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혼 무효’로 수천명의 소녀를 ‘학교’로 돌려보내다…테레사 카친다모토 족장 [플랫]
테레사 카친다모토는 아프리카 말라위 중부 데드자 지역 최고 족장이었다. 2025년 8월13일(현지시간) 간부전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그가 사망했을 때 유엔 말라위 사무소 등이 애도 성명을 냈다. “3500건 이상의 아동 결혼(조혼)을 무효화하고, 수천 명의 소녀를 학교로 돌아가게 했다”며 업적을 기렸다. 그는 ‘아동 결혼 종결자’로 불리곤 했다.
주요 외신 대부분은 이 부고를 전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이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부고와 생애를 처음 전했다. 최근 X이용자 @profit_Lx가 요약한 생애 게시물은 111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많은 이용자가 이 족장의 업적에 공감했다. 다음은 유니세프 등 여러 유엔 산하기구 기록, 알자지라, BBC, 마리 끌레르 보도 등을 참조해 정리한 일생이다.

카친다모토는 1958년 11월23일 데드자에서 태어났다. 몽고니족 추장 가문의 12남매 중 막내였다. 말라위 대학 산하의 한 단과대학에서 27년간 비서로 일했다. 인구 90만여명의 데드자 지역의 최고 족장이 된 건 2003년이다. 여성이 족장을 맡은 건 몽고니족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카친다모토가 추장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삼 충격을 받은 건 아동 결혼이었다. 12세 된 소녀가 아기를 안고 10대 남편과 함께 있는 모습도 목격했다. 아내이자 어머니가 된 이들에게서 아동 결혼한 소녀들이 남편에게 매를 맞기도 하고, 출산 중에 사망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친다모토는 “(아동 결혼 종결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한다.
말라위 인구보건조사(DHS) 2015~16년 통계를 보면, 1992년 18세 이전 결혼한 여성의 비율은 52%였다. 유엔 통계에도 2012년 기준 말라위에선 소녀 두 명 중 한 명꼴로 18세 이전 결혼했다. 사람들은 소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성관계와 출산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다.
아동 결혼 악습을 끝내는 것을 사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카친다모토는 2010년대 초부터 구체적인 실천을 해나간다. 먼저 데자드 지역 하위 족장 50여명에게 아동 결혼 금지 협약에 서명하게 했다. 기존 결혼도 무효화했다. 협약을 위반한 지역의 담당 족장 7명을 해임했다. 2016년 알자지라와 인터뷰하면서 “(당시) 그들에게 ‘당신들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없다. 나는 이 결혼들을 끝장낼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동 결혼을 무효화했다고 보고받은 뒤에야 다시 추장 자리에 앉혔다.
마을과 부족 지도자들에게도 아동 결혼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부모들을 만나 설득했다. 그는 또 치밀했다. 545개 마을 전역에 ‘비밀 어머니’라고 불리는 여성 정보원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동 결혼 금지 정책을 어기는지 감시했다. 유니세프 등 유엔 여러 기구와 함께 아동 결혼 근절 캠페인도 벌였다. 아동 결혼을 한 여성의 출산이 합병증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알렸다.
국가 법 개정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카친다모토의 압박 등으로 말라위 의회는 2015년 18세 미만 남녀의 결혼 금지를 담은 ‘결혼, 이혼 및 가족관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통과에도 헌법과 관습법은 부모 동의 시 아동 결혼을 허용했다. 카친다모토는 헌법 개정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2017년 결혼 법정 연령을 15세에서 18세로 상향한 헌법 개정에 핵심 역할을 했다. 말라위 유엔 사무소는 “아동 권리 보호의 획기적 성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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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친다모토는 헌법 개정 이후에도 불법 아동 결혼이 이뤄졌다는 마을을 찾아가 결혼은 무효화하고, 피해자를 학교로 돌려보냈다. 어린 엄마들이 학교로 간 동안 조부모나 다른 가족들이 아기를 돌보도록 조치했다. 현지 취재를 거쳐 마리끌레르가 2018년 3월 낸 기사엔 카친다모토의 구체적인 활동이 나와 있다. 13세에 결혼해 16세 엄마가 된 카피토의 결혼을 숨긴 부모와 마을 사람들에게 “이 아이는 엄마가 되기엔 너무 어립니다. 딸들을 교육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피토는 결혼 종결 절차를 앞두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카친다모토의 실천은 성과로 이어졌다. 그의 활동과 헌법 개정이 아동 결혼을 근절하진 못했지만, 비율을 대폭 줄였다. DHS 2015~2016년 통계를 보면, 18세 이전 결혼 여성 비율은 1992년 52%에서 47%로 줄었다. 유니세프 국가별 복수지표 집단조사(MICS) 2019~2020년(현장조사 기간)을 보면 그 수치는 38%로 떨어졌다. 15세 미만 여성 결혼 비율은 1992년 12%에서 8%로 감소했다.
카친다모토가 아동 결혼 근절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세대 교육이다. 많은 소녀가 아동 결혼과 임신 때문에 교육을 중도에 포기하는 현실을 바꾸려 했다. BBC뉴스 아프리카는 ‘당신이 알아야 아프리카 여성들’ 시리즈 하나로 2016년 11월 카친다모토를 인터뷰했다. 그는 “소녀들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아야 할 모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그 아이들 대부분이 소녀들”이라고 말했다. 20·30대 남성이 소녀들과 결혼하는 사례도 흔했지만, 10대 소년도 경제적 이유와 관습 때문에 결혼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동 결혼 피해 대부분은 여성이다. 가난하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가구의 아동 결혼 비율이 높다. 가난한 부모가 지참금을 받고 어른 남성에게 보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2000년대 초 데자드 지역의 월 가구 소득은 11달러였다.
카친다모토는 “모든 아이들은 학교로 가야 한다. 집안 일, 농사 일을 하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여성들이 교육받는다면,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한 명의 소녀를 교육하는 것은 마을 전체를 교육하는 것이며, 곧 세상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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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친다모토는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모여 만든 IBSA 기금 프로젝트 ‘말라위 여아와 여성을 위한 아동, 조기 및 강제 결혼의 예방과 대응’ 프로젝트의 현장 핵심 파트너였다. 학교를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일을 맡았다. 이 기금으로 장학금과 학용품, 생리대 등도 지급했다. 아동 결혼 피해자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도록 하는 내용의 ‘세컨드 찬스(Second Chance)’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카친다모토는 수천 명의 아이들을 학교로 복귀시켰다고 한다. 연간 60달러 정도인 수업료, 책값, 교복비를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에겐 종종 자기 돈으로 모자란 돈을 메워주기도 했다.

말라위의 성평등 문제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프리랜서 작가 리사 안 줄리앙이 쓴 에세이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여성: 테레사 카친다모토 추장>을 보면, 카친다모토는 추장 재임 기간 55명의 여성 하급 추장이 선출되도록 했다. 카친다모토는 “성별 균형을 이룬 것을 큰 업적으로 생각한다. 일부 남성 추장들도 이 점에서 나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줄리앙은 “빈곤이 여성들에게 더 가혹한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성별화된 경험임을 카친다모토는 인식했다. 그는 여성들이 소규모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했다.
카친다모토는 2017년 미국의 비영리 단체 ‘바이탈 보이스’가 수여하는 ‘공공 부문 리더십’상 등을 받았다. 수상 공적을 보면, 문화적 관습이 완고한 지역에서, 카친다모토의 아동 결혼 종결 실천은 용기와 강단으로 가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바이탈 보이스는 “카친다모토는 거센 저항에 직면했을 때도 의연했다. 살해 협박과 괴롭힘에도 어깨를 으쓱하며 넘길 뿐이었다.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용기를 칭송했다. 유엔 말라위 사무소는 추모 성명에서 “문화와 공동체에 뿌리를 둔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인권 증진을 위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했다. 유엔인구기금 말라위 대표 리처드 들라테는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와 존엄을 위한 두려움 없는 옹호자였다”며 추모했다.
▼ 김종목 기자 jomo@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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