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K푸드 열광하는데…명동·홍대 점령하는 C푸드
외식·음료 시장 빠르게 접수…지속성은 변수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주말이 지나 관광객 발길이 뜸한 가운데 일부 상인들이 오후 장사를 위해 하나둘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그러나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밀크티 전문점 차백도 명동본점만큼은 예외였다. 오전 10시쯤 문을 연 이곳에는 매장 안팎으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배달 주문까지 밀려들면서 직원들은 쉴 틈 없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었다.
차백도는 밀크티·생과일 음료를 앞세운 중국 음료 프랜차이즈다. 현지에서 8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브랜드다. 2024년 한국을 첫 해외 진출지로 선택한 이후 강남·홍대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22개 매장을 열었고, 지난 1월에는 명동에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까지 보폭을 넓혔다. 이곳 매장 역시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직장인 등 국내 소비자 유입이 상당한 편이다.
이날 동료와 함께 매장을 찾은 직장인 이소정(30대·여)씨는 "중국 브랜드라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꺼려졌는데, 호기심에 한 두번 먹어본 뒤로는 이제는 모닝 커피 대신 차백도를 마신다"며 "재료가 신선하고, 한국에서 흔히 먹던 음료와는 맛이 달라 밀크티, 스무디 등을 종류별로 즐기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K푸드 열풍이 거센 가운데, 국내 외식 시장에서는 세련된 브랜딩으로 무장한 'C푸드(China Food)'가 MZ세대의 입맛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과거 위생 논란과 낮은 신뢰도로 평가절하됐던 마라탕·훠궈는 물론, 밀크티와 디저트까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내수 침체 속에서도 중국 프랜차이즈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프랜차이즈들의 '이미지 쇄신' 전략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중국 음식은 불분명한 원산지와 위생 문제로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서는 수요가 극히 미미했다. 2010년대 초반 한국에 진출한 탕화쿵푸나 하이디라오 역시 초기에는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어 외식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하이디라오의 과한 친절 서비스와 고객 맞춤형 소스 제조, 편견을 깨는 깔끔한 매장 환경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여기에 SNS를 중심으로 '하이디라오 댄스 챌린지' 등 콘텐츠가 퍼지면서 훠궈가 하나의 놀이형 외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이디라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디라오코리아의 매출액은 2021년 189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1174억8900만원으로 5년새 519% 증가했다.
하이디라오 열풍에 마라탕·훠궈 프랜차이즈들도 덩달아 성업 중이다. 국내 최다 지점을 보유한 마라탕 프랜차이즈인 탕화쿵푸는 2018년 43개였던 매장을 올해 3월 기준 560개로 몸집을 10배 이상 키웠고, 중국 청도 훠궈 브랜드인 용가회전훠궈도 2024년 12월 첫 매장 개점 이후 빠르게 점포를 추가 오픈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낯선 메뉴로 승부…힙한 경험 소비 공략
음료 브랜드들은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워 MZ세대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저가 커피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카페 시장과 달린 밀크티, 생과일 스무디 등 다양한 프리미엄 음료를 제공하면서 '가성비' 대신 '가심비'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뉴 평균 가격이 5000~6000원대지만 소비자들이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여는 이유다.
중국 브랜드인 차백도, 헤이티, 미쉐 등 밀크티 브랜드들은 2024년 본격적인 국내 진출 이후 주요 상권에 안착했으며, 최근에는 '밀크티계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패왕차희(차지)까지 강남과 용산 일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중국 현지 대비 높은 가격은 C푸드 열풍의 지속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중국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국내에서는 임대료, 마케팅 비용 등을 이유로 2~3배 비싸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백도의 대표 메뉴인 '망고 포멜로 사고'는 국내 가격이 현지 가격 대비 1.6~2.3배 비싸며, 차이티 또한 주요 메뉴의 가격이 현지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식음료 트렌드는 유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초기에는 소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대비 품질과 차별화된 경험을 얼마나 제공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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