다… 지표로 확인된 '상권 공동화'

소비 위축과 온라인 유통 확대, 인구 감소 등 각종 악재의 영향으로 '대구의 심장' 동성로를 비롯해 대구약령시와 서문시장 등 대구지역 전통상권이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주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침체는 실질 지표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R-ONE)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대구 전체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8.1%로 전분기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상권별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통상권인 서문시장과 청라언덕이 36.%로 가장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10곳 중 3곳은 빈 점포인 셈이다. 이어 '대구의 심장' 동성로 중심(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동성로 보행자전용도로)이 26.9%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계명대 로데오거리(24.9%), 죽전역 상권(21.6%), 두류·감삼역(19.0%)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구 전체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도 9.8%로 전분기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권역별로는 수성 범어가 19.4%로 가장 높았고, 동성로 중심(15.0%), 죽전역 상권(14.9%), 월촌·안지랑(10.5%), 서문시장과 청라언덕(10.1%) 등이 뒤를 잇는 등 전통상권 곳곳에 텅 빈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시장에 밀리고 신흥 상권에 치이고"… 복합적 구조 위기

이와 관련해 박승제 한국유통과학연구소장은 본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전통상권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일 요인이 아닌 복합 구조적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박 소장은 "지난해 기준 5대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의 전체 매출이 약 107조 원 가량인 반면에 온라인 시장의 전체 매출은 약 140조 원에 달하는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 간의 격차가 커진 탓에 전통상권이 침체기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높은 도시로 손꼽히는 대구의 상권 침체가 두드러졌다. 이를 두고 박 소장은 산업 구조 재편, 신흥 상권 성장, 업주 고령화 등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박 소장은 "대구의 경우 섬유·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급격히 재편되면서 전통상권의 주력 품목인 의류·섬유 부문의 경쟁력이 급감하면서 서문시장과 같은 전통상권이 침체기로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흥 상권 성장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박 소장은 "과거 동성로 중심으로 상권이 집중됐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수성구, 달서구 등 신흥 상권이 성장하면서 집객력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노후화와 고령화 이중고… "시설 현대화와 접근성 개선 시급"

대구약령시, 교동귀금속특구, 남산동자동차골목 등 오랜 역사에 비해 업주들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 문제도 전통상권을 더욱 침체에 빠뜨리고 있다.

박 소장은 "대구에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전통상권이 많지만 소비 패턴이 바뀌고 상권도 노후화된 만큼 시설 개선은 물론이고 전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상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설 현대화 사업을 비롯해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 등을 펼쳐 상권을 되살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소장은 "주차 환경 개선, 냉난방 시설 확충, 화장실·편의시설 현대화는 방문객의 기본적인 불편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대구에서는 서문시장 주차난 문제, 도시철도 1호선 칠성시장역에서 시장으로 이어지는 접근성 개선, 엘리베이터 설치 등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고 말했다.

◆야시장 '반짝' 흥행 넘어 '생활 밀착형 콘텐츠' 확보해야

최근에는 지역민은 물론이고 관광객의 유입을 이끌기 위해 야시장, 축제 등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는 전통상권이 늘어나고 있다.

박 소장은 "청년상인 유입은 전통상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며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의 일환인 서문야시장이 대구를 대표하는 야간 관광 명소로 자리 잡혔듯 상인과 점포에 접점을 두고 핵심 콘텐츠를 개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성'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구 중구 교동 도깨비 야시장은 2016년 지역 제1호 야시장으로 출범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1년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폐점 후 야시장을 다시 열기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박 소장은 "일부 상권의 문화·관광 사업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 사업 종료 후 다시 침체기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상적 방문 수요를 창출하는 '생활 밀착형 콘텐츠'와 행사성 이벤트를 균형 있게 결합해야 된다"고 말했다.

◆"상인 자발적 의지가 핵심"… 상권별 맞춤형 'DNA' 분석 필요

무엇보다 침체된 전통상권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상인들의 자발적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원 정책에 의존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상인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말한다.

박 소장은 "전통상권이 스스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정체성의 재정의"라며 "싸게 파는 곳'이라는 기존 포지셔닝은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만큼 전통상권 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SNS 마케팅, 온라인 판로 개척, QR코드 기반 시장 안내 등 디지털 도구를 적극 활용해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상인 스스로의 서비스 의식도 키워 온라인이 가지지 못하는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소장은 "전통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상권별 맞춤형 전략을 짜야 된다"며 "서문시장, 칠성시장, 약령시, 교동시장, 방천시장 등 각각의 역사와 주력 품목, 고객층, 입지 조건이 다른 만큼 각 상권의 고유한 DNA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차별화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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